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전쟁의 명분과 실제 전략적 동기가 항상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제정치에서 군사 행동은 대체로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제시되는 명분이 존재하고, 그 뒤에는 훨씬 복합적인 전략적 계산이 작동한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특정 군사 시설이나 핵 프로그램이 문제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실제 정책 판단에는 에너지 질서, 지역 패권, 그리고 글로벌 경쟁 구도까지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표면적으로 가장 강조되는 이유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핵 개발 문제는 오랫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강하게 제기해 온 사안이며, 국제사회에서도 비교적 명확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쉬운 명분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이 등장할 경우 중동의 군사 균형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핵무장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고, 이는 중동 전체의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한다는 논리는 군사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그러나 전쟁의 배경을 핵 문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미국의 중동 정책은 오랫동안 에너지 질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이 핵심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에너지 흐름을 통제하는 구조 자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세계 원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중동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운송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로 평가된다. 이란이 이 해협에 대해 군사적 압박 능력을 유지하는 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안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란의 군사 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단순한 군사 문제를 넘어 에너지 질서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여기에 글로벌 전략 경쟁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최근 국제 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장기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 중 하나이며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특히 제재 환경 속에서도 이란산 원유가 일정 부분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군사적·경제적 능력이 약화될 경우 중국의 에너지 전략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정책을 단순히 중국 견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지만, 중동 문제 역시 글로벌 전략 경쟁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중동 내부의 권력 구조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란은 오랫동안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국가들은 이러한 영향력 확대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해 왔다. 종파 갈등은 종종 정치적 경쟁과 결합하며 지역 패권 문제로 확대된다. 이란의 군사 능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사우디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사우디 역시 전면적인 지역 전쟁이 발생할 경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므로 이란을 견제하는 것과 전쟁의 확산을 막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복잡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스라엘은 이란과 가장 적대적인 국가임).
그럼, 이 전쟁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군사력의 격차를 고려하면 단기전으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군력, 정보 자산, 정밀 타격 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 공습 단계에서 이란의 주요 군사 자산이 상당 부분 약화되었다. 실제로 전쟁 초기에는 비교적 강한 반격이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 강도는 눈에 띄게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군력과 정보 능력에서 열세에 있는 국가가 초기 타격 이후 동일한 수준의 반격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란의 군사적 대응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상 통제 문제 역시 단기전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변수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인데, 실제 상황을 보면 완전한 봉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선박 운항이 위축되거나 보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군사적 보호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항로 이용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충돌 과정에서 이란 해군 전력이 괴멸에 가까운 수준에 피해를 입었으므로 해협 전체를 장기간 봉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기뢰, 드론, 고속정이 있으므로 단기간은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이런 조건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전쟁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적 구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오랜 기간 제재를 받아 왔으며 국가 재정 여력이 충분한 편은 아니다. 장기전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무기 생산과 병력 유지, 보급 체계, 경제 충격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장기전을 지속하려면 외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제 환경에서는 그런 지원이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다. 러시아는 다른 전쟁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제적 여력 역시 넉넉하지 않다. 중국 역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는 이란이 장기적인 군사 충돌을 유지하기보다 일정 시점 이후 협상을 통해 긴장을 관리하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전쟁 초기 이란이 선택한 공격 방식은 전략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전쟁 당사국 사이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대응이다. 그러나 인근 중동 국가의 시설이나 영토를 공격하는 선택은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러한 행동은 전쟁을 단순한 양국 충돌에서 지역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은 세계 경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시설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군사 행동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란의 공격은 중동 국가들뿐 아니라 외부 강대국들의 개입 명분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긴장을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외교 환경은 이란에게 점점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필자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최대 악수가 인근 국가 정유 시설 공격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전쟁이 반드시 단기간에 종료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단순히 핵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란의 군사 네트워크와 지역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 정치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아 왔다. 사법 개혁 논쟁과 여러 정치적 갈등 속에서 국내 정치 환경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정권의 안정성 역시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대규모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정치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 전쟁 상황에서는 정치적 논쟁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안보 문제로 이동한다. 내부 정치 갈등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면서 지도자는 강경한 안보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는 환경을 얻게 된다. 특히 이란과 같은 장기적 위협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경우 정치적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군사 작전을 지속하면서 이란의 군사 능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전략이 네타냐후에겐 유리하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전쟁의 형태다. 정규군 간의 전면전이 아니라 드론 공격, 미사일 타격, 해상 교란 등 비대칭 방식의 충돌이 이어질 경우 군사 충돌은 명확한 종결 없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정규전에서 열세에 있는 국가들은 이런 방식의 대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충돌은 승패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을 종합하면 충돌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정리될 가능성은 높지만, 장기전으로 갈 확률도 배제하긴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인 판단은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을 권장한다.
PS – 필자의 관점에서는 단기전으로 정리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대략 단기전 70%, 장기전 30% 정도의 확률로 판단하고 있다. / 천궁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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