그래프테크의 펜실베니아 세인트메리스 공장은 업황 악화 이후 전극 본체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고, 제한적으로 핀 공정만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전극 산업 특성상 매우 전형적인 사이클 하강 국면의 모습이다. 전극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수요가 약해지면 기업은 가동률을 낮추고 일부 공정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특히 장기간 수요가 위축될 경우 설비 유지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 일부를 셧다운하는 결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인트메리스 공장의 상황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해당 공장에서 생산직 채용 공고가 확인되었다. 단순 채용이 아니라 복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고이며, 임금 수준 또한 일반적인 단순 생산 보조 인력이라기보다 일정 수준 숙련을 요구하는 제조 직군에 가까운 수준이다. 기존에도 완전히 폐쇄된 상태가 아니라 핀 공정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 운영 유지 목적이라면 추가 채용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핀 공정은 전극 생산 체인의 후단에 위치하며, 기존 인력만으로도 제한적 운영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채용 공고는 기존 상태 대비 작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극은 단일 제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원료인 니들코크를 기반으로 성형과 열처리를 거치고, 이후 가공과 조립을 통해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핀 공정은 전극을 연결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로, 전극 사용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기로에서 전극은 소모성 제품이기 때문에 가동률이 상승하면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전극 소비량이 증가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 전극 본체 생산보다 먼저 나타나는 변화가 핀 관련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핀 공정만 유지되던 상황에서 복수의 특수 생산직 채용이 나타났다는 점은 단순 교체 수요 이상의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핀 공정 자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면 기존보다 작업 범위가 확대되었거나 향후 확대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전극 산업은 숙련 인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이후 채용을 시작하면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일정 수준 선행적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번 채용 신호를 단순히 ‘수요가 조금 늘었을 수도 있다’ 수준으로 해석하기보다, 왜 지금 시점에 생산 준비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산업 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전에 정리했던 LTA 복원 가설의 가능성을 높인다. 가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의 대구경 흑연전극 덤핑 제소(브라질 사례 포함)
- 전극봉 사이클(2017~2018년) 이후 계약 구조 변화
- 그래프테크 인터내셔널의 재무 상태
- 중국 15차 5개년 계획
물론, 현재 단계에서 공장 전체 재가동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일 채용 공고만으로 가동률 상승을 확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만 기존 상태와 동일한 운영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변화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핀 공정만 유지되던 공장에서 복수의 특수 생산직 채용이 나타났다는 점은 단순 노이즈로 보기에는 구체적인 변화다. 따라서 추가적인 채용 변화나 공정 관련 신호가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PS – 이상하게 주식 수익률이 높은 것보다 나의 가설이 맞아들어가는 게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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