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혁신 기업이 사업에 임하는 태도

발명과 방황은 제프 베조스가 쓴 유일한 책으로, 2021년에 발간되었다. 이 책은 1) 최우선 가치, 2) 장기적 사고, 3) 기업의 재무와 투자, 4) 의사 결정에 대한 제프 베조스의 생각을 담고 있다.

1. 최우선 가치

베조스는 ‘선교사와 용병’의 비유를 통해 사업에 있어 ‘최우선 가치’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용병은 주가나 이익에 집중하고, 선교사는 좋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쫓는 용병보다 고객을 우선시하는 선교사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제프 베조스가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둔 가치는 고객이다. 아마존이 경쟁사 대비 더 많은 품목, 더 적은 비용, 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학 모형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방향성이 잘못되면 오히려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마존도 없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업 초기에 ‘최우선 가치’를 세우고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잊는 경우가 많다. 초심을 지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제프 베조스는 타고난 사업가이자 혁신가라는 생각이 든다.

2. 장기적 사고

제프 베조스는 ‘고객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기업가는 단기 이익이나 월스트리트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 투자자들의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철저한 단기적 사고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이 점에서 ‘선교사와 용병’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진다.

단기적 사고에 치우치면 기업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뽑아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신뢰를 잃고,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된다. 반면 장기적 사고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면, 단기 수익은 낮아질 수 있어도 고객은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고객은 ‘이 제품 정말 좋아. 너도 써봐’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킨다. 기업 생태계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은 어떤 쪽일까? 단기 수익에 집중한 기업일까, 아니면 고객 중심의 기업일까?

3. 기업의 재무와 투자

제프 베조스가 생각하는 기업 재무의 핵심은 순이익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금흐름과 투자 자본 대비 이익률(ROIC)에 있다. 직접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 항목은 실제 현금흐름이며, 가장 중요한 투자 지표는 ROIC다.

  1. 순이익이 많다고 해서 기업이 부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현금흐름이 고갈되면 순이익과 무관하게 부도날 수 있다.
  2. ROIC를 고려하지 않으면, 자본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용 자본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사업과 투자의 핵심이다. 이는 사업과 투자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필자의 경험상, 사업을 직접 해본 투자자는 현금흐름과 ROIC에 집중하고, 사업 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순이익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4. 의사결정

기업의 의사 결정은. 1) 되돌릴 수 없는 의사 결정과 2) 되돌릴 수 있는 의사 결정으로 나뉜다.

작은 기업일수록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속도는 느려진다. 이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규모의 경제가 주는 이점도 있지만, 반대로 규모가 커지며 잃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번 유형의 의사결정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과 퀄리티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2번 유형은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실무자 선에서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2번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대기업들은 2번 결정도 마치 1번처럼 다루며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의사 결정의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과 기존 대기업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업이 커질수록 권위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권위주의가 의사 결정에 개입하면 기업은 결국 퇴보한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권위주의의 개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마존도 그중 하나다.

5. 여담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는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온라인 소매와 클라우드라는 상반된 두 사업을 동시에 성공시킨 제프 베조스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현재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나 우주항공 기업인 블루 오리진의 CEO로 활동 중이다. 이 책에서도 블루 오리진에 대한 내용이 일부 등장한다. 베조스 본인은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블루 오리진에는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다. (필자가 합리적인 투자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블루 오리진에는 투자하기에 적합한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모든 선택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기회비용이 적은 쪽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기회비용이 크더라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 판단의 질이 결국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제프 베조스는 탁월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과 함께 읽으면 더욱 풍요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노마드 투자조합의 닉 슬립과 콰이스 자카리아 역시 코스트코와 아마존에 장기 투자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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