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옥시덴탈 투자, 진짜 의도는?

필자가 생각한 ‘워렌 버핏 옥시덴탈 투자 이유’를 정리한 글이다. 이는 다소 색다른 관점일 수 있다.

1. 왜 인수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가치투자자 워렌 버핏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 튼튼한 재무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싸게 살 수 있을 때만 매수하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런 버핏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비중을 확대한 종목은 다름 아닌 미국의 석유·가스 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4년 말 기준 옥시덴탈 지분을 약 28%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3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승인에 따라 버크셔는 최대 50%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이쯤 되면 ‘인수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이 들 법하다. 그러나 정작 버핏은 ‘전체 인수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현재 경영진에 만족하며 장기 보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왜 장기 보유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인수하지 않을까? 필자는 버핏이 옥시덴탈에 투자한 이유가 에너지원 전환기라는 특수한 국면에서 발생하는 수급 왜곡을 노린 기회주의적 투자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 버핏의 석유주 투자 역사

버핏은 과거에도 석유 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지만, 코카콜라나 아멕스처럼 장기 보유(10년 이상)한 적은 없었다.

버핏의 석유주 투자 건들 중 대표적인 사례가 엑슨모빌과 페트로차이나다. 엑슨모빌 투자건을 살펴보면, 2013년 약 4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수하고 1년 반 만에 전량 매도했다. 페트로차이나 투자건은 2002년 5억 달러를 투자해 2007년 약 40억 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버핏은 당시 CNBC 인터뷰에서 ‘회사의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싸게 거래되길래 샀고, 내재가치에 거의 도달하자 팔았다. 단순하다.’고 전한 바 있다.

버핏의 과거 석유주 투자건을 보면, 국가·정책적 요인으로 가격이 왜곡된 시점에 진입하고, 이익이 현실화되자 미련 없이 이탈했다. 필자는 옥시덴탈도 엑슨모빌과 페트로차이나와 비슷한 구조로 접근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현재 옥시덴탈이 직면한 환경이 과거 엑슨모빌이나 페트로차이나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석유 업계는 에너지 전환기를 맞이하여 ESG 압력, 국제 정책 등으로 인해 공급이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에너지 전환은 예상치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즉, 수요는 살아 있다. 공급이 억제된 상태에서 수요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 이익 스프레드는 급격하게 벌어질 수 있다. 그 시점이 버핏이 옥시덴탈을 매도할 시점이라고 본다. (매도해야 하니까, 인수를 안 하는 것이다.)

3. 왜 하필 옥시덴탈인가?

옥시덴탈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퍼미안 분지 중심의 저비용 생산 구조로 배럴당 40불 정도에서도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둘째, 미국 내 자산 위주라 지리적 리스크가 적다. 셋째, 2019년 아나다코 인수, 2023년 크라운록 인수를 통해 퍼미안 분지 자원 매장량 및 생산량을 확대했다. 넷째, 화학 부문을 보유하여 유가 하락기에도 일정 수익을 방어할 수 있다. 다섯째, CEO가 생산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 구조 건전성 확립 및 자사주 매입 등에 집중하여 주당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 버핏은 이런 상황에 놓인 기업을 좋아한다.

4. 탄소포집? 하나의 옵션

옥시덴탈은 현재 탄소포집 및 저장(CCS), 직접공기포집(DAC) 기술 등 탈탄소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IRA 법안은 DAC 기술에 대해 톤당 최대 180불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옥시덴탈은 이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 중 하나다.

혹자는 옥시덴탈의 가치가 탄소포집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비즈니스에 높은 가치를 선제적으로 부여하는 것, 이는 버핏의 투자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이를 방증하듯 2023년 버핏은 인터뷰를 통해 ‘옥시덴탈의 탄소포집을 확신하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 COF-999와 같은 새로운 탄소포집 물질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옥시덴탈이 탄소포집으로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 본다.

5. 누구보다도 계산적인 투자자

많은 투자자가 버핏의 옥시덴탈 투자를 코카콜라 및 아멕스와 같은 ‘장기 보유’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버핏의 과거 사례와 인터뷰를 보면 장기 보유보다는 치밀한 계산을 통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누구보다도 현실적이고, 상황에 따라 매우 유연하게 움직이는 계산적인 가치투자자다. 따라서 필자는 버핏이 옥시덴탈에 장기 투자가 아니라, ‘전환기적 비이성의 틈’을 정교하게 노린 베팅이라 판단한다. 워렌 버핏이 옥시덴탈을 팔기 시작하는 날, 우리는 이 투자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더욱 명확히 알게 될지도 모른다.

  • 일본의 5대 종합상사는 시스템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보이며, 코카콜라나 아멕스처럼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PS – 필자가 잘 못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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