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트 오일 가격 추론

이 글은 하반기부터 니들코크스 가격이 톤당 3천 달러 근처에 도달하고, 전극봉 스팟 가격은 7천 달러에서 1만 달러 사이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폭풍전야‘ 글에 후속으로, 디캔트 오일의 시장 상황을 미시적 관점에서 추론하여 정리하였다.

디캔트 오일은 정유사의 중질유 분해시설인 유동상 촉매 분해 공정(FCC)에서 발생하는 잔사유로, 정유 공정 메커니즘상 그 자체를 단독으로 조절해 생산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가용 총량은 전체 원유 정제량에 비례하며 가솔린 마진을 비롯한 정유 공정 전체의 경제성에 강력하게 종속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 중 프리미엄 인조흑연 음극재나 초고출력(UHP) 전기로용 전극봉의 핵심 원료인 프리미엄 석유계 니들코크스로 진입할 수 있는 스펙은 황 함량이 극도로 낮은 저유황 디캔트 오일에 한정된다. 이 시장의 가격 구조와 수급 향방을 정확히 추론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유가 변동이나 표면적인 지정학적 위기를 보단 정유사 내부의 복합적인 가동 경제성과 공정 제약, 그리고 전방 다운스트림 산업의 질적인 수율 구조를 명확히 분리하여 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캔트 오일은 정유사가 마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캔트 오일 가격 매커니즘의 핵심 뼈대는 정유 가동률의 견고함과 공급 곡선이 가진 극단적인 비탄력성이다. 글로벌 정유 산업은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 이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신규 증설 위축으로 인해 가동률과 정제 마진이 높은 수준으로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여기에 전쟁 이후 글로벌 정유 시설의 핵심 축들이 물리적으로 파괴되고 붕괴된 가혹한 환경까지 고려하면, 정유 설비의 실질 가동 여력은 이미 극단적인 한계에 도달해 있다. 나아가 정유 공장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해협 개방으로 원유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국면이 오더라도 정유사들은 고정비 상쇄와 최소한의 마진 확보를 위해 기존 고가동률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와중에, 전방 하이엔드 배터리 및 전기로 소재 업체들이 요구하는 저유황 디캔트 오일은 전쟁 전부터 공급 곡선의 끝단이 수요 곡선과 아슬아슬하게 맞닿아 있는 만성적인 구조적 숏티지 상태를 지속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저유황 디캔트 오일 자체의 독립적인 마진은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매우 견고하게 잘 나올 확률이 높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디캔트 오일 마진이 아무리 독자적으로 높게 치솟더라도 정유 설비의 물리적 공정 특성상 디캔트 오일만 선택적으로 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비 용량의 한계와 저유황 원유 소싱의 제약으로 인해 정유사가 아무리 공정 운전 조건을 조정하더라도 디캔트 오일의 수급량을 대폭 증가시킬 수 없는 강력한 물리적 병목이 두껍게 존재한다.

이처럼 공급이 완전히 묶여 있는 상태에서 유가 변동과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여부가 가해지면 미시적 공급망은 정유사의 소싱 경로에 따라 독특한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중동산 중질 원유 조달이 완전히 차단되어 FCC 피드스탁인 감압가스오일(VGO) 자체가 고갈되므로 생산량이 물리적으로 급감하며 공급 쇼크가 발생한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개방되어 해상 루트가 열리고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때는 정유사의 가동 경제성에 의해 또 다른 공급 단절이 작동한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중동산 중질유가 시장에 다시 풍부하게 풀리면 정유사는 FCC 가동을 위한 피드스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지만, 공급 여력이 정상화되어 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유통되는 저유황 디캔트 오일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유 공장이 돌아가며 부산물로서의 디캔트 오일 생산 자체는 유지가 되지만, 저유황 디캔트 오일은 전방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이미 절대적인 공급 그릇 자체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만성적 구조적 숏티지 상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입장에서 디캔트 오일 마진이 아무리 견고하게 잘 나오더라도 설비 자체의 고유한 수율 한계와 물리적 병목 때문에 유통 물량을 시장 수요 이상으로 대폭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봉쇄 시나리오는 원료 고갈로 공급을 강제 차단하고, 개방 시나리오는 유가 하락과 무관하게 설비 특성상 공급의 절대적 상한선이 묶여버리기 때문에 해협의 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유통 시장의 타이트한 구조는 풀리지 않는다.

