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세는 도구일 뿐이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 도구를 받아들이는 시장과 경제 주체들이 결정한다. 

1. 인플레이션과 디스플레이션

사람들은 관세가 소비재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소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가 줄어든다면, 기업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가격을 다시 낮춰야 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고, 기업들이 이 시장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한, 가격을 억제하려는 유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통 대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에 붙은 관세를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대신 자체 마진을 줄이거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식의 선형적 사고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소비가 줄고, 기업이 가격 전가에 실패하면, 오히려 수요 위축과 함께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즉,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구조다.

관세가 10% 이상으로 올라가는 고율이 되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 정도면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사실상 “수입하지 말라”거나 “미국 내에서 만들어라”는 강력한 메시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생산 전환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그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여전히 같다. 소비자들이 그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지, 기업이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격은 오르는데 소비가 줄면 수요가 빠지고, 가격을 유지하려면 투자나 고용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결국 관세가 있다고 해서, 특히 고율이라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다.

2.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고, 유지되더라도 길어야 트럼프 임기 안팎이 한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또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 경제의 체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미국은 패권 국가이고, 그 패권은 글로벌 무역 구조를 통해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관세는 그 구조를 단기적으로 왜곡하면서, 일종의 현금화 수단처럼 작동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을 미국 내 생산으로 유도하고, 제조업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포드, 폭스콘 같은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유턴은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투자보다 상징이 우선이었고,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 문제가 있다. 관세 정책이 반복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신뢰도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전 세계는 미국이 중심이 된 개방적 무역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달러를 쓰고 미국 국채를 사왔다. 그런데 미국이 계속 일방적인 통상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 신뢰는 서서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패권은 무력이나 관세가 아니라, 신뢰와 네트워크로 유지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글로벌 자금으로부터 받는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관세 정책이 반복되며 미국이 자국 중심의 일방적 무역 구조로 기울기 시작하면, 그 신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의 정책 일관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 시스템과 국채에 대한 수요도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3. 예측보단 점검

지금의 세계 경제는 과거처럼 몇 가지 지표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수많은 변수들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정책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경제는 이제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복잡계 속에서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환경’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올지, 디플레이션이 올지를 미리 단정하려는 태도는 비효율적이다. 그보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이 왔을 때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따져보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제조업이나 소비재처럼 관세에 민감한 업종에 쏠려 있지는 않은지, 갑작스러운 시장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은 확보돼 있는지 등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4. 마무리

관세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구일 뿐, 인플레이션을 보장하지도, 성장의 열쇠가 되지도 않는다. 그 효과는 언제나 조건부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실제 행동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특히 지금처럼 상호 연결성이 극도로 복잡한 구조 안에서는, 어떤 결과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비과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예고되었든, 시행되었든,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점검, 확신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관세의 향방을 말하는 것보다, 내 자산이 그 변화 속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미국 한국 관세 협상, 국익을 위한 선택과 그 대가
관세 왜 존재할까?, 상호관세와 보편관세
US 스틸 인수로 본 일본제철의 생존 전략
보급의 중요성, 전쟁을 지탱하는 힘
미란 보고서, 소비의 축이 이동한다

댓글 남기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