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이 어렵다는 말은, 엔진이 있으면 자율주행을 못 한다는 뜻으로 오해되기 쉽다. 자율주행은 연료를 태우느냐 전기를 쓰느냐보다, 차량이 명령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고 그 결과가 얼마나 일관되게 재현되는지에 달려 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판단을 내렸을 때, 차가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해야 알고리즘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내연기관은 이 ‘일관된 제어’라는 요구와 잘 맞지 않는 요소가 많다. 그 요소들은 대부분 기계적 구성에서 비롯되고, 그 결과로 소프트웨어 보정이 과도하게 필요해진다.
1. 미세 제어와 반복 가능성
사람 운전은 대충 맞춰도 된다. 엑셀을 조금 더 밟아도 되고, 브레이크를 살짝 더 세게 밟아도 된다. 운전자는 그때그때 감각으로 보정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다르다. 자율주행은 ‘어느 정도 가속해라’가 아니라 ‘0.2초 동안 0.05g만큼 감속하고, 차간거리가 1.5m 줄어들면 다시 0.03g 가속’ 같은 형태로 움직인다. 차선 중앙을 유지할 때도 조향각을 크게 한 번 꺾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조향을 계속 반복해 차를 안정적으로 놓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큰 힘이 아니라 정밀함, 그리고 같은 입력에 대해 같은 출력이 나오는 반복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앞차가 살짝 느려져서 내 차가 80km에서 76km로 부드럽게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하자. 사람은 브레이크를 밟든 엑셀을 덜 밟든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자율주행은 이걸 ‘계획된 감속 곡선’으로 만들고, 센서가 측정한 상대 속도와 거리 변화에 맞춰 계속 미세 조정한다. 여기서 차량의 반응이 들쭉날쭉하면, 제어기는 계속 오버슈트와 언더슈트를 반복하며 흔들린다. 내연기관은 이런 흔들림을 만들 소지가 구조적으로 많다.
2. 내연기관의 토크
전기모터는 페달을 밟는 순간 토크가 거의 즉시 나온다. 그리고 요구한 토크 값에 비교적 선형적으로 따라간다. 반면 내연기관은 공기 유입, 연료 분사, 점화, 배기, 그리고 회전수가 결합된 결과로 출력이 나온다. 이 과정에는 시간 지연과 비선형성이 존재한다. 같은 10% 페달 입력이라도 RPM, 기어, 엔진 부하, 터보의 부스트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쉬운 예시가 있다. 도심에서 정체가 풀리며 살짝 앞으로 굴러가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은 엑셀을 아주 조금 밟았다가 떼면서 차가 툭 튀지 않게 다룬다. 내연기관은 저속에서 토크가 거칠게 붙거나, 반대로 힘이 없다가 갑자기 붙는 구간이 있다. 특히 터보가 달린 차는 터보랙이 개입하고, 자동변속기는 저속에서 락업/클러치 제어가 섞이면서 ‘살짝만’이라는 요구가 어렵다. 자율주행은 이런 구간에서 사람처럼 감각으로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보정을 크게 넣어야 한다. 그런데 보정이 커질수록 다음 문제, 즉 차량 개체 차이와 노후화에 취약해진다.
3. 변속기
내연기관의 출력은 대체로 변속기를 거쳐 바퀴로 전달된다. 변속기는 인간 운전에서도 불쾌감을 만드는 요소다. 변속 타이밍이 늦으면 갑자기 튀고, 너무 빨리 변속하면 힘이 빠진다. 자율주행에서는 이게 더 큰 문제다. 자율주행은 가속·감속을 조용히 이어가며 승차감과 안전성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 그런데 변속이 개입하면 순간적으로 구동력이 끊기거나, 엔진 회전수가 바뀌면서 토크가 튄다. 같은 가속 명령을 내렸는데 변속이 걸리면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95km로 달리다 100km로 천천히 올리는 상황을 보자. 전기차는 그냥 모터 토크를 조금 더 주면 된다. 내연기관은 7단에서 6단으로 킥다운이 들어가거나, 반대로 업쉬프트가 들어가면서 출력이 잠깐 변한다. 자율주행은 ‘부드럽게 올리라’는 계획을 세웠는데, 변속기가 그 계획을 중간에 끊어버린다. 물론 이를 고려해 제어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차종마다 변속 로직이 다르고, 같은 차종이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학습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대규모 확장’에 불리해진다.
4. 제동 정밀 제어
자율주행이 어려운 지점은 의외로 가속이 아니라 감속에서 많이 나온다. 사람도 급가속보다 급제동이 더 위험하고 불편하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로, 앞차의 미세한 속도 변화, 끼어드는 차량, 곡선 구간의 속도 조절을 모두 부드럽게 처리하려면 감속이 정밀해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의 제동은 기본적으로 마찰 브레이크 중심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유압이 걸리고, 패드가 디스크를 잡는다. 이때 제동력은 패드 온도, 로터 온도, 습기, 마모 상태, 타이어 접지와 같은 변수에 민감하다. 사람은 브레이크 감각이 변하면 바로 적응한다. 자율주행은 같은 제동 명령에 대한 결과가 흔들리면 제어가 불안정해진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이라는 추가 수단이 있다. 모터를 발전기로 돌려 감속을 만들고, 그 감속량을 소프트웨어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도 마찰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만, 일상 감속의 상당 부분을 회생제동이 담당하면 제어가 더 매끈해지고, 마찰 브레이크의 변동성 영향이 줄어든다. 내연기관은 이런 ‘전자적으로 예측 가능한 감속 채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같은 자율주행 알고리즘이라도 내연기관에서 승차감이 더 거칠어지거나, 차간거리 유지가 더 출렁일 가능성이 커진다.
