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생산의 3가지 길, 고로·전기로·수소환원제철

철강 산업은 오랜 세월 동안 석탄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시대의 과제가 된 지금, 제철 기술은 다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 철강 생산의 기본 개념

철강 생산은 금속 자원을 정제해 산업용 강재로 전환하는 일련의 공정이다. 원료는 크게 철광석과 고철로 나뉜다. 철광석은 산화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원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고철은 이미 금속 상태이므로 녹여 재활용할 수 있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환원하느냐에 따라 제철 기술이 달라진다.

철강 생산의 흐름은 제선, 제강, 압연 세 단계로 구분된다: 1) 제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순철에 가까운 선철을 얻는 단계다. 2) 제강은 선철이나 고철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합금 원소를 조정해 원하는 강의 조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3) 압연은 주조된 강괴를 가열하고 압력을 가해 판재·봉강·선재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단계다. 이 세 단계가 하나의 연속된 체계를 이루며, 철강 산업의 생산 구조를 형성한다.

철강 생산 방식을 구분짓는 핵심은 환원 과정이다. 철광석을 환원하는 방식에 따라 전통적인 고로(BF, Blast Furnace), 전력을 이용한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그리고 새로운 수소환원제철(HDR, Hydrogen Direct Reduction) 로 나뉜다. 세 방식은 모두 ‘철을 만드는 것’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사용하는 원료와 에너지원, 환경적 영향이 전혀 다르다.

2. 고로(용광로) 제철 방식

고로 방식은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제철 공정이다. 철광석은 대부분 산화철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금속 철로 바꾸기 위해서는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환원제 역할을 하는 것이 석탄을 고온에서 탄화시켜 만든 코크스다. 코크스는 연료이자 환원제이며, 고로 내부의 고온 환경을 유지하고 반응에 필요한 일산화탄소를 생성하는 핵심 물질이다.

고로는 거대한 원통형 구조로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며, 내부 온도는 약 2,000도에 이른다. 상부에서는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이 번갈아 투입되고, 하부에서는 1,000도 이상의 열풍이 불어넣어진다. 코크스가 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 기체가 철광석 속 산소를 제거해 금속 철로 환원시킨다. 이 반응은 복합적이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고로 내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갈수록 환원 반응이 완결된다.

환원이 끝난 철광석은 녹아내리며 하부에 모이고, 불순물은 석회석과 반응해 슬래그로 분리된다. 이렇게 생성된 용융철은 출선구를 통해 배출되어 선철로 불린다. 선철은 아직 탄소와 불순물이 많기 때문에 이후 전로(BOF, Basic Oxygen Furnace) 공정으로 옮겨져 불순물을 제거하고 조성을 조정해 강철로 정제된다.

고로 제철의 가장 큰 구조적 특징은 대규모 일관생산 체계다. 고로–전로–연속주조–압연으로 이어지는 공정이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생산 효율이 높고, 톤당 생산비가 낮다. 나아가 한 번 조업을 시작하면 수년간 중단 없이 가동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내부 온도가 극도로 높고, 냉각·재가열 과정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번 불을 붙이면 쉽게 끌 수 없다. 이러한 연속 조업 구조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대신, 수요 변동에 대한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가동률이 하락해도 고정비 부담이 크고, 일시적 정지는 막대한 재가동 비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고로 기반 제철소는 보통 10년 이상을 단위로 한 장기 운영 계획을 전제로 한다.

또 하나의 구조적 특징은 특수강과 고급강 제조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고로에서 생산되는 선철은 불순물이 적고, 합금 조정의 폭이 넓어 전기로보다 고품질의 강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자동차 강판, 조선용 후판, 고강도 구조용 강재, 전기강판 등 균질성과 청정도가 중요한 제품은 여전히 고로 체계에서 주로 생산된다(전기로 비중이 증가하고 있긴 함). 이런 이유로 일본, 한국, 유럽의 고급 제강사는 여전히 고로를 중심 설비로 유지하고 있다(스테인리스·베어링강 등 일부 특수강은 EAF+AOD/VOD 체계가 오히려 표준).

