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활을 사티아 나델라의 공으로 돌리지만, 그 토대는 이미 스티브 발머 시절에 놓여 있었다.
1. 주요 사업 전략
스티브 발머는 2000년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CEO에 취임했다. 그는 기존의 윈도우-오피스 중심 사업을 수익 기반으로 지키는 한편, 새로운 시장 개척을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여 기업용 서버, 도구,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게임 콘솔(Xbox),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Zune), 검색 엔진(Bing), 스마트폰 플랫폼(윈도우 폰), 태블릿(Surface) 등 새로운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PC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종합 IT 기업으로 변모시키려는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2. 재무 성과
스티브 발머 재임 14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안정적이고 견조한 재무 성장세를 유지했다. 2000년경 연 매출 약 230억 달러 규모이던 회사는 2013년에는 약 78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매출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했다. 연간 순이익도 약 94억 달러 수준에서 218억 달러 수준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13년경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70억 달러에 달했다. 높은 수익성과 현금창출력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기도 했다. 2003년 사상 최초로 정기 배당을 도입했고, 2004년에는 주당 3달러(총 320억 달러 규모)의 특별 배당을 실시하여 초과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었다. 재무 성과 측면에서 볼 때 발머의 경영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사업 모델 다각화
발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신사업을 출범시켰다:
- 윈도우(Windows)와 PC 소프트웨어: 발머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오피스(Office)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회사 핵심 제품의 수익성을 공고히 했다. 2001년 출시된 윈도우 XP는 크게 성공했지만, 2007년 윈도우 비스타는 성능 문제로 실패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2년 태블릿 시대에 대응하고자 출시한 윈도우 8도 과감한 UI 변화로 혼란을 초래하며 기대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
- 게임 & 콘솔(Xbox):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확장시키고자 2001년 Xbox 게임 콘솔을 출시했다. 초기 Xbox 사업은 막대한 투자로 손실을 보았으나, 2005년 차세대 Xbox 360을 내놓으며 콘솔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Xbox는 발머 재임기의 대표적인 성공 다각화 사례로 평가받는다.
- 온라인 서비스 & 검색(Bing): 구글이 주도한 인터넷 검색 시장에 대응하여,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새 검색 엔진 빙(Bing)을 출시했다. 하지만 구글에 대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검색 분야에서 고전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Bing과 MSN 등 온라인 서비스 부문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내며 “돈 먹는 사업”으로 지적받았다.
- 모바일 사업(스마트폰 & 태블릿): 발머 재임기 가장 도전적이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기록된 부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혁명에 뒤늦게 대응했다. 2010년에 가서야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윈도우 폰 7 OS를 출시했으나, 이미 iOS와 안드로이드가 주도권을 잡은 뒤였다. 앱 생태계 부족과 제조사 지원 미흡 등의 문제로 윈도우 폰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태블릿 분야에서도 서피스(Surface)를 2012년 선보였지만, 초기 모델은 재고 누적으로 9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 클라우드 & 기업 서비스: 발머 시절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진출이다. 2010년경 시작된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은 아마존 AWS에 비해 뒤처졌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방대한 기업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점차 성장했다. 발머는 전통적인 서버 소프트웨어 사업을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Office 365 같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 기타 인수 및 사업: 발머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형 인수합병도 다수 단행했다. 2011년에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를 약 85억 달러에 인수하여 윈도우/오피스와 통합했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회사 aQuantive(2007년, 60억 달러)나 노키아 휴대폰 사업(2013년, 72억 달러) 인수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져 상당액을 손실 처리했다.
4. 조직 문화 및 리더십 스타일
스티브 발머의 리더십 스타일은 전임자인 빌 게이츠와 상당히 달랐으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 문화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발머는 특유의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카리스마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영업/실적 지향적인 문화로 흐르는 부작용도 있었다.
발머 리더십의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사내 인사 평가 제도와 경쟁 문화였다. 발머는 재임기간 동안 ‘스택 랭킹(활력 곡선)‘이라 불린 인사고과 시스템을 운영했는데, 이는 모든 부서에서 일정 비율의 인원을 강제로 하위 등급으로 분류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동료들과 협력하기보다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에 놓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포장하는 데 급급해졌다는 내부 증언들이 나왔다. 이러한 성과주의의 그늘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남은 이들은 위험 회피적이 되어 과감한 도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5. 주가 흐름
스티브 발머 재임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흐름은 한마디로 정체였다.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급락했고, 이후 2013년까지 10여 년간 큰 폭의 상승 없이 지지부진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 기간 매출과 이익이 몇 배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실적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정체했던 것이다.

이러한 주가 부진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했다. 주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는 회사의 주가가 오르지 않자 경영진을 비판했다. 2011년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아인혼은 공개적으로 “발머가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의 존재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에는 행동주의 펀드인 밸류액트(ValueAct)가 대량 지분을 취득하고 경영진 압박에 나섰다. 시장 반응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은 2013년 8월 발머가 퇴임 의사를 발표한 날이었다. 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7~8% 급등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발머의 퇴진을 호재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발머 시기 주가가 부진했던 이유로는 위에서 자세히 논의한 모바일 등 신성장 분야 실패로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낮았던 점, 그리고 애플, 구글 등 경쟁사 대비 혁신 이미지를 잃은 점 등이 꼽힌다.
6. 퇴임 이후의 평판
스티브 발머가 2014년 초 CEO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그의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냉정하고 부정적이었다. 언론과 업계에서는 발머를 ‘모바일 시대를 놓친 CEO’ 등으로 묘사하며, 그의 14년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었다. 일부 투자 전문지는 주가 정체와 스마트폰 실패 때문에, 발머를 ‘최악의 CEO’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발머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일부분 생겨났다. 그가 물러난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되자, ‘사실 발머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 성공’이라는 시각이 제기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늘날 핵심 사업인 애저(Azure) 클라우드와 Office 365 같은 사업은 발머 재임기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발머는 모바일 산업 진출에 실패했을지언정, 회사의 재정 건전성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유지하며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한 CEO로 볼 수 있다.
- 발머는 퇴임 이후 프로농구팀 LA 클리퍼스 구단주로 활약하고, 발머 그룹을 설립해 자선활동에 기부하며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실패도 있었지만, 발머가 했던 사업과 그에 따른 실적 그리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봤을 때 그는 뛰어난 경영자였다. 단지 다수가 색안경을 끼고 봤기에 그 진가를 몰라봤을 뿐이다. 다수가 옳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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