5. 저속 주행과 정차-재출발
실제 자율주행이 가장 많이 쓰이는 구간은 고속도로 크루즈처럼 보이지만, 사용자가 체감하는 난이도는 정체 구간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정체 구간의 핵심은 ‘0~20km’의 반복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출발을 아주 부드럽게 하고, 1~2m 단위로 서서히 굴러가며, 멈출 때도 고개가 숙여지지 않게 마무리하는 능력이다.
내연기관은 이 구간에서 엔진 아이들링과 클러치/토크컨버터 제어가 결합된다. 차량이 스스로 굴러가는 크리핑 특성이 있고, 드라이브트레인의 유격과 변속기의 개입으로 미세한 속도 유지가 까다로워진다. 쉽게 말해 ‘2km로 계속 가라’ 같은 명령을 깔끔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사람은 발로 이를 해결하지만, 자율주행은 센서와 제어로 해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저속에서의 자율주행 품질이 내연기관에서 더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생긴다.
6. 열관리·진동·소음
자율주행은 결국 시스템 공학이다. 변수는 적을수록 좋다. 내연기관은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할 변수가 많다. 엔진은 최적 효율 영역이 있고, 냉각과 윤활 상태에 따라 응답이 달라진다. 외기 온도가 낮으면 시동 직후 반응이 둔하고, 오일 점도가 올라가면 마찰이 커진다. 엔진 마운트, 배기계, 진동도 승차감과 센서 신호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보는 영상은 진동이 심할수록 미세 흔들림이 커지고, 라이다/레이더의 신호도 노이즈가 늘 수 있다. 물론 현대 센서와 필터링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지만, 자율주행은 모든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며 안정성을 갉아먹는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진동원이 적고, 열관리도 상대적으로 단순해 이런 누적 문제가 적은 편이다. 내연기관은 굳이 필요 없는 변수들이 많고, 자율주행을 위해 그 변수들을 ‘평탄화’하는 비용이 커진다.
7. 차량 개체 차이와 노후화
자율주행은 데이터로 좋아진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조향·가감속이 가장 매끈하고 안전한지 학습하고, 이를 대규모로 업데이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차량이 표준화된 플랫폼일수록 학습이 빠르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차량은 같은 모델이라도 엔진 상태, 변속기 상태, 클러치/토크컨버터 상태, 센서 캘리브레이션, 브레이크 마모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편차가 더 커진다.
쉬운 비유를 들면, 같은 레시피로 요리하는데 불이 매번 다른 세기로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전기차는 불 세기가 다이얼처럼 일정하게 조절되는 편이고, 내연기관은 가스불이 바람과 가스압에 따라 흔들리는 느낌에 가깝다. 자율주행이 대규모로 동일한 개선을 배포하려면 플랫폼 편차가 작아야 한다. 내연기관은 이 편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센서와 더 복잡한 제어 로직을 붙여야 하고, 결국 비용이 올라간다.
8. 경제성의 문제
다시금 말하지만, 내연기관차 역시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품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복잡도와 비용이 커진다는 점이다. 엔진 응답을 보정하고, 변속기 개입을 예측하며, 저속 크리핑 특성을 다듬고, 브레이크 변동성을 상쇄하고, 노후화 편차를 감안하는 로직을 넣을수록 개발 난이도와 검증 비용이 증가한다. 자율주행은 안전 검증이 핵심이라, 변수가 늘수록 검증 조합이 폭발한다. 비용의 함수로 보면 내연기관은 자율주행에 ‘불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가치가 커지는 영역은 로보택시나 무인 물류처럼 가동률이 높은 서비스다. 이 영역에서는 연료비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 다운타임이 중요하다. 내연기관은 구조적으로 소모품과 정비 포인트가 많다. 자율주행 서비스는 사람이 상시 관리하지 않는 구조로 가려 한다. 그러면 유지보수 부담이 큰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선택지에서 밀린다. 결국 내연기관에서 자율주행을 ‘잘’ 만들기 어렵다기보다, 자율주행을 중심에 놓고 플랫폼을 설계할 때 내연기관을 택할 유인이 약해진다.
9. 마무리
내연기관 차량에서 자율주행이 어려운 이유는 엔진이 구식이라서가 아니라, 자율주행이 요구하는 정밀 제어와 반복 가능성, 대규모 데이터 기반 개선과 플랫폼 표준화라는 방향과 내연기관의 기계적 복잡성이 자주 충돌하기 때문이다. 토크가 즉시 선형적으로 나오지 않고, 변속기가 개입하며, 저속에서의 거동이 까다롭고, 제동이 마찰 변수에 민감하고, 개체 편차와 노후화가 커지는 구조는 모두 자율주행의 개발과 검증 비용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내연기관은 자율주행이 안 되는 플랫폼이라기보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서 불리한 플랫폼으로 정리하는 편이 정확하다.
PS – LV.4~5에 가장 가까운 건 현재로썬 테슬라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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