고로 제철소 건설비용은 전기로 대비 크다. 고로 한 기를 건설하려면 설비 규모에 따라 수조 원이 필요하며, 부지와 인프라, 부속 설비까지 포함하면 초기 투자 규모가 전기로의 곱절이다. 따라서 신흥국에서는 정부 지원이나 장기 자본 없이는 고로 신설이 사실상 어렵다.

또한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코크스의 연소 과정과 환원 반응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철 1톤을 생산할 때 약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전기로의 3~4배 수준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고로 방식은 기후 변화 대응의 최대 난제로 꼽히며, 각국은 탄소포집·저장(CCUS), 고효율 연소, 수소 혼합환원 등 다양한 보완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3. 전기로(EAF) 제철 방식

전기로는 고철(scrap)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제강 공정이다. 철광석을 환원하는 제선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미 금속 상태인 고철을 전력으로 녹여 다시 강으로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고로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전기 에너지를 아크 형태로 집중시켜 수천 도의 고온을 만들어 금속을 용융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료 연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로의 내부에는 세 개의 전극봉이 설치되어 있다(AC-EAF는F 3전극, DC-EAF는 1전극). 전류가 흐르면서 전극 사이에서 강력한 아크가 발생하고, 이때 방출되는 열에 의해 고철이 녹는다. 용융이 진행되는 동안 산소를 주입해 불순물을 산화시켜 제거하고, 필요한 경우 망간, 니켈, 크롬 등 합금 원소를 넣어 강종을 조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용강은 제강로에서 성분 조절을 거친 후 주조 공정으로 이동한다.

전기로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과 환경적 이점이다: 1) 공정 구조가 단순해 설비 규모가 작아도 경제성이 확보된다. 고로처럼 거대한 제선설비나 코크스 공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2) 가동과 정지가 용이하다.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신속히 조절할 수 있어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쉽다. 3) 재활용 비중이 높다. 사용된 철강 제품을 다시 녹여 쓰기 때문에 자원 순환성이 뛰어나고, 폐기물 발생도 적다.

그러나 품질 측면에서는 제약이 존재한다. 고철에는 구리, 주석, 아연, 니켈 등 비철금속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제강 과정에서 제거가 어렵고, 최종 제품의 내식성이나 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강판, 전기강판, 스테인리스처럼 고청정도가 필요한 강종에서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로 강은 과거에는 주로 건설용 철근이나 일반 구조용 강재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1을 고철과 혼합 투입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전기로는 전력 집약적 공정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한 번의 제강 사이클(heat)을 완료하는 데 수백 MWh의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력 단가가 높은 지역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약화된다. 반대로 전력망이 안정적이고 전력 가격이 낮은 지역, 또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에서는 전기로의 경제성이 높아진다.

운영 구조 측면에서 전기로는 유연하고 분산된 생산체계를 구현하기에 유리하다. 설비 규모가 작고 지역별 건설이 가능해, 내수 중심의 수요 대응형 공장으로 적합하다. 이는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과도 부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Buy American‘ 조항은 전기로 기반의 지역 제강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고로는 대규모 일관제철 구조로,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인프라에 의존도가 높다. 이런 차이로 인해 미국, 유럽, 한국은 점진적으로 전기로 중심의 조강 체계를 확대하는 추세다.

전기로의 또 다른 장점은 공정 제어의 유연성이다. 투입 원료와 전력량, 산소 주입, 합금 첨가 비율을 조절해 다양한 강종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급강 생산을 위해 정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로에서도 자동차용 고강도 강판이나 베어링강 등 특수강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초고전류 전극, 진공 정련, LF(Ladle Furnace) 공정의 조합이 품질의 격차를 줄였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전기로는 전력망의 안정성과 가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므로,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또한 대규모 연속조업에는 부적합하다. 생산 단위가 비교적 작고 배치형 공정이기 때문에, 고로처럼 장기 연속 가동에 의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로는 현재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전환 기술로 평가된다. 고철 재활용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의 결합은 가장 직접적이고 실현 가능한 감축 수단이기 때문이다. 세계 조강 생산에서 전기로 비중은 이미 30%를 넘었으며, 미국은 70% 이상, 유럽은 50% 이상을 목표로 확대 중이다. 한국 역시 향후 신규 제강 설비는 대부분 전기로로 계획되고 있다.

