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비즈니스도 디테일하게 봐야 하는 이유

투자나 산업 분석 보고서를 볼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인 ‘나쁜 비즈니스’는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경쟁이 치열하며 장기적인 수익률이 낮은 산업을 뜻한다. 이런 류의 산업들은 항공 산업, 자동차 산업, 철강 산업처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가격 경쟁이 심한 산업에서는 평균적인 자본수익률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보면 나쁜 비즈니스라면 굳이 깊이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산업 구조를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런 접근은 지나치게 단순할 때가 많다.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수익률이 낮은 산업’과 ‘사라질 산업’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산업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그 산업이 사회와 경제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필수적이라면 산업 자체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항공 산업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항공사는 오랜 기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해 왔고 수많은 파산과 구조조정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 운송은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과 물자가 대륙을 넘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항공 네트워크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이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기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처럼 산업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면 분석의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산업 평균의 수익률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그 산업 내부에서 경제적 가치가 어디에 축적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이라는 단위는 겉으로 보면 하나의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단계의 가치 사슬이 결합된 복합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술 기업,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 기관, 그리고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서로 다른 경제적 위치를 차지한다. 동일한 산업 안에 존재하지만 경제 구조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항공 산업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를 운영하는 사업은 가격 경쟁이 심하고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항공기는 매우 비싼 자산이며 정비 비용, 공항 사용료, 인건비, 연료 비용 등 대부분의 비용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동시에 좌석이라는 상품은 재고로 저장할 수 없다. 오늘 팔리지 않은 좌석은 내일 다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사는 수요 상황에 따라 가격을 크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은 산업 전체의 평균 마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같은 산업 안에서도 다른 위치에 있는 기업들은 전혀 다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 장벽을 기반으로 한 특수 제조업에 가깝다. 항공 엔진은 단순한 기계 부품이 아니라 고온 소재 공학, 정밀 가공 기술, 복잡한 인증 절차가 결합된 고난도의 제품이다.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시장 참여자가 극도로 제한되며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과점 형태로 형성된다. 더 중요한 점은 엔진 판매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정비와 부품 교체가 반복되며 장기적인 서비스 시장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는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영역에서는 금융 구조를 볼 수 있다. 항공기 리스 회사들은 항공기를 구매해 항공사에 장기간 임대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이 모델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자본 구조와 자산 운용 능력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항공기를 확보하고 이를 장기 리스 계약으로 운용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산업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그 산업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산업이라는 구조는 여러 단계의 경제 활동이 결합된 시스템이며, 각 단계는 서로 다른 경쟁 구조와 협상력을 가진다. 어떤 위치에 있는 기업은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지만 다른 위치에 있는 기업은 기술이나 자본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산업의 지속성이다. 특정 산업이 장기간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산업이 반복적으로 침체와 구조조정을 겪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수가 줄어들고 시장 집중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의 경제성을 서서히 바꾸기도 한다. 과거에는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산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 구조가 안정되고 협상력이 개선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투자 관점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평균적인 산업 수익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출발점으로서 유용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 가치가 어디에 축적되는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공급망의 병목, 기술 장벽, 규제 구조, 네트워크 효과 같은 요소들이 어느 지점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거나 심지어 나쁜 산업으로 평가되는 영역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요소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산업 분석의 핵심은 평균적인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 데 있다. 나쁜 비즈니스라는 평가가 내려진 산업이라도 그 산업이 장기간 유지되는 구조라면 내부의 경제적 지형은 훨씬 복잡하다. 경쟁이 치열한 영역도 존재하고, 반대로 높은 진입 장벽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영역도 존재한다. 산업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대신 가치 사슬을 세분화해 바라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나쁜 비즈니스’라는 표현은 분석의 결론이라기보다 출발점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산업이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경제적 가치가 어디에 집중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 이러한 세밀한 분석은 더욱 중요해진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산업도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경제적 위치와 경쟁 구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질문은 산업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다. 그 산업 안에서 누가 가장 큰 경쟁 압력을 받고 있으며, 반대로 누가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서 있는지다. 산업의 평균적인 모습만 바라보면 이 질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치 사슬을 따라 세밀하게 살펴보면 산업 내부의 경제적 지형이 점차 드러난다.

PS – 큰 수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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