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는 왜 EBITDA를 싫어 했을까?

찰리 멍거는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EBITDA를 두고 ‘bullshit earnings’이라고 표현했었다. EBITDA는 기업이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제거한 채 만들어진 숫자이며, 이를 이익처럼 취급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발언이다.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 무엇을 벌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지이며, EBITDA는 이 구분을 흐린다. 이자 비용과 세금, 그리고 감가상각을 제외한 상태에서 계산된 결과는 운영의 일부 단면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경제적 결과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EBITDA와 다른 이익 지표의 차이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영업이익은 감가상각을 포함한 상태에서 사업 운영의 성과를 나타내며, 순이익은 금융 구조와 세금까지 반영한 결과다. 반면 EBITDA는 이자 비용, 세금, 감가상각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계산된다. 이자 비용은 자본 구조의 결과로 발생하는 실제 부담이며, 세금은 제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비용이다. 감가상각은 현금 유출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되지만, 자산이 소모되고 결국 교체되어야 한다는 경제적 현실을 반영한다. EBITDA는 이러한 부담을 잠시 보류한 숫자일 뿐이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를 개인 재정으로 바꿔 보면 EBITDA는 연봉이 얼마인지 묻는 수준과 유사하다. 연봉이 동일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생활 수준을 보이는 상황은 흔하다. 대출 상환 부담, 세금 구조, 고정 지출에 따라 실제로 남는 돈은 크게 달라진다. 연봉은 외형을 설명하지만 경제적 여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기업의 EBITDA도 같은 위치에 있다. 숫자가 동일하더라도 부채 구조와 투자 요구, 세금 부담에 따라 기업의 경제적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감가상각을 제거하는 접근은 산업 구조를 무시하게 만든다. 어떤 사업은 회계상 감가상각이 발생하지만 실제 유지 자본 지출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설비 중심 산업에서는 감가상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본 지출이 요구된다. EBITDA는 이러한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동일한 EBITDA가 서로 다른 경제적 현실을 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EBITDA를 기준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비교하거나 평가하면 판단 단계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EBITDA를 기반으로 기업을 스크리닝하거나 이익 수준을 추정하는 접근은 출발점 자체가 불안정하다. 기업의 이익의 질을 판단하려면 사업 구조, 자본 지출 요구, 재무 구조, 현금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단일 지표로 압축된 숫자는 비교 편의를 제공하지만 실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EBITDA 중심 접근은 기업을 이해하는 과정 대신 계산식을 앞세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EBITDA가 완전히 배제되어야 하는 지표는 아니다. 기업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태라면 운영 효율의 변화나 단기 흐름을 빠르게 확인하는 참고치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단을 위해 확인해야 하는 것은 현금흐름표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과 유지에 필요한 지출을 확인해야 경제적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EBITDA는 이 과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결국 찰리 멍거의 발언은 특정 지표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이익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에 가깝다. 비용을 제거한 숫자를 결과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분석의 방향이 어긋난다. 기업의 경제적 실체는 계산식으로 단순화된 숫자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이익을 이해하려면 제거된 항목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왜 제거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PS — 편한 숫자는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판단을 흐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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