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 개발 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쟁은 사실 관계와 정치적 목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역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처음부터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가 없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발표한 종교적 선언인 파투아다. 핵무기의 제조와 사용을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죄악으로 규정했으므로 신정 체제인 이란이 이를 어길 리 없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이란 정부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은 전력 생산이나 의료용 동위원소 제조 등 오직 평화적인 에너지 확보와 과학 발전을 위한 목적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점을 신뢰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이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핵 위협을 의도적으로 과장했다고 바라본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와 주요국 정보 당국이 축적한 객관적인 증거는 이란의 평화적 목적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란은 최소한 2003년 무렵까지 아마다 계획이라는 비밀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 설계와 기폭 장치 테스트 등 명백한 군사적 연구를 수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무기화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했거나 속도를 조절했을 수는 있지만, 우라늄 농축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온 행적은 지우기 어렵다. 이란은 60% 이상 농축된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나 의료 목적 등 평화적인 용도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가 통상 3%에서 5%, 아무리 높아도 20%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0%라는 수치는 민간 영역의 필요성을 한참 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기술적 지표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 개발 의도 자체를 부인하는 진영에서는 이란의 행위를 외교적 방어막이나 억제제, 혹은 협상용 카드로 해석하며 반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은 문제를 바라보는 타임라인과 논리적 단계를 완전히 뒤섞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논쟁의 본질이자 출발점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 기술과 물질을 확보하는 행위, 즉 핵 개발을 자행하고 있느냐는 사실 여부다. 이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그 행위를 저지르는 속사정이나 정치적 목적을 들고나와 변호하는 것은 논점을 회피하는 접근이다. 목적이 방어용이든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함이든 간에, 무기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시설을 지하화하는 물리적 행위 자체가 이미 핵 개발의 정의에 부합한다. 행위의 사실 관계와 그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외교적 이익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분리하여 판단해야 마땅하다.
이 상황은 이웃 주민이 지하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몰래 갈고 있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이웃이 자신은 누군가를 공격할 마음이 전혀 없으며 심지어 칼을 가는 것조차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주변 사람 중 누구도 그 말을 믿고 안심하지 않는다. 행동이 가진 객관적인 위험성과 본질은 숨긴 채 주관적인 평화나 명분만을 주장하는 논리는 상식적인 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다. 국제 정치 역시 상대방의 선한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보유한 물리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위협을 평가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철칙이다. 고농도 우라늄을 농축하고 시설을 요새화하는 행위는 이미 언제든 칼을 뽑아 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므로, 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기만에 가깝다.
물론 기술적 분석의 관점에서 볼 때 60% 농축 우라늄을 무기급인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탄두를 소형화하고 경량화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과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누적된 국제사회의 촘촘한 경제 제재가 이란의 자금줄을 조이고 핵심 부품 조달을 어렵게 만들면서 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정세를 초급박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으며, 제재의 효과로 인해 이란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는 정세 분석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는 제재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개발 속도가 물리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현실적 진단일 뿐, 이란이 핵을 개발할 의도 자체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외부의 압박 때문에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자발적으로 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라 둔갑시키는 논리는 인과관계를 전도한 해석이다.
PS – 체결된 MOU는 잘 이행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