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 및 배터리 공급망의 최상류에 위치한 니들코크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주요 니들코크스 공급사들이 단행한 대대적인 가격 인상은 글로벌 전극봉 시장과 전기로 제강 산업의 마진 구조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ENEOS나 미쓰비시케미칼, 일철케미컬&머티리얼 같은 일본 기업들은 초고전력 전기로용 프리미엄 흑연 전극재에 사용되는 슈퍼 프리미엄급 니들코크스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오퍼 가격을 제품군에 따라 20%에서 최대 40% 수준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하면서 하류 산업의 원가 계산기는 급격히 복잡해졌다. 특히 일철케미컬이 흑연전극봉용 니들코크스 피치 가격을 40% 올린 조치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에 따른 원연료 가격 폭등, 가혹한 물류비 상승, 그리고 장기화된 엔저로 인한 원자재 조달 비용 가중이 누적되면서 일본 제조사들이 더 이상 자체적으로 비용을 흡수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인상이 시장에서 그대로 수용되는 배경에는 일본산 프리미엄 제품이 가진 독점적인 기술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산 저가 코크스가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열팽창계수가 극도로 낮아야 하는 고품질 UHP 전극봉이나 고성능 배터리 음극재용 원료 시장에서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하류 기업들은 일본 공급사들이 제시한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소성 니들코크스 시장의 가격은 철저히 이원화되었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중국산 중심의 일반 석탄계 제품은 톤당 1,100불에서 1,300불 선에서 거래되지만, 전기로 UHP 전극봉의 필수 원료인 프리미엄 석유계 소성 니들코크스는 평균 가격이 톤당 2,700불에서 3,300불 선까지 치솟았다. 일부 독점적 스펙의 특수 제품군은 톤당 3,500불을 상회하는 오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심리적 상한선으로 조율해 두었던 톤당 3,000불 선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원료가 폭등은 전방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업계 제조원가를 생각했을 때 원료 가격이 3,000불을 넘어선 현 상황은 가혹하다. 가공 및 소성 공정을 거쳐 최종 흑연 전극봉을 생산할 때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극도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상위 플레이어조차 마진 압박을 느끼는 구간이므로 이보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발 업체들은 현재 가격대에서 생산을 계속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상류의 비용 압박이 하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제품인 흑연 전극 가격으로의 본격적인 전이는 아직 시장에서 뚜렷하게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전방 산업인 전기로 제강 시황과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심각한 시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와덴코나 도카이카본 같은 대형 전극봉 메이커들은 대형 제강사들과 보통 분기, 반기, 혹은 1년 단위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제강사들이 소비하는 전극봉은 수개월 전에 고정된 가격으로 계약된 물량이거나 과거에 비축해 둔 저가 원료로 제조된 제품들이다. 니들코크스 스팟 가격이 치솟더라도 이것이 실제 전극봉 출하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1~2분기 이상의 물리적인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 전기로 제강사들의 가동률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해 철강 시장의 수요 회복이 원가 상승세를 받쳐주지 못하는 스프레드 압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원가가 올랐다고 해서 당장 가격을 올리면 제강사들이 감산에 돌입하거나 저가 중국산으로 선회할 위험이 있어 적극적인 가격 전가를 단행하지 못하고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UHP 전극봉 가격이 톤당 4,000불대 안팎에서 완만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낮은 원가 기준으로 체결된 계약 물량들이 소화되고 하반기 진입과 함께 새로운 공급 계약 협상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 공급사들이 단행한 가격 인상분이 고스란히 원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전극봉 오퍼 가격의 하한선을 밀어 올릴 것이다. 하반기는 철강 산업의 계절적 성수기와 맞물려 전방 수요의 변화가 기대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원가 부담으로 구매를 미루며 재고를 최소화했던 제강사들이 본격적인 재고 확충에 나설 경우 고품질 UHP 전극봉 시장의 낮은 공급 탄력성 때문에 가격이 가파르게 튀어 오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이 누적된 마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미노식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므로 하반기 가격 전이는 지연된 압력이 폭발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에 프리미엄 전극봉 가격은 톤당 7,000불에서 10,000불 밴드까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
여기서 가격의 최종 향방을 가를 핵심적인 거시적 변수는 하반기에 결정될 미국의 대중국 및 대인도 전극봉 관세율이다. 미국의 레조낙 그라파이트 아메리카와 도카이카본 GE 등 현지 메이커들이 연합하여 중국과 인도산 대구경 흑연 전극봉을 대상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청구하면서 글로벌 수급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청구된 중국산 전극봉의 덤핑 마진율은 최소 38.33%에서 최대 146.72%에 달하며 인도산 역시 42.59%에서 73.40% 수준의 높은 관세율 부과가 요구되었다. 이 관세율의 예비 판정 결과가 하반기 초입인 7월과 8월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상무부가 고율의 예비 관세율을 확정 짓는다면 미국 내 제강사들은 중국 및 인도산 대안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서방 및 일본계 메이커의 프리미엄 UHP 전극봉으로 구매를 전환해야 한다. 이는 프리미엄 전극봉의 쇼티지를 극대화하여 제품 가격을 7,000불에서 10,000불 밴드의 상단으로 빠르게 밀어 올리는 트리거가 된다. 반면 관세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제강사들이 저렴한 대안품을 계속 지지대로 활용할 수 있어 가격 상단이 억제될 것이다.
