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중심의 생산 기반 위에 탄소 포집 기술을 더한 옥시덴탈은, 에너지 산업의 과도기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기업이다.
- 필자는 원래 석유 기업을 선호하며 이미 보유 중이다. 따라서 이 분석은 다소 편향적일 수 있으니 하나의 의견으로만 참고하길 바란다.
- 2025년 10월 업데이트 내용: 워렌 버핏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석유 화학 부문(옥시캠)을 97억 달러에 인수했다.
1. 효율과 성장
비키 홀럽 CEO의 자본 전략은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반한다. 부채 상환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을 자본지출과 배당, 마지막을 자사주 매입으로 배치한다. 이 원칙은 업황 호황기와 불황기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유지되며, 유가 변동성이 큰 산업 환경에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아나다코 인수 직후 옥시덴탈의 총부채는 729억 달러를 넘었지만, 이후 현금흐름을 활용한 상환 전략을 지속하여 2024년 중반 기준 440억 달러 수준까지 줄였다.
이러한 기조는 불황기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5~2016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을 때 다수의 경쟁사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반면, 옥시덴탈은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비용 절감과 자본지출 축소, 운영 효율화를 통해 위기를 관리했다. 결과적으로 숙련 인력을 유지했고, 이후 유가 회복기에 생산성과 실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2020년엔 통합에 따른 감원이 있었음). 2022년 이후 유가가 다시 조정기에 들어섰을 때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었다.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부채 축소를 계속하며, 단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보다 장기적 재무 안정성을 우선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장성이 뚜렷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규모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2019년 아나다코 인수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약 380억 달러 규모의 인수에서 옥시덴탈은 경쟁자인 셰브론을 제치기 위해 버크셔 해서웨이로부터 100억 달러의 우선주 투자를 확보했고, 주주 승인 절차를 생략해 행동주의 투자자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아나다코의 퍼미안 분지 자산 확보가 장기 현금흐름에 기여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영 판단의 정당성을 입증했다.
2024년에는 약 120억 달러를 투입해 크라운록을 인수했다. 당시 유가는 하락 국면이었지만, 향후 5~10년 내 글로벌 원유 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저비용 생산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 석탄에서 석유, 석유에서 전기 에너지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은 석탄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이동성과 에너지 밀도에서 우위를 가진 석유가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석탄을 대체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 에너지원이 되었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에 머물지 않고, 석유화학 제품·비료·플라스틱 등 각종 산업의 원재료로 자리 잡았으며, 달러 결제 체제와 결합해 금융·통화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 사회에서 석유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이 자원의 범용성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석유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이 전 지구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선진국은 석유 대체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전기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나, 전기는 1차 에너지원이 아니라 2차 에너지 형태이므로 생산 과정에서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기술적 제약과 경제성 문제로 인해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여전히 석유가 우선된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대표적이다.
석유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탄소포집(CCUS), 재생에너지 투자 등 신사업을 추진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존 자산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규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는 줄어들었고, 그 자금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 동시에 일부 기업은 장기 공급 불균형을 예상해 인수합병을 통해 저비용 생산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무렵을 석유 수요의 정점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강력한 정책 전제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가정한 전망이다. 반대로 석유 메이저들과 OPEC은 인구 증가와 신흥국의 산업화로 인해 수요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OPEC+가 감산에서 점진적 증산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 균형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석유에서 전기로의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환이 지연되는 동안, 저비용 구조와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한 석유 기업은 여전히 투자 매력을 가질 수 있다.
3. 탄소포집
옥시덴탈은 메이저 석유 기업 중에서 탄소포집·저장(CCUS)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Oxy Low Carbon Ventures라는 자회사를 설립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핵심 프로젝트는 텍사스에 건설 중인 ‘스트라토스(Stratos)’ 플랜트로,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 DAC 시설이 될 예정이다. 이 플랜트는 2025년 상용 가동을 목표로 하며, 연간 최대 50만 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저장하거나 EOR(석유회수증진) 공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워렌 버핏의 옥시덴탈 투자 배경에 탄소포집 사업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탄소포집은 아직 초기 단계의 산업으로,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크다. 대규모 상업화 경험이 거의 없고, 향후 어떤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선진국 모두가 탄소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관련 기술은 빠르게 진화할 수 있지만, 그에 따라 경쟁 강도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특성 가진 시장에서 어떤 한 기업이 독점적 우위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탄소포집은 옥시덴탈의 가치 평가에서 핵심이 아니라 선택적 옵션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현금흐름은 여전히 퍼미안 분지 등 저비용 석유 생산 자산에서 발생한다. 스트라토스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신사업으로 발전할 수는 있으나, 투자 관점에서는 보조적 요소일 뿐 주된 가치 원천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4. 마무리
단기적인 관점에서 옥시덴탈의 재무 구조를 보면 참 투자하기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10년치를 쭉 놓고 보면 부채를 늘리고 줄이고, 효율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눈에 띄어 CEO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CEO가 석유 업계 시장을 완벽히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포커 선수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회사를 좋게 보고 있으며 이미 투자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기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기 때문에 석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면 투자를 권하기 어렵다. 애초에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변동성을 마주하면 결국 뇌동매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PS – 평균 매수단가는 33불이다(매도했고, 그 자금으로 트랜스오션에 투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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