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아이 분석, 플랫폼과 부품

자율주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산업은 이미 어느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 듯 보인다.

  • 이 보고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산업 구조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1. 모빌아이의 FSD 방향

모빌아이는 스스로를 단순한 ADAS 공급업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을 지향하는 기술 기업으로 정의해왔다. 카메라 기반 인지 기술을 출발점으로, 레이더와 라이다를 포함한 센서 융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안전 논리(RSS)와 지도 데이터(REM)를 축으로 삼아 단계적으로 LV.4~5에 접근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빌아이 역시 최종 목표는 테슬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운전을 대체하는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차량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동일하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모빌아이는 규제 친화적이고 보수적인 경로를 택해왔다. 개별 기능 단위로 검증 가능한 ADAS를 확산시키고, 그 위에 점진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센서 중복성과 안전 논리를 강조해왔고, OEM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 범용 솔루션을 설계해왔다. 이는 단기간에 대규모 양산을 가능하게 했고, 실제로 전 세계 다수의 차량에 모빌아이 기반 ADAS가 탑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방향은 동시에 구조적 제약을 내포한다. OEM마다 차량 구조와 정책이 다르고,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범위 역시 모빌아이가 통제하기 어렵다. 기술은 고도화될 수 있으나, 학습과 배포의 속도는 OEM 협업 구조에 묶이게 된다.

2. LV.5에 가장 가까운 건 테슬라

현재 시점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 기술적·경험적 기준을 모두 고려하면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했고, 이를 통해 대규모 플릿에서 발생하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며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넘어, 학습 속도와 반복 주기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기술적 완성도나 무인 주행 실적만 놓고 본다면, 웨이모가 앞서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웨이모는 고가의 라이다 센서에 의존하고 있어 비용 구조상 대중적 확장이 어렵다(모빌아이 역시 LV.3부터 라이다 센서가 중요해짐. 다만 라이다 센서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추후에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음). 반면 테슬라의 AI 칩과 카메라 중심 전략은 장기적으로 대중 차급까지 즉시 확장 가능한 경로를 제시한다(데이터 파이프라인은 테슬라가 더 유리함). 이는 OEM 입장에서 훨씬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중요한 점은 테슬라가 기술을 외부에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라, 자율주행이라는 시스템 전체를 소유하려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데이터 수집, 학습, 배포, 업데이트까지 하나의 폐쇄된 루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좁혀지기보다 오히려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구조 자체가 테슬라를 LV.5에 가장 가깝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3. 테슬라 외에도 존재하는 강한 경쟁 구도

테슬라가 현재 자율주행 완성도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와, 자율주행 시장이 테슬라 중심으로 단순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테슬라 외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로컬 OEM과 기술 기업, 그리고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내부 개발 조직이 동시에 LV.4~5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율주행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일부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사용 환경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보면 이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막대한 내수 시장과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로컬 기업들은 빠른 실험과 반복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최소한 경쟁자의 수를 줄이지는 않는다. 전통 OEM들 역시 테슬라와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렵더라도, 자율주행을 완전히 외주화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경쟁자가 많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하나는 자율주행 기술이 특정 기업만의 전유물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승자 독식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즉,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곧바로 다른 모든 플레이어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다자 경쟁 구도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이후, 기술 자체의 희소성을 빠르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OEM 업체들의 변화

전통적인 OEM 업체들의 태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빌아이와 같은 외부 공급업체를 통해 ADAS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개발 비용을 줄이고, 검증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차량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단순히 외부 솔루션에 의존하는 전략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OEM들은 두 갈래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테슬라의 접근 방식을 참고해 자율주행 스택을 내부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다. 완성도는 낮더라도 데이터와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영역에서는 외부 기술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내재화를 염두에 두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모빌아이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일 수 있으나, 핵심 경쟁력을 영구적으로 위임받는 위치에 서기는 어렵다.

