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트 오일은 정유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기지만, 니들 코크스로 전환되면 철강 전기로와 배터리 산업을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1. 디캔트 오일(슬러리 오일)이란 무엇인가?
슬러리 오일(Slurry Oil)은 유체 촉매 분해(FCC, Fluid Catalytic Cracking)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한다. FCC는 중질유를 휘발유·경유·나프타 같은 경질유로 전환하는 핵심 정유 공정이다. 반응기 하부에 남는 무거운 탄화수소 잔사가 슬러리 오일이다. 여기에 촉매 미분을 제거한 스트림을 흔히 클래리파이드 슬러리 오일(CSO) 또는 디캔트 오일(Decant Oil)이라 부른다. 시장에서 원료로 유통되는 것은 주로 이 디캔트 오일이다.
디캔트 오일은 방향족 탄화수소 함량이 높고 점도가 크며, 황·니켈·바나듐 같은 금속 불순물이 많이 들어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연료유로 직접 쓰기는 어렵다. 연소 효율이 낮고 환경 규제도 충족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자 구조상 탄소계 소재로 전환하기 좋은 성질이 있어, 석유코크스·석유계 피치·침상(니들) 코크스의 원료로 활용된다. 특히 고급 니들 코크스의 원료로 적합해, 정유산업과 전극·배터리 산업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2. 정유 난이도와 낮은 마진
FCC가 가동되는 한 디캔트 오일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생산이 어렵거나 기술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제성과 활용성이다. 황과 금속 불순물이 많아 추가 정제가 필요하고, 점도도 높아 연소 효율이 떨어진다. 환경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낮은 잔사유에 불과하다.
정유업의 수익은 휘발유·경유·나프타 같은 경질유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들 제품은 수요 기반이 넓고 시장성이 높아 수익을 지탱한다. 반면 디캔트 오일 같은 중질 부산물은 시장 수요가 제한적이고 가격 경쟁력도 낮다. 과거에는 벙커유 혼합이나 산업용 보일러 연료로 쓰였지만, 고부가 제품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미미했다.
IMO 2020 규제 이후 저유황 연료유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황이 많은 디캔트 오일은 연료로 활용하기 더 어려워졌다. 추가 탈황 비용을 들여도 마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외부 판매보다는 석유화학 공정에 흡수해 아로마틱스·피치 원료 등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특히 유럽처럼 정제설비 전환이나 폐쇄가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공급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3. 니들 코크스
정유사에게는 부가가치가 낮은 부산물이지만, 니들 코크스 산업에서는 핵심 원료가 된다. 니들 코크스는 석유계 코크스 가운데 가장 정제 수준이 높은 형태로, 초고출력(UHP) 흑연전극과 고성능 합성흑연 음극재의 원료다. 고순도·저황·저금속 함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디캔트 오일을 니들 코크스로 전환하는 과정은 기술 장벽이 높다. 고온 열분해, 결정 구조 제어, 황·금속 불순물 제거 같은 정교한 공정이 필요하다. 품질은 미세한 조건 차이에도 크게 달라지므로,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미국 그래프테크(Seadrift)와 필립스 66, 일본의 ENEOS·C-Chem(니폰스틸 계열), 중국의 일부 국영·민영 기업들이 꼽힌다.
문제는 원료와 수요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이 디캔트 오일을 석유화학 공정에 더 많이 활용하면서 외부로 풀리는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전기로 확대와 배터리 산업 성장으로 니들 코크스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UHP 전극과 고성능 합성흑연 음극재 수요가 겹치면서 고급 니들 코크스 시장은 이미 공급이 빠듯한 국면에 들어섰다.
4. 마무리
정유사들은 환경 규제와 낮은 마진 탓에 디캔트 오일의 외부 판매를 줄이고 있고, 철강·배터리 산업은 구조적으로 수요를 늘리고 있다. 공급 확대 요인은 제한적인데 수요는 장기간에 걸쳐 커지고 있으므로, 불균형은 해소되기보다 누적되는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PS – 니들 코크스 반등 사이클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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