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영역이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군사적 명장이나 파괴적인 혁신을 이루어낸 사업가들은 예외 없이 사람을 다루고 배치하는 일에 극도로 능한 모습을 보였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은 단순히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거대한 집단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였다. 아무리 뛰어난 자원과 정교한 전략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인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조직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을 경영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리더에게 용병술은 단순한 관리 기술이 아니라, 집단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고도화된 자원 배분 전략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용병술의 핵심은 단순히 재능이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수집가적 역량에 머무르지 않는다. 진정한 안목은 각 개인이 가진 강점과 약점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을 조직의 목적에 맞게 조합하는 설계 능력에서 드러난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라 할지라도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환경에 놓이거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에 갇히면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쉽다. 반대로 개별적인 능력은 평범해 보이는 인적 자원일지라도,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 배치되면 기대 이상의 거대한 시너지를 창출한다. 결국 탁월한 리더들은 인간의 심리적 동기부여 메커니즘과 행동 양식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조직 설계를 수행했다.
특히 용병술에서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본질적인 부분은 사람을 다룰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기에 리더는 언제나 구성원의 내재적 결함이나 예측 불가능한 돌발 행동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은 인재의 치명적인 약점을 제거하려 들지 않고, 이를 다른 인재의 강점이나 제도적 장치로 상쇄하는 보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취했다. 추진력은 강하지만 세밀함이 부족한 인물 곁에는 냉철하고 꼼꼼한 참모를 배치하여 균형을 잡는 식의 안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람을 믿고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되, 그 사람이 가진 역량의 한계와 심리적 마지노선을 명확히 인지함으로써 조직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인간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거대한 조직을 흔들림 없이 지탱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병술을 깊이 파고들다 보면 유독 이 영역만큼은 후천적인 노력이나 학습만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타고난 기질의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발휘하는 대부분의 전문적 역량은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반복적인 숙달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정밀한 재무제표 분석, 복잡한 물류 공급망 설계, 혹은 기술적인 프로그래밍 같은 분야는 명확한 프레임워크와 이론이 존재하므로 후천적 훈련이 기질적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하게 해준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을 알아보고 그 마음을 움직이며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영역은 정형화된 공식이나 텍스트로 치환하기 어려운 본능적 감각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용병술이 타고난 기질에 크게 좌우되는 이유는 이 능력이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표정, 말투, 그리고 행간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동물적으로 포착하는 탁월한 인지 능력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과서적인 인사 관리 기법을 외운다고 해서 길러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복잡한 유기체를 향한 본능적인 관심과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데이터가 감각적으로 발현되는 영역에 가깝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십 이론을 학습하더라도 타인의 내면에 숨겨진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혹은 그가 가진 잠재적 리스크가 어디서 터져 나올지를 직관적으로 꿰뚫어 보는 안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극히 어렵다.
더욱이 용병술은 리더 본인이 가진 심리적 복원력이나 수용의 그릇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사람을 기용하여 일을 도모한다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배신이나 실망, 소통의 오류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동반한다. 타인의 결함이나 이기적인 본성을 마주했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대범하게 이를 수용하거나, 오히려 그 약점을 역이용해 조직의 방어벽을 짜는 심리적 단단함은 후천적 노력보다는 타고난 성향의 영역에 가깝다.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극도로 기피하거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스트레스에 취약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용병의 기술을 머리로 이해하고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사람을 과감하게 믿고 핵심 전력으로 기용하는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후천적인 배움은 용병술의 제도적 보완을 도울 뿐, 사람을 끌어당기고 그 본질을 간파하여 배치하는 핵심적인 직관까지 창조해 내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나지 못한 이들은 필연적으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필자도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내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거대한 시너지를 내는 직관적 감각은 지름길처럼 보이며, 조직 경영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질적 결여를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는 시점이야말로, 오히려 직관적 용병술보다 한층 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위대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안목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리더는 결국 한 인간이 가진 심리적 편향과 오만에 갇혀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기 쉽지만,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아는 리더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직관적 용병술의 한계를 깨달은 리더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하는 대신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견고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한 인간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며, 리더 개인의 판단 착오는 언제든 조직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거대한 리스크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안목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인간적 오류를 통제하기 위해, 사람의 선의나 역량에만 기대지 않는 정교한 구조적 방어벽을 설계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심리적 오류와 기질적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인 다중 체크 시스템을 만드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시스템적 접근은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권력이 집중되거나 감시가 부재하면 심리적 편향과 이기심에 휘둘리기 쉽다는 인간 본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제도적으로 서로를 견제하게 만들고, 성과와 보상의 메커니즘을 투명하게 동기화하며, 개인이 아닌 구조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체계는 리더 본인의 용병술적 기질이 부족하더라도 조직이 최소한의 안전마진을 확보한 채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PS – 만약 그 권력을 지닌 사람이 탁월한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