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영진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좋은 경영진이다. 기업의 사업 구조, 산업 환경, 기술력, 자산 구성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지만, 결국 그 모든 요소를 실제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이라도 어떤 경영진이 이끌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산업에서도 뛰어난 경영진은 기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도 하고, 반대로 유리한 환경에서도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훼손된다.

문제는 좋은 경영진을 사전에 알아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뛰어난 경영진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들의 어린 시절이나 성장 과정을 살펴보기도 하고, 인사나 조직 관리와 관련된 책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려 하기도 한다. 실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에서 성공한 사업가나 경영자를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보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겉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인 접근처럼 보인다. 인간의 성격, 성장 배경,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이해하면 훌륭한 경영자를 미리 알아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을 거치다 보면 하나의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의 능력과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정확하게 판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들의 어린 시절이나 성격, 생활 습관 같은 요소들이 자주 강조된다. 강한 집착, 남다른 집중력, 독특한 사고방식 같은 특징들이 성공의 이유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면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단지 대부분은 성공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례들만을 보고 특징을 찾아내는 방식은 대부분 사후적인 설명에 가까워진다. 성공 이후에 의미가 부여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능력은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난다. 개인의 지능이나 성격뿐만 아니라 산업의 성장 단계, 경쟁 환경, 조직의 구조, 자본 시장의 상황, 그리고 운까지 영향을 미친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산업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시점의 기술 변화나 규제 환경 역시 기업의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복잡한 요소들을 고려하면 한 사람의 잠재력을 사전에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 방식을 조금씩 조정하게 된다. 사람의 잠재력을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이미 드러난 행동의 기록을 통해 경영진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인간의 성격이나 카리스마를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는 접근이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자본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설비 투자, 연구개발, 인수합병,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배당 정책 등 모든 의사결정은 자본 배분의 형태로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뛰어난 기업은 대부분 뛰어난 자본 배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투입된 자본 대비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경영진은 대체로 일관된 판단 능력을 보여준다.

회계 처리 방식 역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재무제표는 기업과 경영의 언어와 같다. 경영진이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회계에 반영되는 방식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 사업의 실제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려는 경영진도 있고, 회계를 통해 성과를 더 좋아 보이게 만들려는 경영진도 있다. 비용을 이연하거나 반복적으로 조정된 이익을 강조하는 방식은 기업의 실제 수익력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사업의 성과를 비교적 단순하고 투명하게 반영하는 기업은 경영진의 태도에서도 일정한 일관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주와의 소통 방식 역시 경영진의 성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연례 보고서나 주주 서한을 살펴보면 기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경영진이 그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실패한 투자나 판단 오류를 비교적 솔직하게 설명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언제나 장밋빛 전망만 강조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기업들은 대체로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인센티브 구조 역시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경영진의 보상 체계가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지 살펴보면 기업의 의사결정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주가와 강하게 연동된 보상 구조는 때때로 단기적인 주가 관리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정책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것이 어떤 동기로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업에 재투자할 기회가 충분한데도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자본을 사용한다면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투자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주주에게 자본을 환원하는 기업은 자본 배분에 있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의 유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사업가가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영자는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어떤 경영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확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또 다른 경영자는 기술 혁신이나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경영자의 강점과 기업이 처한 상황이 잘 맞아떨어질 때 기업은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경영자의 성향과 산업 환경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불필요한 확장이나 잘못된 전략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경영진 평가의 핵심은 결국 행동의 기록을 읽는 일에 가까워진다. 사람의 성격이나 배경을 해석하는 방식보다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관찰하는 접근이 훨씬 현실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화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자보다 자본을 신중하게 배분하고, 실패를 인정하며, 회계를 단순하게 유지하는 경영자가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기준 역시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경영자의 잠재력을 남들보다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투자자도 존재한다. 창업자의 집착이나 조직 문화, 제품에 대한 집요한 관심 같은 요소를 통해 뛰어난 경영자를 일찍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투자 도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다.

투자에서 경영진을 평가하는 문제는 결국 하나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판단은 가능한 한 행동의 기록 위에서 내려지는 편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만, 과거의 의사결정과 자본의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경영진을 찾는 일은 특별한 직관이나 통찰만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시간 속에서 드러난 행동의 패턴을 읽어내는 과정에 가깝다. 화려한 이야기나 이미지보다 실제 자본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태도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경영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착각을 줄이고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든다.

PS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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