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주 산업과 감소하는 알코올 소비

중국 백주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류 시장이라는 범주 안에서 바라보는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백주는 오랜 기간 동안 중국 사회에서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관계 형성과 사회적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로 기능해 왔다. 기업 간 거래, 관료와의 관계 형성, 지역 사회 내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백주는 하나의 의례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백주는 개인의 취향에 의해 소비되는 일반적인 주류와 달리 사회적 맥락 속에서 수요가 형성되는 특징을 보였다. 소비자는 단순히 음용 경험을 위해 백주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백주를 선택했다.

이러한 구조는 백주 산업이 장기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배경이 되었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기업 활동이 확대되었고, 그 과정에서 접대와 선물 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하였다. 경제 활동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관계 형성의 빈도 역시 증가하였고, 이는 고가 백주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일정 가격 이상의 백주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신호로 기능했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수록 효용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원재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었다.

백주 산업의 높은 수익성 역시 이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곡물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증류주라는 점에서 물리적인 원가 구조는 단순한 편에 속하지만, 브랜드와 역사, 생산 방식의 차별성이 결합되면서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되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 자체의 기능적 효용에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에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일부 럭셔리 소비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제품의 물리적 특성보다 사회적 의미가 가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러한 상징적 효용을 지지하던 환경이 최근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부패 정책 이후 과도한 접대 문화가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졌고, 기업 역시 비용 효율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백주를 사용하는 것이 관행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반드시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할 필요성이 약해지고 있다. 접대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강도는 과거 대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약해진 접대 문화는 경기 둔화의 영향도 큼).

세대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는 이전 세대에 비해 다양한 주류 선택지를 가지고 있으며 음주 자체를 필수적인 사회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의 확산과 함께 음주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특정 전통 증류주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도수 증류주에 대한 선호는 지역과 세대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며, 젊은 소비자층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또한 최근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알코올 소비량 자체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운동과 식습관 관리에 대한 인식 변화, 생산성과 집중력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음주 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비교적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다. 고도수 증류주는 특히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백주뿐만 아니라 위스키, 사케, 코냑 등 다양한 주류 제품들도 같은 영향을 받고 있음).

백주 산업을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 역시 이 지점과 연결된다. 과거 높은 성장률은 산업 침투율 증가라기보다 경제 성장과 접대 문화 확대가 결합된 결과다.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 접대가 증가하고, 접대가 증가하면 고가 주류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산업이 장기간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성장은 경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나타나는 매출 둔화와 가격 변동성 확대는 위 가설을 반증한다. 가격 인상만으로 매출을 방어하기 어려운 구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제품에서는 재고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간 가격대 제품의 회전율이 과거 대비 낮아졌다는 점은 수요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서는 신규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카테고리 전체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된 모습이 관찰된다.

즉, 백주 산업을 구조적 성장 산업보다는 경기 민감 소비재에 가깝다.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는 접대 수요가 증가하고 고가 소비가 확대되는 반면,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문제는 전통적인 사이클 산업과 달리 하방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철강이나 에너지 산업은 설비와 자원이라는 물리적 자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청산가치를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백주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 부분 브랜드와 문화적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의 가치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또한 백주는 숙성 재고가 존재하는 산업이다. 생산 이후 일정 기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완제품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급격히 조절하기 어렵다. 과거 성장률을 가정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했을 경우 수요 둔화가 나타나면 재고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생산량을 줄이면 향후 수요 회복 시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숙성 주류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이다(끊임없는 공급 구조로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는 위스키 호수가 있음).

장기적으로 보면 백주 산업의 성장 경로는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화적 기반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지만, 소비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총량 증가율은 둔화될 수 있으며, 특히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상징적 가치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그 강도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즉, 백주 산업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소득 증가가 아니라 사회적 신호 체계의 변화에 있다. 과거에는 고가 백주 소비가 일정 수준의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그러한 규범이 완화되고 있다.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중국 백주 산업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하던 환경과 현재의 환경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과거 높은 성장률은 경제 확장과 문화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였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요인이 약해질 경우 산업의 장기 성장 경로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지해야 한다.

백주 산업을 바라볼 때 중요한 점은 산업이 존재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산업의 성장 속도와 수익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인 것 같다. 최근 나타나는 변화가 구조적인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관찰되는 흐름만 보면 과거와 동일한 성장 프레임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PS – 과거 우량예에 투자했던 적이 있었고 결괏값이 좋아 백주 산업에 대해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그냥 운이 따랐던 투자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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