수요단 역시 무조건적인 우상향이나 급격한 폭발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공급 그릇이 워낙 작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수급 불균형에도 격렬한 가격 반응을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인조흑연 채택 비중이 높아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모든 배터리가 프리미엄 석유계 니들코크스 즉 저유황 디캔트 오일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주행거리와 출력이 최우선인 하이엔드 전기차 모델을 제외하면 시장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저가형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원가 경쟁력이 최우선이기에 석탄계 코크스나 정제 수준이 낮은 일반 석유계 코크스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철강 산업의 전기로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초고출력 전극봉 수요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방향성은 확실하지만, 중국이나 유럽의 대규모 고로 시스템을 전기로로 단기간에 전환하는 것은 대규모 자본 지출과 철스크랩 공급망 구축, 산업용 전력 그리드 확충이라는 인프라적 제약 때문에 물리적인 시차가 크게 발생한다. 정책적 변수를 제외하면 단기간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려 디캔트 오일 시장을 자극할 확률은 낮으며 수요 이동은 완만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이처럼 수요가 완만하게 움직이더라도 앞서 언급한 공급의 절대적 상한선이 단단히 묶여 있는 초박빙의 얇은 시장 환경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스펙의 수요가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이 공급 흡수력을 상실하고 충격이 가격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하이엔드 제품군에서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이나 황 함량 변화에도 제품 전체의 사이클 수명과 전도도가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에, 저가형 대체재의 존재와 무관하게 고품질 저유황 디캔트 오일에 대한 고정 수요층의 구매 압력은 상시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디캔트 오일 정제량과 소비량의 균형 구조를 미시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글로벌 가격 유통망의 지리적 단절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중국 정유사들은 지난 5~6년간 다져온 탈황 및 정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유황 디캔트 오일을 안정적으로 대량 정제해낼 수 있는 완벽한 역량을 갖추었다. 글로벌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국면에서도 중국은 러시아나 이란으로부터 할인이 적용된 초저가 원유를 파이프라인망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통해 수면 아래로 조달하며 압도적인 원가 우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의 확전으로 이란 내 원유 생산 설비가 물리적 타격을 입고 해상 봉쇄 위험으로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중국 역시 우회 육상 수송망 가동에 따른 물류비 폭등과 원료 조달 차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즉, 실질 인도 원가가 급상승하면서 가격 상단을 누르던 중국산 소재들의 제조원가 손익분기점 자체가 한층 더 위로 상향 정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부의 저유황 디캔트 오일이 서구권으로 직접 넘어와 수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중국산 기름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물류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내부의 압도적인 하공정 내수 수요가 자국 정제량을 전부 빨아들이고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 구축된 프리미엄 니들코크스 공장과 인조흑연 음극재 가공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완벽하게 수직 계열화되어 있다. 원료 대비 최종 제품의 수율이 30~40% 수준에 불과한 니들코크스 공정과 흑연화 공정의 연속적인 수율 손실 특성상, 완제품 1톤을 만들기 위해 밑바닥에서 소모되는 저유황 디캔트 오일의 절대량은 정유사의 부산물 발생량을 아득히 초과한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나오는 기름을 외부 유출 없이 내수 풀에서 전량 자체 소비하기에 급급하며, 외부 시장으로 매물을 내놓을 물리적 여력 자체가 전혀 없다.

여기서 미국과 브라질의 덤핑 제소, 그리고 유럽의 우회 수출 차단 등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가 결합하면 시장의 진영 간 분리는 완전히 고착화된다. 사실 서구권의 강력한 관세 장벽이 겨냥하는 대상은 기초 원료인 디캔트 오일 자체가 아니라, 중국이 자국 내에서 디캔트 오일을 100% 소모해 가공한 최종 완제품인 인조흑연 음극재와 전극봉이다. 다만 저유황 디캔트 오일의 수요 중 약 70%는 음극재와 배터리에서 나오므로 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캔트 오일의 주된 수급 완제품 시장을 무대로 하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게임 이론 관점에서 분석하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대응을 선택한 내쉬 균형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구권은 완제품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공급망 안보와 통제권을 확보하는 정치경제적 효용이 유리하므로 중국산 완제품에 관세 장벽을 세우는 지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처사이지만, 전극봉과 니들코크스는 자국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니치 산업이므로, 이를 지키기 위해 희토류 제한이나 전면적인 핵심 광물 통제 같은 거대한 비대칭 통상 보복 카드를 섣불리 낭비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 대신 관세 장벽이 없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지역으로 완제품 밀어내기 수출을 감행하거나 제3국을 통한 생산 기지 다변화로 실리적 우회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 최선 대응이 되고, 그렇게 바꾸고 있으며,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완제품 단에서 벌어지는 게임 이론적 합리성과 지리적 장벽은 기초 원료인 디캔트 오일 시장의 고립을 가중시키며 최종 가격의 상방 슈팅을 유도하고 있다. 해협이 열려 원유 가격이 낮아져도 전쟁 전부터 이어진 기조와 시설 붕괴 영향으로 정유사의 고가동률은 유지되지만, 정유사는 설비 특성상 디캔트 오일을 독자적으로 늘릴 수 없고 수급량을 대폭 증가시킬 수도 없다. 중국은 원래부터 자국 내에서 나오는 기름을 수율 손실을 감내하며 완제품 생산을 위해 전량 소비하느라 외부로 디캔트 오일 자체를 내놓지 않으며(오히려 저유황 디캔트 오일을 수입하기도 함), 완제품 단의 보호무역 장벽 때문에 중국산 저가 완제품이 서구권으로 자유롭게 넘어와 역내 숏티지를 메워줄 수도 없다. 이에 따라 거시적 유가 하락과 상관없이 서구권 역내에서 매물로 도는 고품질 저유황 디캔트 오일이라는 독립된 유통 시장 자체는 공급의 물리적 한계와 진영 간 격리로 인해 철저히 고갈되는 초박빙의 얇은 시장을 형성한다. 충격을 흡수할 완충 지대가 전무한 상태에서 가용 공급량의 상한선이 완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해협 개방이라는 거시적 호재가 무색하게도 서구권 저유황 디캔트 오일의 가치는 가격이 빠지기는커녕 상방으로 급격히 슈팅하며 높은 가격 균형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PS – 장기 봉쇄로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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