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래프테크 분석, 2026년이라는 분기점

철강 수요가 폭발하지 않아도, 필요한 강은 분명해지고 있다.

1. 채권 가격 상승

쿠폰 금리 대비 과도하게 높았던 채권 금리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29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과거 15% 수준에서 13%대까지 내려오며, 채권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파산 리스크 혹은 존속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2028년에 만기하는 채권의 수익률은 여전히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다만 대부분 2029년으로 이월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급 금액은 크지 않다.

2. 니들 코크스 가격

흑연전극의 핵심 원재료인 니들 코크스, 그중에서도 석유계 고급 니들 코크스는 전기로용 UHP급 흑연전극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원재료는 품질 편차가 크고, 대체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특히 특수강 생산에 요구되는 고출력·고내구 전극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석유계 니들 코크스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석탄계 니들 코크스도 UHP급 흑연전극 생산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함). 가격이 비싸더라도 품질을 낮추기 어려운 구조다.

2025년 시장 데이터를 보면, 흑연전극 가격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반면, 고급 니들 코크스 가격은 완만하지만 분명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로 비중 확대, 특수강 생산 증가, 배터리 및 고급 탄소 소재 활용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며 고급 니들 코크스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늘어났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신규 설비 증설이 쉽지 않고, 석유계 원료 특성상 생산 전환에도 시간이 필요해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2025년은 니들 코크스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전극 가격은 뒤따르지 못하는 전형적인 원가 선행 국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 흑연전극 업체들의 마진이 압박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판가는 계약 구조상 즉각적인 전가가 어렵고, 원가는 대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상승했기 때문이다.

3. 규제 시행

규제 환경 역시 중장기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다. 탄소세 도입, 탄소국경조정제도, 보호무역 강화 기조는 모두 고탄소 공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고로 중심 제강에서 전기로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기 이벤트라기보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정책과 투자 결정에 반영돼 왔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유럽에서 다수의 전기로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착공되고 있다(북미는 2027년 이후 부터이며, 애초부터 유럽과 다르게 전기로 비중이 높음).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2026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완공 및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기로는 가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흑연전극을 필수적으로 소모하며, 특히 특수강 비중이 높을수록 UHP급 전극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규제 시행과 전기로 증설이라는 흐름만 놓고 보면, 흑연전극 수요는 중기적으로 증가하는 방향이 자연스럽다.

다만 중요한 점은 시점이다. 전극 수요 증가가 언제 실적에 반영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프로젝트 지연, 초기 가동률 문제, 철강 수요 회복 속도 등 변수는 많다.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타이밍은 여전히 열린 문제로 남아 있다.

4. 실물 경제

2026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금융에서 실물로의 이동이다. 2024년과 2025년은 금리, 유동성, 정책 기대에 따라 금융적으로 프로젝트가 결정된 시기였다. 2026년은 이 프로젝트들이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시설,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 설비 등 실물 투자가 본격화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실물이 안정적으로 따라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만약 이 과정에서 과열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복잡해진다. 에너지, 철강, 시멘트와 같은 기본 자재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 건설 비용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미 착공된 프로젝트는 중단이 어렵고, 비용 상승은 그대로 손익에 반영된다. 이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성장률만 찍힌다면, 과도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시나리오는 그래프테크에게 양면성을 가진다. 실물 과열은 전기로 가동률과 전극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원가 상승, 정책 충돌, 경기 둔화가 뒤따를 경우 사이클의 후반부 리스크도 커진다. 즉, 실물 과열은 그래프테크에게 강한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국면 전환의 신호에도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5. 특수강

현재 주거용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빠르지 않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어 과거와 같은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철강 기업들의 주가나 이익률이 비교적 방어되고 있는 이유는, 철강 수요의 질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범용강 비중이 철강 산업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수강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전력 인프라, 방위, 첨단 산업 시설 등에서는 단순히 많은 양의 강재보다 정밀도와 내구성을 요구하는 강종이 필요하다. 이 영역에서는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신뢰성이 중요해진다.

특수강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로 공정이 유리하며, 전기로에서 특수강을 생산하려면 앞서 말했듯 UHP급 흑연전극이 필수적이다. 즉, 철강 수요 전체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더라도, 특수강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 자체가 흑연전극 수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점이 현재 철강 업황이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핵심 배경 중 하나다.

6. 마무리

그래프테크에게 있어 2026년은 가장 중요한 해다. 채권 시장이 보여주듯, 2028년 만기라는 명확한 시한이 존재한다. 2026년까지 업황 회복의 조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기대는 자연스럽게 2027년 이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극 산업의 특성상 2027년에 수요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의미 있는 이익 창출은 2028년에 가서야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29년 채권 리파이낸싱은 다시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2026년에 실물 가동률 회복, 특수강 중심 수요 증가, 전극 가격 전가의 조짐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현재 채권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빠르게 해소될 여지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다. 2026년은 그래프테크의 존속 여부를 가르는 해라기보다, 시장이 이 회사를 어떻게 다시 정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해에 가깝다.

PS – 경쟁자들도 탐하는 알짜 회사인 것은 분명하다.

같이 보면 좋은 글
그래프테크 분석, 전기로와 흑연전극
디캔트 오일과 니들 코크스, 불균형과 공급 타이트
니들 코크스, 배터리와 전기로를 잇는 전략 소재
철강 생산의 3가지 길, 고로·전기로·수소환원제철
뉴코 분석, 범용강과 특수강

댓글 남기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