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 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구조부터 짚어야 한다. 중국은 연간 약 10억 톤에 달하는 조강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다. 이 거대한 생산 체계는 오랜 기간 고로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고로는 철광석과 코크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그러나 철광석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특히 호주와 브라질에 대한 의존은 자원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부담으로 인식된다.
이와 달리 전기로는 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스크랩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에서 발생량이 증가하는 자원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산업 설비, 건축물 등이 수명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스크랩이 축적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로보다 전기로가 자원 자립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탄소 배출 강도 문제까지 결합되면서 전기로 확대는 환경 정책이자 산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배경에서 등장한 핵심 정책 수단이 용량치환 제도다. 용량치환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려면 기존 설비를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잉 설비를 억제하고 노후 설비를 퇴출시키기 위한 장치다. 특히 고로를 폐쇄하고 전기로로 전환하는 구조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실행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이미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설비를 감산 물량으로 인정받거나, 지역 간 숫자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총량 축소 없이 신규 설비를 확보했다. 제도의 취지는 감산이었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 감산과 구조적 증설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제도는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2024년 8월 용량치환 제도는 전면 중단되었다. 단순히 설비 톤수만 교환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구조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후 재정비 과정에서 실질 가동 여부, 지역 총량 관리, 그리고 탄소 배출 강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밀화되었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 탄소 관리 체계는 단순한 생산량 규제가 아니라 단위당 배출량 관리에 초점을 둔다. 고로는 구조적으로 탄소 강도가 높고, 전기로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 제도 환경은 고로 중심 체계에 점진적인 압박을 가한다.
동시에 스크랩 체계 정비가 병행되고 있다. 국영 플랫폼을 통해 스크랩 유통을 체계화하고, 수입 기준을 정비하며, 품질 분류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별로 분산된 거래 구조와 품질 편차가 문제였다. 전기로는 원료 품질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고급 자동차 강판이나 특수강을 생산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저인·저황 스크랩이 필요하다. 이런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전기로 확대는 한계에 부딪힌다. 현재의 제도 정비는 이런 기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전환의 속도는 또 다른 문제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10억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로 비중을 단기간에 급격히 끌어올리기 어렵다. 전기로 비중을 10%에서 20%로 높이려면 억 단위의 추가 스크랩이 필요하다. 국내 스크랩 발생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수입을 확대하더라도 글로벌 스크랩 시장의 공급 여력은 제한적이다. 품질 측면에서도 고급 스크랩은 한국과 일본 등 외부 공급에 의존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직접환원철은 보완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 가스 기반 DRI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천연가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중국의 에너지 구조는 가스 자급률이 높지 않다. 수소 기반 DRI는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국 단위로 의미 있는 규모를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2026년 이후 전기로 확대는 여전히 스크랩 중심 구조 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침체도 중요한 변수다. 건설용 장재 수요는 명확히 감소했다. 철근과 형강 중심의 수요 둔화는 철강사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 전환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다. 특히 지방정부와 연결된 철강사는 고용과 세수라는 현실적 제약을 안고 있다. 중앙정부는 구조 개편을 원하지만, 집행 강도는 지역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절될 수밖에 없다.
전력 비용 문제도 전기로 확대의 제약 요인이다. 전기로는 전력 집약적 설비다. 중국은 지역별 전기료 편차가 크다. 일부 지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다른 지역은 산업용 전력 비용이 높다. 전력 인프라 확충과 요금 체계 조정이 병행되어야 전기로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용량치환 제도는 재정비되었고, 탄소 배출 관리 체계는 강화되었으며, 스크랩 유통 체계는 정비 중이다. 자원 안보와 탄소 규제 환경은 고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현실 제약은 전환 속도를 제한한다.
따라서 2026년 이후 현실적인 경로는 급격한 비중 도약이 아니라 2024~2025년 새롭게 증설된 전기로 설비와 기존 전기로 설비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노후 고로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기로 전환은 단기간의 정책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체질 개선 과정이다. 방향은 강화 기조 위에 놓여 있고, 속도는 원료·전력·수요라는 현실 변수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PS – 2024~2025년에 증설된 전기로와 기존 설비의 가동률만 정상화되어도, 그 생산량은 웬만한 중견 철강국의 총 생산량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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