그러나 관세율이 낮게 나오더라도 최종 전극봉 가격이 톤당 7,000불 선까지 도달하는 것은 필연적인 궤적에 가깝다. 일본 공급사들이 주도한 원재료 가격의 절대적인 상승으로 전극봉 제조업체들의 기초 제조원가 밴드가 완전히 위쪽으로 재세팅되었기 때문이다. 흑연화 공정에 들어가는 대규모 전력 비용과 글로벌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전극봉 가격은 고정비와 변동비 조정을 거치며 가만히 있어도 6,000불에서 7,000불 선까지 밀려 올라가는 구조다. 관세 장벽이 낮아 대안품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더라도 원가 밀어올리기 효과만으로 7,000불이라는 하한선은 강력하게 지지된다. 관세율의 높낮이는 가격의 상승 여부가 아니라 7,000불이라는 베이스라인 위에서 10,000불라는 저항선까지 얼마나 빠르고 거칠게 치고 올라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속도의 문제다.
시장이 과거 2017년처럼 스팟 가격이 2만 불을 넘나들었던 비이성적 과열 상태로 가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초과 수요의 대폭발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에 따른 하반기 전기로 가동률 급상승, 전기차 캐즘 해소 및 ESS 수주량의 추가적인 급증,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및 우크라이나 재건, 미국-이란 종전 및 중동 재건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결합되면 전 세계 전기로 가동률이 100% 가깝게 쥐어짜 지면서 제강사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프리미엄 전극봉 확보 경쟁을 벌이게 된다. 동시에 전기차와 ESS 시장의 폭발은 인조흑연 음극재 수요를 자극하여 전극봉 메이커들과 배터리 소재사들이 니들코크스 확보 전쟁을 벌이는 병목 현상을 초래한다. 대안품으로 타협할 시간적, 기술적 여유조차 사라져 시장이 광기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하반기라는 짧은 타임라인 내에 이 거대한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현실화될 확률은 10% 미만으로 보인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은 올해가 첫해인 만큼 장기적인 방향성은 확고하더라도 침체된 현지 부동산 경기와 내수 철강 수요를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당장 전기로 가동률이 수직 상승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전기차 캐즘은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와 규제 해소가 선행되어야 풀릴 문제다. ESS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배터리 셀 요구 스펙이 전기차만큼 가혹하지 않아 품질 타협이 가능하다. ESS 진영은 비싼 프리미엄 니들코크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으며 일반 석유계나 석탄계 코크스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므로 음극재 시장이 니들코크스 공급망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확률은 낮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시차가 존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더라도 종전 선언이 곧바로 철강 수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복잡한 국제사회의 이권이 얽힌 재건 자금 조달 메커니즘 설계, 피해 규모 실사, 도시 계획 등 행정적이고 법적인 페이퍼 작업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콘크리트를 붓고 봉형강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전극봉 가격을 당장 교란하기는 어렵다. 반면 미국-이란 관계와 중동 재건 수요는 단기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중동 지역은 유럽식의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거치기보다 재정 여력과 탑다운식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종전 직후 곧바로 대규모 인프라 현장에 콘크리트를 투입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과 중동 내 공급망 리스크가 맞물려 있는 만큼 이 지역의 긴장 완화가 가져올 즉각적인 인프라 복구 움직임은 철강 수요를 자극할 가시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조건들이 하반기에 일시에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2만 불 이상의 폭등 가능성은 낮다. 더불어 전방 제강사들의 원가 비중에서 전극봉이 차지하는 비율이 5% 내외에 불과해 10,000불까지는 큰 피해 없이 수용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조업 조건을 타협하더라도 품질이 다소 낮은 저렴한 대안품을 찾는 조달 역학이 작동할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수천 불 이상 벌어지면 제강사들은 조업 효율 저하로 인한 손실보다 원가 절감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을 이용해 수요를 분산시킨다. 이는 가격이 만 불 이상으로 무리하게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실질적인 마지노선이 된다.
이러한 전제 아래 글로벌 전극봉 시장은 서구권과 아시아권으로 뚜렷하게 이원화되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서구권 시장은 고원가, 고품질, 고장벽의 프리미엄 폐쇄계로 굳어진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중국 및 인도산 저가 대안품의 유입을 제한한다. 서구권 제강사들은 품질 타협의 선택지가 좁아 최고급 일본산 니들코크스 기반 프리미엄 UHP 전극봉에 의존해야 하므로 원가 상승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반면 아시아권 시장은 저원가, 일반품, 무한경쟁의 개방계로 흘러간다. 서구권 장벽에 가로막힌 중국과 인도의 방대한 물량이 아시아 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동남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제강사들은 무역 장벽이 낮아 이 대안품들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아시아권 전기로들은 석탄계 코크스를 섞어 쓴 제품이나 중국산 후발 메이커 제품에 대한 기술적 수용도가 유연하여 가격 전이가 강하게 억제되며 수천 불 초중반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
다만 서구권 내에서도 유럽 시장은 미국과 달리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하며 7,000불 선에서 상단이 막히는 병목 구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을 제약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가혹한 전기료 부담이다. 에너지 위기 이후 유럽의 천연가스 및 전력 요금 베이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재세팅되었고 탄소배출권 비용까지 가중되어 제강사들의 마진 스프레드가 이미 심각하게 압착되어 있다. 전극봉 가격이 만 불을 향해 가면 치솟은 전기료와 결합되어 전기로 가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제적 가동 중단 현상이 발생한다. 유럽 제강사들은 이미 전력 피크 시간대에 가동을 멈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전극봉을 공격적으로 구매할 여력이 없다. 또한 유럽의 철강 생산 구조상 전기로 비중이 약 40~50% 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수요의 폭발성을 제한한다. 미니 밀 중심의 전기로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여전히 고로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탄소 감축을 위해 전기로 전환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하반기에 이 구조가 급격히 뒤집히기는 어렵다. 따라서 유럽은 원가 상승 압박을 받더라도 제강사들의 구매력 한계선에 부딪혀 7,000불 안팎의 수렴 구간에서 저항선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PS –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