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와 방어는 회로 즐겨 먹는 대표적 어종이지만, 다른 흰살생선과 달리 살색이 선명하게 붉다.
1. 근섬유 유형과 색깔 차이
어류 근육은 기능과 대사 방식에 따라 크게 속근섬유와 지근섬유로 나눌 수 있다. 속근섬유는 미오글로빈 함량이 매우 낮고, 모세혈관 분포와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적다. 주 에너지원은 근육 내 저장된 글리코겐이며, 무산소성 해당과정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ATP를 생산한다. 이 특성 덕분에 순간적인 폭발적 운동에는 적합하지만 젖산이 빠르게 축적되어 피로가 빨리 온다. 색깔이 희고 탁한 이유는 미오글로빈이 부족하고 혈액 공급량이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근섬유는 지속적 운동과 장시간 유영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 지방산을 산화해 ATP를 만드는 호기성 대사가 주요 경로이며, 이를 위해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고 산소 공급을 위한 모세혈관 네트워크가 촘촘하다. 미오글로빈 역시 풍부하여 산소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근육이 수축할 때 안정적으로 산소를 공급한다. 미오글로빈은 헴(heme) 구조 안의 철 이온이 산소와 결합할 때 적색을 띠므로, 농도가 높을수록 근육은 더 짙은 붉은빛을 나타낸다.
참치와 같은 고속 회유 어종은 해류를 거슬러 장거리 이동을 반복하고, 먹이를 쫓거나 포식자를 피하는 상황에서 지속적 유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생태적 압력은 지근섬유의 비율 증가와 측선(옆줄)을 따라 발달한 다크머슬 형성으로 이어진다. 방어는 참치만큼 적근 비율이 높지 않지만, 등쪽과 옆줄을 따라 혈합육이 잘 발달해 이 부위에서 선명한 붉은색을 확인할 수 있다.
2. 미오글로빈 농도와 발색 메커니즘
일반 흰살생선(대구, 광어 등)은 1g당 미오글로빈 함량이 약 0.1mg/g 미만 정도로 매우 낮다. 반면 참치류는 종에 따라 5~15mg 수준까지 높아 소고기 등심(4~10mg/g)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황다랑어의 경우 라이트 머슬은 0.3~1.2mg/g 정도, 다크 머슬은 5~20mg/g까지 보고된다. 특히 참다랑어는 미오글로빈 농도가 매우 높아 ‘아카미(적육)’ 부위가 짙은 선홍색을 띤다.
미오글로빈의 색은 산소 결합 상태와 산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신선한 상태에서 산소가 결합하면 밝고 선명한 적색(옥시미오글로빈)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나 산소가 떨어지고 환원되면 어두운 자주색(디옥시미오글로빈)으로 변한다. 더 오래 노출되어 산화되면 철 이온이 Fe³⁺ 상태로 변한 메트미오글로빈이 형성되어 갈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한다. 참치를 잡은 직후와 시간이 지난 후 색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발색 메커니즘은 유통·보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디옥시미오글로빈 비율이 늘어나 색이 어두워지고, 온도가 높거나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산화가 가속되어 메트미오글로빈이 형성된다. 그래서 고급 참치 처리 과정에서는 산소 농도와 온도를 정밀하게 관리한다. 일본의 이케지메 방식은 어획 직후 뇌사·혈액 배출을 통해 산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근육 내 미오글로빈이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한다.
3. 식감과 풍미에 미치는 영향
참치와 방어의 살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근섬유 구성, 지방 함량, 그리고 미오글로빈 산화 상태다. 지근섬유는 속근섬유보다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고 지방산 산화를 더 많이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축적되고, 이 지방이 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과 고소한 풍미의 근원이 된다. 특히 참치의 뱃살(오도로) 부위는 지방 함량이 높아 입안에서 녹는 듯한 식감을 주고, 방어 역시 겨울철 지방 축적이 최대가 되면서 특유의 진한 맛을 낸다.
풍미는 단순히 지방 함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방산이 산화될 때 생성되는 알데하이드, 케톤, 알코올류 같은 방향족 화합물은 특유의 향미를 만든다. 예를 들어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되면 1-헥세놀, 헥사날 같은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들은 신선한 풀향·바다향 같은 청량한 향을 준다. 신선한 참치가 가진 달큰한 향은 이 산화 부산물의 균형 덕분이다.
미오글로빈 산화도 역시 풍미에 영향을 준다. 옥시미오글로빈 상태를 유지하면 색이 선명하고 향도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 메트미오글로빈이 증가하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쇠 냄새가 강해진다. 동시에 지방산이 과산화되면서 알데하이드류가 과도하게 생성되고 불쾌한 비린내로 인식된다. 그래서 참치·방어 모두 어획 직후 빠른 온도 저하와 산화 억제 처리가 중요하며, 숙성 과정이 잘 관리되면 오히려 감칠맛이 강화되고 잡내는 줄어든다.
부위별로도 식감 차이는 뚜렷하다. 등살(아카미)은 지방이 적고 미오글로빈이 많아 선명한 붉은색과 담백한 맛을 내며 산미와 철분감이 도드라진다. 뱃살은 지방과 콜라겐이 많아 유화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형성하고, 입안에서 오래 지속되는 감칠맛을 남긴다. 방어 역시 배 부분은 기름지고 부드럽지만, 등살은 탄력이 있고 씹는 맛이 강하다.
4. 겨울 방어와 오도로
방어는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에 지방 함량을 크게 높여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장거리 회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 시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녹는점이 낮고 입안에서 잘 녹는 부드러운 질감을 만든다. 또한 지방산 조성의 변화로 산화 부산물이 적절히 형성되어 달콤하고 고소한 향미가 강화된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지근섬유 비율이나 미오글로빈 농도가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겨울 방어가 ‘한방어’라 불리며 최고급 회 재료로 취급되는 이유는 지방 축적과 그로 인한 풍미의 극대화 때문이다.
참치 오도로는 배 부분의 지방층으로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1~5%에 불과해 공급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 오도로는 지방과 콜라겐이 풍부해 입안에서 체온에 녹으면서 향미 성분을 천천히 방출하고 여운이 길다. 다만 지방이 많아 산화와 변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저온·저산소·광 차단 상태로 관리해야 한다. 숙성 과정에서 글루탐산과 이노신산 같은 아미노산·뉴클레오타이드가 생성되어 감칠맛은 극대화된다.
5. 마무리
참치와 방어의 붉은 살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바다를 계속 이동하며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고대 회유성 어류의 생리적 적응을 보여준다. 다만 양식 난이도는 두 어종에서 차이가 있다. 참치는 고산소 요구량과 회유성이 극단적이라 2002년에 전주기 기술이 성공했지만, 여전히 비용이 높고 보급은 제한적이다. 방어는 상대적으로 양식이 잘 확립된 어종으로 일본·한국에서 대규모로 생산된다. 각각의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면 맛을 최대한 살리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최적의 처리·숙성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PS – 과거엔 광어도 고급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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