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픽하는 것들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한다. 유행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나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은 투자 시장에서 소비재 섹터를 바라볼 때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소비재 투자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제품을 선택하고 그 인기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는데, 스스로 대중의 기호와 일치하지 않는 취향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불리한 조건이 된다. 만약 내가 대중이 무엇에 열광할지 즉각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을 갖췄거나 트렌드에 민감한 감각을 지녔다면 소비재는 나의 주력 투자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하기에 소비재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재 투자를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강력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알기 때문이다. 소비재 투자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제품의 유행 주기를 예측하는 일이다. 수많은 제품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대개는 짧은 호황을 누리다 소멸하지만, 그중 극소수의 제품만이 살아남아 주기를 길게 이어가며 기업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다. 투자자로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장수 제품을 보유한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다. 짧은 유행에 편승해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선택받는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집중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을 식별하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고유한 방법론은 나의 픽과 대중의 픽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트렌드에 무디며 나의 취향은 대중적인 선호와 어긋날 때가 훨씬 많다. 그런데 가끔 나의 선택과 대중의 선택이 정확히 일치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며, 이 현상을 매우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트렌드에 민감하든 그렇지 않든, 혹은 세련된 감각을 가졌든 투박한 취향을 가졌든 상관없이 모두가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감각이 날카로운 이들부터 나처럼 무딘 사람까지 동시에 매료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면, 그것은 이미 특정 유행의 범주를 넘어선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제품군은 유행의 주기가 상당히 길게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일시적인 자극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나 기능이 대중의 깊은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곧 그 제품이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재 기업을 찾아내 분석해보면, 당장의 주가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지 않아 보일 때가 많다. 시장은 이미 그 기업의 견고함을 인지하고 높은 가격을 매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와는 별개로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훌륭한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필터는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소음과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 시장에는 연일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나의 둔감한 감각조차 자극하지 못하는 것들은 과감히 배제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대중도 인정하는 좁은 영역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이 투자 시에는 오히려 더 유용하게 작동한다. 능력의 범위가 좁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가장 확실한 기회만을 포착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PS – 중요한 건 나만의 방법을 찾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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