만약 특정 OEM이 테슬라 수준의 자율주행 경험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면(혹은 테슬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경쟁 구도는 급격히 변한다. 소비자는 LV.2~2+ 수준의 ADAS보다 실제 주행을 대신해주는 경험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시장의 기준선을 끌어올린다. 이 경우 다수의 OEM이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며, 자율주행 기술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필수 요건으로 바뀐다.

5. 과반수

자율주행 차량이 전체 차량의 과반수를 넘어서는 시점은 기술적으로도, 산업 구조적으로도 중요한 변곡점이다. 전 세계 차량 대수를 약 18억~20억 대로 가정하면, 과반수는 약 9억 대에 해당한다. 이 정도 규모는 초기 확산 단계가 아니라 사실상 성숙 단계에 가까운 수치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자율주행의 난이도는 오히려 낮아진다. 도로 위의 행동 주체 대부분이 AI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인간 운전자의 불확실한 행동 패턴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학습과 예측을 더 쉽게 만들고,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인다. 자율주행은 느리게 발전하는 기술이 아니라,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빠르게 수렴하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 시나리오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자율주행이 과반수를 넘는 순간, 그 기술은 희소한 프리미엄 자산이 아니라 보편적 인프라에 가까워진다. 기술 그 자체로 남길 수 있는 초과이익은 급격히 줄어들고, 가격은 원가 중심으로 수렴한다. 이 단계에서 이익을 가져가는 주체는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플릿을 보유하거나 데이터와 서비스 구조를 지배하는 쪽이 된다(엣지 케이스가 남아있으므로 그 엣지 케이스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음).

6. 무형자산과 밸류에이션

모빌아이의 재무 구조는 표면적으로 안정적이다. 현금 보유액이 많고, 부채 부담도 크지 않다. 손익계산서 상 순이익은 마이너스일 수 있으나, 무형자산 상각과 감가상각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 현금흐름은 플러스에 가깝다. 장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체력 자체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자산 구성 측면에서 보면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전체 자산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는 청산 가치 관점에서 방어력이 약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이 산업 표준으로 굳어지지 못하거나, 경쟁 구도 변화로 가격 결정력을 잃을 경우, 자산이 밸류에이션을 지지해줄 여지가 크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불확실성의 성격이다. 자율주행은 불확실성이 큰 산업이지만, 모빌아이의 경우 그 불확실성이 높은 리턴으로 귀결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경쟁자는 너무 많고, 승자 독식 구조도 명확하지 않다. 이미 LV.2 수준의 ADAS는 시장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고, 이는 더 이상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영역이 아니다. 미래 성장 스토리는 존재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약 82억 불)에서 이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7. 마무리

정리해보면 모빌아이는 기술적으로는 LV.5를 향한 방향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다수의 OEM과 협업하며 범용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는, iOS와 안드로이드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한다(데이터를 온전히 취할 순 없으므로 완벽한 비유로 볼 수 없지만). 만약 자율주행의 최종 국면에서도 다수의 OEM이 모빌아이를 선택하고, 그 구조가 장기간 유지된다면 현재 밸류에이션 대비 리턴 기대값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모빌아이의 방향성을 믿는다면 투자를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필자는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 자율주행의 공식이 하나로 수렴한다면, 그 공식은 테슬라식 수직 통합과 데이터 통제 구조에 더 가까워 보인다. 반대로 여러 주체가 동시에 LV.4~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에서는 기술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시스템을 비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을 종합하면, 모빌아이는 리스크 대비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라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PS – 소비자 입장에선 FSD가 최대한 빠르게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시놉시스, 반도체 산업의 조용한 승자
미국 자동차 문화, 드라이브가 일상인 나라
자율주행시대, 자동차보험은 어떻게 변화할까?
굿이어 타이어 분석, 애매한 포지션
앨리슨 트랜스미션 분석, 디젤과 전기 사이에서

댓글 남기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