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워렌 버핏의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투자와 모니쉬 파브라이의 워리어 멧 콜 투자를 보고, 유가와 석탄 가격의 주기적 반등을 노린 전형적인 타이밍 매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이 집행한 자금의 규모와 집중도, 그리고 피투자 기업의 내부 자산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이는 단순한 사이클 추종이 아닌 것 같다. 두 대가의 베팅은 매크로 환경의 급격한 균열 속에서 절대적인 대체 불가능성을 지닌 핵심 실물 자원의 구조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가 마주한 급변하는 시대의 본질은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인위적인 공급 억제와 강제적인 에너지 전환 요구가 맞물린 모순적 환경일 수 있다. 전 세계는 탄소 중립과 ESG 가이드라인을 강력하게 도입하며 화석 연료 산업으로 향하던 제도권 금융의 자본줄을 원천 차단하는 추세다. 과거의 원자재 사이클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수많은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아 신규 광산을 개발하고 유정을 시추하며 스스로 공급 과잉을 만들어 사이클을 파괴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인허가 규제와 금융권의 자본 조달 거부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신규 공급이 물리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와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면서, 안정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안보 자산의 가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상되었다. 버핏과 파브라이는 이처럼 공급의 자정 작용이 마비된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기존 우량 자산을 선점한 독점적 플레이어들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게 아닐까?
워렌 버핏이 선택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핵심은 미국 셰일 오일의 심장부인 퍼미안 분지에서 확보한 독보적인 점유율과 토지 자산의 질로 요약된다.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나 공급망 붕괴로 인한 단기 유가 향방에 주목하지만, 버핏은 유가가 어떤 궤적을 그리든 상관없이 가장 낮은 한계 비용으로 가장 확실하게 원유를 뽑아낼 수 있는 인프라의 독점력에 집중했을 수 있다. 퍼미안 분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이 뛰어난 오일필드 중 하나로 꼽히며, 옥시덴탈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시추 데이터와 물류망을 바탕으로 고효율 생산 역량을 증명해 왔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과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분열된 국제 정세 속에서, 실물 자산을 직접 통제하고 가공하는 기업은 강력한 방어 기제를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옥시덴탈이 가진 자산의 확장성은 단순히 현재 증명된 매장량의 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셰일 분지의 일차적인 개발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규 시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재수압파쇄법이라는 고도화된 기술적 카드를 쥐고 있다. 기존에 이미 시추를 끝내고 압력이 낮아져 생산량이 감소한 유정에 신기술을 적용해 다시 압력을 가하고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잔여 원유를 대량으로 끌어올리는 이 방식은, 천문학적인 자본이 소요되는 신규 탐사 및 인프라 구축 리스크를 회피하게 해 줄 잠재력이 있다. 최소한의 자본 지출로 이미 확보된 자산에서 추가적인 현금 흐름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적 해자를 가졌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버핏은 이처럼 고도화된 자산 통제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에 부를 보존하고 증식하는 수단을 확보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모니쉬 파브라이가 단행한 워리어 멧 콜 투자 역시 자산의 성격과 산업 내 위치를 고려하면 동일한 논리 구조를 공유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발전용 석탄과 달리 워리어 멧 콜이 생산하는 자원은 글로벌 인프라 건설과 대규모 제조업의 뼈대가 되는 철강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탄이다. 전기로가 존재하지만, 고품질의 강철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고로와 전기로는 당분간 공존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규제는 원료탄 광산 개발마저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존에 고품질 광산을 확보한 소수의 플레이어들에게 강력한 진입 장벽과 구조적인 공급 제약이라는 독점적 환경을 제공한다.
워리어 멧 콜의 진정한 파괴력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루 크릭 프로젝트의 완공을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로 인해 타사들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이뤄진 이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가동은 기업 전체 생산량을 기존 대비 50% 이상 증대시키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가져올 여지가 크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수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블루 크릭 광산이 전 세계 원료탄 광산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비용 곡선을 자랑하는 고품질 매장지라는 사실이다. 자원 공급망이 극도로 불안정해진 시대에 비용 우위를 점한 대규모 광산을 소유했다는 것은 향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최악의 하락 사이클이 도래하더라도 홀로 마진을 남기며 생존하여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흡수할 수 있는 절대적 해자가 될 수 있다.
PS – 이래서 쉽게 따라 투자하면 큰코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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