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역설

단순함은 요소를 줄이는 과정이 아니라 본질을 추출하는 과정에 가깝다. 본질을 추출하려면 먼저 무엇이 본질이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구분 작업은 상당한 이해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산업을 분석할 때 매출 성장률, 점유율, 브랜드 가치, 기술력, 거시경제 변수 등 수많은 요소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고, 각 요소를 연결하는 것도 표면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어떤 변수는 중요하고 어떤 변수는 중요하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단순한 설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정보 속에서 구조를 발견해야 하며, 그 구조가 충분히 설명력을 가져야 한다.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쉽다. 그 이유는 문제를 분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소를 계속 추가하면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여러 원인을 동시에 제시하면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각각의 원인이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예측력을 갖기 어렵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무엇이 실제로 중요한지 알기 어려워지고, 판단 기준도 흐려진다. 복잡한 설명은 틀릴 가능성을 줄여주지만 동시에 맞을 가능성도 줄인다.

PS – 지나친 단순화는 오히려 오류를 부른다. 모든 것은 ‘적당히’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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