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에 대한 개인적 고찰

상속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이미 소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자산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특히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진 환경에서는 고세율이 자산가의 이탈을 유도하고, 그 결과 투자와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사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 일부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크게 낮추었고, 자본 유치를 위해 세제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자본과 기업가를 붙잡는 것은 단순히 세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일정 부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를 단순히 이중과세라는 논리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상속세가 과세하는 대상은 소득이 아니라 부의 이전이며, 정책적으로는 자산 집중 속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자본을 낳는 구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정 시점 이후에는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 이 과정에서 상속이 반복되면 경제적 출발선의 차이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의 형식은 유지되지만 실제 경쟁의 의미는 약해질 수 있다. 시장 참여자의 상당수가 이미 결정된 결과 위에서 경쟁하게 되는 구조는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본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순환하는 구조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과 기술은 기존 자산 구조의 바깥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철도, 석유, 자동차, 반도체, 인터넷, 그리고 최근의 인공지능 산업까지 대부분의 혁신은 기존 자본 질서와 무관하거나 때로는 충돌하면서 성장했다. 자본이 특정 집단에 장기간 고착될 경우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왔고, 이 과정에서 자본의 이동과 재배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상속세가 높을수록 항상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산의 해외 이전이나 복잡한 절세 구조가 증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거래 비용이 상승하고,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이 투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율이 높아질수록 세수 역시 증가하지만 동시에 회피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최적의 균형 지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율 자체가 아니라 자본이 얼마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순환하는지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속세가 일정 수준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산의 순환은 필요하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부패하듯이 자본 역시 지나치게 고착되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이면 시스템은 붕괴함). 자본의 축적은 중요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참여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산 이전이 완전히 자유로운 구조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이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속세의 목적이 단순한 이전지출 확대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강점은 분산된 개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개인이 소액으로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초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속세로 확보된 재원이 이러한 영역에 사용된다면 자본의 순환 속도는 높아질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 기존 산업의 일부는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은 상승하지만 동시에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특정 산업에 속해 있던 인적 자본은 단기간에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완전히 자유방임적인 구조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쟁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서는 실패 역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중요한 점은 실패 이후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에서는 개인이 보다 높은 변동성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 반대로 실패가 곧 퇴출을 의미하는 구조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위험 회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경제 전체의 기대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재분배 정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원의 목적이 장기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면 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미친 짓임). 재교육, 이동 비용 지원, 창업 초기 자금 접근성 개선, 실패 이후 신용 회복 장치와 같은 요소는 경쟁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경쟁 참여자의 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필자는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이 자본 축적의 유인, 신규 참여자의 진입 가능성, 실패 이후 재참여 가능성이라는 세 요소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상속세는 이 균형을 조정하는 여러 정책 도구 중 하나에 가깝다. 세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자산 집중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지나치게 높으면 자본 형성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이동하기보다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경제의 경쟁은 때로는 개인에게 결핍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쟁이 없는 구조에서는 효율성의 개선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등장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경쟁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창출된 부가가치는 사회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이상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은 경쟁을 제거하는 구조가 아니라 경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다시 경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시스템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실패 이후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구조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경제 구조 설계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러한 균형이 유지될 때 자본주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PS – 어쩌면 이 글의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쉽게 구축되지 못하는 이유는, 눈앞의 이익이 장기적인 구조 개선보다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는 그 이기심을 자극하며 성장해 온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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