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트 오일 수급 불안과 니들 코크스 가격 상승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병목 현상은 정유 공정 하류의 특수 소재 공급망에 전례 없는 수준의 수급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미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휴전 국면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핵심 물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 여파는 지속되는 추세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중질유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동산 중질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이는 성상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셰일오일은 대부분 가볍고 유황 성분이 적은 경질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및 탄소 소재 산업에서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디캔트 오일은 경질유 단독 정제 과정에서는 수율이 극히 낮거나 거의 생산되지 않으며, 일정 비율 이상의 중질유가 혼합 가공되어야만 정상적인 추출이 가능하다. 전 세계 주요 정유 설비들이 이미 가동률을 최대로 높인 풀 가동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입 원유의 성상 변화로 인한 중질유 결핍은 전체 공정의 하류 제품군 생산 유연성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원유 공급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국제 유가 상승세 및 정제 마진의 가파른 개선은 정유사들의 생산 최적화 메커니즘을 완전히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글로벌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운전 공식은 철저하게 디젤과 항공유라는 고마진 중간유분 제품의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석유정제 시장의 전통적인 주력 제품인 가솔린과 비교했을 때, 디젤과 항공유가 지닌 산업적 위상과 높은 마진 구조는 정유사들이 제한된 원료와 설비 용량을 이 두 제품에 집중하도록 강제하는 핵심 동인이다. 가솔린은 글로벌 전동화 흐름에 따라 전기차 보급 가속화가 장기적인 수요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저장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어 시장의 수급 변화에 대응하는 재고 완충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반면 디젤과 항공유는 글로벌 육상 물류 네트워크, 해운, 항공 운송을 비롯해 중공업과 건설 등 제조업 전반을 지탱하는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대형 화물 트럭, 선박, 여객기 및 산업용 중장비 분야는 승용차 시장 중심의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도 단기간 내에 동력원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디젤과 항공유는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산업 활동 유지를 위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극단적인 수요 비탄력성을 나타낸다. 여기에 더해 디젤과 항공유는 가솔린에 비해 글로벌 정유사 및 소비국의 저장 탱크 용량이 제한적이며 재고 수준이 상시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특성을 가진다. 수요는 견고한 반면 공급 버퍼가 취약하기 때문에, 미세한 공급 차질에도 가격과 정제 마진이 민감하게 폭등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가장 많이 남고 수요의 경직성이 보장되는 디젤과 항공유의 생산 수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유사들의 상업적 선택은 FCC의 운전 조건을 변경시키며 디캔트 오일의 수급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디캔트 오일은 FCC 설비에서 중질 가스오일을 촉매 분해하여 가솔린이나 경질 올레핀을 추출하고 남는 고유황·고방향족 잔사유다. 정유사들이 디젤과 항공유 마진을 쫓아 고도화 설비의 투입 원료를 조정하면서 인과관계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정유사들은 FCC의 주요 피드스톡인 VGO를 수소 첨가 분해 공정 등 디젤 생산 수율이 높은 다른 공정으로 우회 투입하거나, FCC 공정 자체의 운전 온도를 낮추어 경질유분 대신 중간유분인 디젤 성분의 회수율을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FCC 설비의 처리량 자체가 감소하거나 공정 가동 조건이 변함에 따라, 부산물로 얻어지는 디캔트 오일의 절대적인 생산량은 급격하게 축소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메인 제품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비주류 부산물의 공급이 희생되는 구조적 잠식 현상이다.

정유 공정의 최적화 결과로 유발된 디캔트 오일의 공급 차질은 이를 핵심 원재료로 사용하는 하류 탄소 소재 시장, 특히 프리미엄 니들 코크스 밸류체인에 즉각적인 공급 충격으로 전이된다. 니들 코크스는 전 세계 정유사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력과 특정 성상의 유분을 확보한 일부 업체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티어1 니들 코크스 기준). 디캔트 오일의 원가 상승과 공급 물량의 절대적 부족은 니들 코크스 제조업체들의 가동률 저하와 원가 부담 폭등을 직접적으로 야기한다. 석유화학 시장의 다른 범용 제품들은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사들이 가동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는 가격 탄력성을 보이지만, 니들 코크스는 상위 단계인 정유사의 전체 마진 구조와 디젤·항공유 우선 정책에 완벽히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가격 상승만으로는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극단적인 공급 비탄력성을 나타낸다.

공급이 이처럼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 니들 코크스를 향한 전방 산업의 수요는 오히려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1)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철강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통적인 고로-전로 방식을 축소하고, 철스크랩을 녹여 강철을 생산하는 전기로 도입을 급격히 확대하는 추세다. 전기로 가동 시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핵심 소모품이 초고출력 흑연전극봉이며, 이 전극봉의 충격 저항성과 전기 전도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원료가 니들 코크스다. 2)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연동된 이차전지 인조흑연 음극재 분야다. 천연흑연에 비해 배터리의 고속 충전 성능과 수명 특성이 우수한 인조흑연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니들 코크스를 고온에서 열처리하는 공정이 필수적이다. 탈탄소 철강과 모빌리티 전동화라는 거대한 두 축이 니들 코크스 수요를 강력하게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PS – 휴전은 맞췄는데,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는 못 맞췄다. 전쟁에만 초점을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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