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기술인 탄소포집(CCS)이 정부의 정책 지원과 민간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1. 탄소포집 산업의 역사
탄소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은 원래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공정 효율 향상을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1920년대부터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분리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었고, 이후 1970년대에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분리된 CO2를 유전 지층에 주입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EOR(enhanced oil recovery)’ 기술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탄소포집을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은 1977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마르케티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으며, 1990년대부터 소규모 실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996년에는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Sleipner) 가스전에서 세계 최초로 대규모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운영되었고, 이는 노르웨이 정부의 탄소세에 대응한 에퀴노르(당시 스타토일)의 상업적 시도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CCS는 기후 정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IPCC 특별보고서를 계기로 각국이 CCS 기술에 약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실증과 연구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2020년까지 계획된 CCS 프로젝트 중 약 70%가 실현되지 못했고, 특히 전력 분야에서는 98% 이상의 프로젝트가 취소 또는 실패하면서 201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릴 정도로 부진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제안된 수십 개의 석탄화력 CCS 사업 중 상업 운전에 성공한 사례는 캐나다의 바운더리 댐(2014), 미국의 페트라 노바(2017)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파리협정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CCS 기술은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세액공제(45Q) 확대와 2021년 인프라법을 통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고, EU 역시 이노베이션 펀드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투자도 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전 세계 CCS 프로젝트 수는 연평균 35%씩 증가하여 2023년 기준으로 392개 프로젝트가 개발 단계에 있다. 상업 운전 중인 시설 수도 2020년 26개에서 2023년 40개 이상으로 증가하며, 총 연간 포집량도 4,900만 톤으로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S 기술의 보급이 과거에 비해 탄력을 받았다고 평가하지만, 2030년까지 연간 10억 톤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적으로는 저장 용량이 100~200년 이상 확보되어 있고, 대규모 배출원 인근에 적합한 지질 구조가 존재하므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수용성만 확보된다면 CCS는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2. 핵심 플레이어와 프로젝트
- 엑슨모빌(ExxonMobil): 미국 와이오밍주 Shute Creek 가스처리 시설에서 연간 770만 톤의 CO2를 포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CCS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철강기업 Nucor, 비료회사 CF Industries 등과 포집 계약을 맺으며 산업 전반에 포집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으며, CO2 파이프라인 운영사 Denbury를 인수해 공급망을 강화했다. 또한 직접공기포집(DAC) 분야에서도 1백만 톤급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 셸(Shell): 캐나다 Quest 프로젝트를 통해 중질유 업그레이더에서 연간 120만 톤의 CO2를 포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포집된 CO2는 60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하 염수층에 저장된다. 셸은 또한 노르웨이의 Northern Lights 프로젝트, 아시아 지역 CCS 서비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CCS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 에퀴노르(Equinor): 세계 최초로 슬라이프너 프로젝트를 상업화한 노르웨이 국영기업이다. Northern Lights 사업을 통해 유럽 산업시설에서 선박으로 운송된 CO2를 북해 해저에 저장할 예정이며, 영국 H2H Saltend 청정수소 프로젝트에도 CCS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 쉐브론(Chevron): 호주의 Gorgon LNG 프로젝트에서 연 400만 톤 이상의 CO2를 저장하는 설비를 운영 중이며, 미국 San Joaquin Valley에서는 포집된 CO2를 EOR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노르웨이 Northern Lights, 영국 Net Zero Teesside 등 유럽 중심의 CCS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시멘트 공장과 폐기물 소각장에 적합한 포집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 옥시덴탈(Oxy): DAC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CCUS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텍사스 지역에서는 대규모 DAC 시설을 건설 중이며, 자회사 Oxy Low Carbon Ventures를 통해 CCS 허브 개발과 탄소 크레딧 거래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탐색 중이다.
