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명품 가방이나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쇼핑하다 보면 독점 수입원이나 백화점 매장이 아닌 곳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때 상품 설명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어가 병행수입이다. 병행수입은 같은 브랜드의 진품을 공식 수입업자가 아닌 제3자가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행위를 의미한다. 언뜻 들으면 정식 경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국가에서 허용하는 정식 수입 방법 중 하나이며 소비자에게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큰 이점을 제공하는 중요한 경제적 장치로 작동한다.
병행수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점 수입권자의 존재를 살펴봐야 한다. 해외 유명 브랜드 본사는 대개 특정 국가에서 자신의 물건을 독점적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한 업체에 부여한다. 이를 독점 수입권자라고 부르며,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의 한국 지사나 대형 유통사가 이 역할을 수행한다. 독점 수입권자는 본사로부터 물건을 대량으로 떼어와 마케팅을 하고 백화점에 매장을 내며 사후 서비스인 A/S를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광고비와 매장 운영비, 인건비가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된다.
반면 병행수입업자는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현지 아울렛이나 도매상 또는 세일 기간의 편집샵 등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이렇게 확보한 진품을 국내로 가져와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일반 판매자의 자격으로 유통시킨다. 독점 수입권자가 설정한 높은 마진이나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므로 병행수입 제품은 공식 매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똑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품질의 가방이 유통 경로의 차이만으로 가격표가 달라지는 현상이 여기서 발생한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근거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라는 개념에 있다. 이는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상품을 시장에 한 번 판매하여 대가를 받았다면, 그 이후 그 상품이 다시 재판매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즉, 브랜드 본사가 이탈리아의 도매상에게 적법하게 물건을 팔았다면, 그 물건을 한국의 병행수입업자가 다시 사서 한국 소비자에게 파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 역시 1995년부터 수입 공산품의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전면 허용하기 시작했다. 만약 독점 수입업자만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면 그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독점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병행수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가격이다. 브랜드와 제품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공식 판매가보다 20%에서 많게는 5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식 수입업자가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특정 색상이나 디자인, 혹은 한정판 모델을 병행수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다양성 측면의 장점도 존재한다. 유통의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지며, 이는 시장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낮은 가격 뒤에는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몇 가지 그림자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사후 서비스인 A/S의 불편함이다. 백화점 매장이나 브랜드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는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통해 수익을 남긴 고객이 아니기에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설 수리점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거나, 판매업자가 연계해준 특정 수리점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된다.
가품, 즉 짝퉁에 대한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진품을 들여오는 것이지만, 일부 악덕 업체들이 병행수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가품을 섞어 파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공식 수입원은 본사로부터 직접 물건을 받기에 가품 논란에서 자유롭지만, 병행수입은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공급망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판매자의 신뢰도를 꼼꼼히 확인하고 관세청 통관 표지인 QR코드가 부착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친 제품에는 QR코드가 담긴 인증 마크를 부착할 수 있게 하여 소비자가 이를 스캔하면 수입자, 품명, 통관 일자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병행수입 제품이 밀수품이 아니며 적법한 세금을 내고 들어온 진품임을 국가가 간접적으로 확인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개념 중 하나가 해외 직구와 병행수입의 차이다. 해외 직구는 소비자가 외국의 쇼핑몰에서 직접 결제하여 물건을 집으로 배송받는 형태인 반면, 병행수입은 전문 업체가 미리 물건을 대량으로 수입해 국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발송하는 형태다. 따라서 병행수입은 해외 직구보다 배송 속도가 훨씬 빠르고 국내 전자상거래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 절차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병행수입 제품을 현명하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저가만을 쫓기보다 판매 업체의 업력과 소비자 평판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상품 구성품에 정품 보증서나 케이스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고가의 명품일수록 자체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품일 경우 몇 배의 보상을 약속하는 믿을만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PS – 개인적으론 병행수입 제품은 찝찝해서 잘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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