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탈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팔았고, 버핏은 사이클을 기다리기 위해 샀다. 이 거래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이다.
1. 워렌 버핏 옥시캠 인수 내용
2025년 10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으로부터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옥시캠(OxyChem)을 약 9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거래는 전액 현금으로 진행되며, 옥시덴탈은 매각 대금 일부(약 65억 달러)를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인수 대상인 옥시캠은 미국 내 염소, 가성소다, 폴리염화비닐(PVC) 등 기초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기업으로, 북미 내 시장 점유율이 높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온 사업부다.
옥시캠의 최근 실적은 매출 약 50억 달러, 영업이익 10억 달러 내외, EBITDA는 12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EBITDA 기준으로 보면 버핏은 약 8배 멀티플에 인수한 셈이다. 일반적인 석유화학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경기 하락기에도 6~8배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한 가격이라 볼 수 있지만, 산업 사이클이 저점에 있으므로 사실상 저렴한 가격이다.
현재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은 공급 과잉의 정점에 근접해 있다. 특히 중국이 2023년 이후 에틸렌, 프로필렌, PVC 신규 설비를 대거 가동하면서 글로벌 마진이 급락했다. 옥시캠 역시 2022년 고점 이후 이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 워렌 버핏 관점
버핏에게 이번 거래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장기 자본배분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버핏은 이미 옥시덴탈의 지분 약 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이해와 투자를 이어왔다.
석유화학 산업은 일반적으로 고정비가 높고, 주기적으로 공급 과잉과 수요 회복이 반복되는 구조다. 따라서 단기 수익보다 자산의 내구성과 현금흐름 안정성이 중요하다. 버핏은 이러한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옥시캠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도 원가 변동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고,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PVC·가성소다 등 필수 산업용 소재의 판매는 일정 수준 유지된다.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크더라도 현금흐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다. 버핏이 말하는 ‘견고한 이익의 하방 방어력’을 가진 전형적인 자산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이번 거래는 매력적이다. 이익이 회복기에 들어서고 멀티플이 정상화되기만 해도 평가액은 2배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버크셔는 금리 환경이 높은 시기에도 현금이 풍부해, 차입 없이 인수가 가능하다. 시장이 긴축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위축되는 시점에서 버핏은 상대적 자금 비용 우위를 활용해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거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전략적이다. 옥시덴탈은 탄소포집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고, 그 자금은 장기간 회수되기 어렵다. 옥시캠은 반대로 즉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 버핏은 이를 매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옥시덴탈 전체에 대한 경제적 이해도를 높이고, 필요 시 후속 인수나 지분 확대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단순한 자산 거래 이상의 장기 지분 협력 구조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3. 옥시덴탈 관점
옥시덴탈의 입장은 전형적인 ‘현금흐름의 방어와 구조적 전환의 병행’이다. 2019년 아나다코 인수로 급격히 늘어난 부채는 여전히 경영 부담으로 남아 있다. 2020년 유가 폭락기에는 부채가 6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고유가 국면에서도 이를 급격히 줄이지 못했다. 현재는 400억 달러대 후반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부채는 많다.
또한 옥시덴탈은 전통적 석유기업에서 탄소 관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 대규모 DAC(Direct Air Capture) 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정부 세제혜택(IRA)과 연결된 탄소 저장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초기 CAPEX 부담이 크다. 따라서 유동성 확보는 전략적 필수조건이다. 옥시캠은 수익성이 높지만 성장이 정체된 사업부였고, 에너지 트랜지션의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옥시덴탈의 내부 시각에서 보면, 이번 매각은 손실이 아니라 ‘자본 구조의 리밸런싱’에 가깝다.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차입을 줄이고, 탄소 관리 및 저탄소 연료 분야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버크셔가 인수 주체라는 점도 안정적이다. 버핏은 이미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다. 이는 경영권 안정성과 기업가치 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화학 부문 매출이 사라지면서 총매출 규모가 줄고, EBITDA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채비율 하락, 신용등급 개선, 이자비용 절감 등 재무적 효과가 더 크다. 옥시덴탈은 이번 거래를 통해 순부채를 150억 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유가가 안정되고, CCUS 프로젝트가 세제혜택을 받기 시작하면 자본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4. 마무리
이번 거래는 겉으로 보면 옥시덴탈이 현금난 속에서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각한 사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의 자본비용, 시간 선호,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면 서로의 이해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옥시덴탈은 단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고 미래 전략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얻었고, 버핏은 공급 과잉기에 저평가된 내구자산을 장기 보유할 기회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재편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축을 가진 두 자본이 교차한 지점에 가깝다. 옥시덴탈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정리했고, 버핏은 현재의 불균형을 이용해 미래의 수익을 샀다. 시장의 단기 시선이 ‘가격’에 머문다면, 이 거래의 핵심은 ‘시간’에 있다. 버핏은 시간을 사고, 옥시덴탈은 시간을 벌었다. 이 균형이 향후 몇 년간 에너지와 화학 산업의 흐름 속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자체가 이번 거래의 진정한 의미다.
PS – 싸게 팔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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