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의 중요성, 시대의 편차

운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분배 방식은 균등하지 않다. 성공과 실패는 개인의 의지보다 시대의 구조와 기회의 편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1. 운과 노력

성공과 실패를 설명할 때 사람들은 흔히 노력과 운을 대립 구조로 놓는다. 노력은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분류되고, 운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배치된다. 이 구분은 직관적이지만 실제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노력은 개인 내부에서 축적되는 속도나 자원에 가까운데, 운은 게임판 자체를 바꾸는 외생 변수다.

노력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판단 능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시장·사회·시대·체제·건강·전쟁 같은 외생 변수에 개입할 수 없다.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작은 성취를 만들지만, 큰 성취는 외생 변수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분석이나 투자에서 세밀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운의 작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개인의 의지나 계획보다 훨씬 큰 규모의 변동성을 전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노력의 효용도 결국 기회가 열려 있을 때 극대화된다. 기회가 닫혀 있거나 분배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노력은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래서 노력은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 성공 가능성을 유지하는 조건에 가깝다. 노력은 생존을 돕고, 생존은 기회를 기다리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에서 ‘버티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운은 외생 변수들의 조합이다. 출생 국가, 시대, 건강, 부모, 교육, 초기 자본, 언어, 제도, 자본시장 접근성 같은 초기 조건부터, 기술 패러다임, 금리, 전쟁, 정책, 자본 유동성, 경쟁 구조 같은 중간 변수가 운의 범주에 속한다. 이 변수들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지만 결과의 분포를 만들고, 어떤 선택지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결정한다. 노력은 선택을 만들지만 운은 선택지를 만든다.

2. 외부 압력

외부 압력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 변수들의 총합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 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결과의 방향은 외생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역사를 보면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도 다른 시대에 태어나면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버핏이 1930년대 미국에 태어나 자본시장과 회계라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운적 요소다. 같은 사람이 다른 국가·시대·체제에 태어났다면 그 능력이 자본시장으로 변환될 가능성은 낮다.

직접적인 사례도 많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초기에 자본을 축적할 기회가 없는 사람, 병에 걸려 생산 능력을 잃은 사람, 전쟁이나 체제 변화에 휩쓸린 사람, 부모로부터 지식과 문화적 자본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 등은 노력과 상관없이 출발선에서 뒤처진다. 반대로 초기 기회가 충분한 사람은 같은 노력으로 더 큰 결과를 얻는다. 이 차이는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외부 압력의 차이에서 나온다.

조직 안에서도 외부 압력은 나타난다. 회사의 게임 규칙은 개인의 기질과 무관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 규칙이 인센티브를 결정한다. 어떤 사람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어떤 사람은 관찰만 한다. 관찰형 기질은 투자에서는 장점이지만 조직에서는 실적을 만들지 않는다. 실적은 노력으로만 결정되지 않고, 인센티브·정치·정보 접근성·평가 메커니즘 같은 구조적 변수를 통해 결정된다. 외부 압력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작동한다.

3. 지나고 보니 노력보다 운이 더 중요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서사를 보면 노력과 운이 결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포를 보면 운의 비중이 더 크다. 노력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례는 많다. 노력은 필수 조건이 될 수 있지만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 반대로 운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존재한다. 이 비대칭은 운이 외생 변수를 건들기 때문이다.

투자를 10년 정도 해보니, 노력과 지식만으로 초과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지식이나 전략은 후행 변수이고, 기질·시기·환경 같은 요소가 선행 변수다. 기질은 타고나며 바뀌기 어렵고, 시장의 승자는 소수다. 기질은 관찰·추론·확률 감각·지연 만족·비동조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이런 요소는 교육 과목이 아니라 기질적 속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 확률과 분포의 문제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분포의 꼬리를 다루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성공은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운의 결과로 보인다. 성공을 자만하지 않고 실패를 죄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가 여기서 나온다. 운이 개입된 게임에서 지나친 자만은 실수로 이어지고, 지나친 절망은 생존을 포기하게 만든다. 생존이 유지되면 기회를 기다릴 수 있고, 기회는 운이 결정한다.

4. 마무리

운과 노력은 대립하는 변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한다. 노력은 속도와 생존을 담당하고 운은 기회와 분포를 담당한다. 외부 압력은 운의 하위 항목으로 작동하며 개인의 의지로는 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면 운의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된다. 운이 대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에 성공은 자만할 이유가 없고, 실패는 절망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더 잘 판단하기 위한 지식과 지혜를 쌓고, 그 판단을 반복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PS – 나에겐 지금 이 시대가 좋은 쪽으로 작용했지만, 누군가에겐 지옥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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