- 중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메가톤급 CCS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시노펙은 산둥성에서 연간 100만 톤 규모의 CO2를 포집해 인근 유전에 주입하고 있으며, CNPC는 다칭 유전에서 CCS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 중동: ADNOC는 중동 최초로 제철소 배출 CO2를 회수해 EOR에 활용하는 플랜트를 2016년에 가동했고, 2023년에는 탄소저장 전용 주입공정도 도입했다. 사우디 아람코도 CCS 파일럿 사업을 운영하며, 이를 수소 생산과 연계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기술 전문 기업: 노르웨이의 아커 카본 캡처(Aker Carbon Capture), 영국의 카본클린(Carbon Clean), 일본 미쓰비시중공업(MHI), 미국의 Fluor, 프랑스 Air Liquide 등이 있다. 이들은 CO2 포집소재, 공정 효율화 기술 등을 통해 CCS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포집된 CO2를 연료로 전환하는 란자테크(LanzaTech), DAC 전문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같은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3. 신규 탄소포집 기술
전통적인 포집 방식은 발전소 굴뚝에 아민 용액을 사용하는 화학 흡수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다공성 신소재, 효소 기반 기술, AI 최적화 공정 등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소재 측면에서는 MOF(금속-유기 골격체), COF(공유 결합 유기 골격체) 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COF-999는 UC버클리 연구진이 개발한 신소재로, 소량으로도 높은 흡착 성능을 보이며 내습성과 재생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1g당 2 mmol 이상의 CO2를 담지할 수 있으며,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탈착이 가능하다. MOF 계열에서도 UiO-66, SIFSIX-6-Zn 등이 습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보이며, 일부는 고분자 막과 결합해 혼합 매트릭스 멤브레인(MMM)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효소 기반 흡수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Saipem이 인수한 CO2 Solutions 기술은 탄산무수화효소를 이용해 낮은 농도의 용액에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CO2를 포집할 수 있으며, 이미 시멘트 공장 등에서 실증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공정 측면에서는 순산소 순환발전 기술인 앨럼-페트베드 사이클(Allam-Fetvedt Cycle)이 혁신적인 접근으로 꼽힌다. 이 방식은 연료를 산소로 연소시켜 순수 CO2와 물만을 배출하고, CO2를 곧바로 포집할 수 있는 구조이다. 2021년 미국에서 50MW급 시범 플랜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었고, 상업용 300MW급 발전소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 외에도 크라이오젠 포집, CLC(탄산염 용융체 순환), AI 기반 공정 최적화 등도 개발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과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돌파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4. 관련 기술
탄소포집은 저장(Storage), 활용(Utilization), 그리고 탄소제거 기술들과 긴밀히 연결된다.
먼저 CO2 저장은 CCS의 필수 요소이다. 염수대나 고갈 유전 등에 포집된 CO2를 주입하면 수만 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다. 북미는 이미 8,000km 이상의 CO2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은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국제 CO2 저장 허브를 조성하고 있다. 포집된 CO2의 약 80~90%는 EOR에 쓰이고 나머지는 영구 저장된다.
CO2 활용(CCU) 기술은 포집된 CO2를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LanzaTech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CO2를 에탄올 등으로 바꾸고 있으며, CarbonFree는 베이킹소다, 탄산칼슘 등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상용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 경제성과 대규모 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BECCS는 바이오매스를 연소하면서 나오는 CO2를 포집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미국 ADM의 Decatur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이며, 영국 Drax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CCS를 부착해 연간 800만 톤의 CO2를 제거할 계획이다.
DAC(직접공기포집)는 대기 중 희박한 CO2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로, 클라임웍스와 옥시덴탈 등이 대규모 설비를 건설 중이다. 이 기술은 비용이 높지만, 과거의 누적 배출을 제거하고 잔여 배출을 상쇄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광물화, 해양저장, 누출 모니터링 등 다양한 관련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들은 탄소 순환을 관리하는 통합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5. 시장 현황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 상업 CCS 시설은 약 60개이며, 연간 약 5,700만 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0.1%에 해당하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8개로 가장 많은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14개), 캐나다(5개), 노르웨이(2개) 등이 뒤를 잇는다. 향후 정책 지원, 탄소 가격제 도입, 기술 혁신, 민간 투자 확대에 따라 CCS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DAC와 BECCS는 탄소중립을 넘어 ’순 제거(Negative Emission)’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6. 마무리
현재 CCS 시장은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기술 혁신: 고성능 포집 소재, DAC(직접 공기 포집), BECCS(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 같은 혁신 기술이 등장하며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 정책 지원: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같은 강력한 세액공제 및 보조금 정책이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CCS의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경제성 확보: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수익 모델과 정책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
- 사회적 수용성: 지역 주민의 이해를 얻기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꾸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 인프라 구축: 포집된 탄소를 효율적으로 운송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국제적인 협력 속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CCS는 탈탄소 전환이 어려운 철강, 시멘트, 화학 등 핵심 산업의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 시장의 성공적인 확장은 결국 우리가 기후위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PS – 인센티브가 적어서 그런가 신규 산업인데도 역동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