3. 수소환원제철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제철 기술이다. 기존의 제철 공정에서는 석탄계 코크스나 천연가스에서 얻은 일산화탄소가 환원제로 사용되었다. 이때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는 일산화탄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에서는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이용해 산소를 제거한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생성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다. 이 단순한 반응 메커니즘의 차이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핵심 원리다.

수소환원제철의 화학 반응식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Fe2O3 + 3H2 → 2Fe + 3H2O’ 즉, 철광석을 구성하는 산화철(Fe2O3)이 수소와 반응해 산소를 잃고 금속 철(Fe)로 환원되며, 부산물로 물이 생성된다. 반응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를 산업 규모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온 환경의 유지, 반응 속도 제어, 환원 효율 향상 등 복합적인 기술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 공정의 기술적 구조는 기존의 직접환원철 공정과 유사하다. 현재 전 세계 DRI 설비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며, 대표적인 공정으로 MIDREX와 HYL-Energiron이 있다. 이 설비에 천연가스 대신 고순도의 수소를 투입하면 바로 수소환원 공정으로 전환된다. 환원 과정에서 생성된 환원철은 고체 상태의 스펀지 형태로 남으며, 이후 전기로로 이동해 녹여 강철로 정제된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기존의 DRI 공정을 탄소 기반에서 수소 기반으로 대체한 확장형 기술에 가깝다.

수소환원제철의 장점은 명확하다.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다. 기존 고로 방식이 철강 1톤당 약 1.8~2.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수소환원제철은 이론상 거의 제로에 가깝다. 또한 고로와 달리 코크스 공장이나 소결 설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해지고, 오염물질 배출도 현저히 적다. 이런 이유로 EU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산업기술로 HDR을 지정하고, 관련 프로젝트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소의 생산과 비용 구조다. 현재 산업용 수소의 대부분은 천연가스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로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방식의 수소를 사용할 경우, 제철 단계에서는 탄소 배출이 줄더라도 전체 밸류체인에서는 여전히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진정한 의미의 무탄소 제철을 위해서는 그린수소가 필요하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는 현재 kg당 4~6달러로, 천연가스 개질 수소의 약 2~3배 수준이다. 또한 수소를 대량 저장하거나 장거리 운송할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크고, 액화하려면 -253도까지 냉각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지에서 제철소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프라 문제는 기술적인 한계 못지않게 상용화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열역학적 관점에서도 수소환원은 효율이 낮다. 수소의 환원 반응은 발열이 아닌 흡열반응에 가깝기 때문에, 반응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 천연가스 기반 DRI보다 에너지 소비가 약 30% 높고, 환원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공정의 최적화와 반응로 설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요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를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다. 스웨덴의 SSAB는 HYBRIT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세계 최초의 무탄소 철을 시험 생산했고, 2030년 이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 역시 독일·스페인 등지에서 수소혼합 환원로를 구축 중이다. 일본의 JFE와 일본 제철은 ‘COURSE50’ 프로그램을 통해 코크스 사용량을 줄이고 수소를 혼합 투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포스코는 HyREX(Hydrogen Reduction by Electric furnace) 라는 독자 기술을 개발 중이며, 수소환원철을 전기로와 직접 연계하는 방식을 2030년대 중반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4. 마무리

고로는 대규모 일관생산과 낮은 단가, 균질한 품질이라는 장점을 지니지만, 탄소 배출이 많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반면 전기로는 유연한 조업과 재활용성, 낮은 탄소 배출이 장점이지만, 고품질 강재 생산과 전력 비용 면에서 제약이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궁극적 대안이지만, 아직 상용화 비용이 높고 인프라가 미비하다.

현재 글로벌 철강 산업은 이 세 가지 방식의 조합을 통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탄소중립 규제 강화로 수소환원제철 실증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은 전기로 중심의 재활용 제강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고로 중심 구조를 유지하되, 일부 지역에서 천연가스 기반 DRI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고로와 전기로의 균형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수소환원 기술을 병행 개발 중이다.

PS – 수소환원제철이 완전히 상용화되더라도, 각국의 에너지 구조와 자원 여건, 산업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고로 제찰 방식은 장기간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1. DRI는 천연가스나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순철 형태의 스펀지 철’로, 불순물이 거의 없어 고급강 생산에 유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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