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2026년 하반기 글로벌 니들코크스와 전극봉 시장은 지난 수년간의 침체기를 지나 강한 가격 상방 압력을 마주하고 있다. 필자는 하반기부터 니들코크스 가격이 톤당 3천 달러 근처에 도달하고, 전극봉 스팟 가격은 7천 달러에서 1만 달러 사이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가격 상승 예측은 공급망 하단에서 축적된 구조적 압박과 전방 산업의 수요 회복 궤적이 맞물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압박의 구체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원가 상승과 제도적 장벽, 전방 수요의 회복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 석유계 니들코크스의 핵심 원료인 초저유황 디캔트 오일은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가동률 조정과 친환경 연료유 전환 기조로 인해 상시적인 공급 병목 구간에 진입했다. 원재료 조달 비용이 베이스에 깔린 상태에서 중국산 저가 전극봉과 음극재를 겨냥한 각국의 반덤핑 제소는 글로벌 무역 장벽을 한층 높였다. 역외 저가 물량의 유입이 차단되거나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역내 프리미엄 제품 제조사들의 판가 협상력은 과거 대비 눈에 띄게 강화되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로 유예되었던 전기로 신증설 물량과 누적된 철강 백로그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서 전극봉의 재고 확충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인조흑연 음극재 시장의 성장으로 배터리 기가팩토리향 프리미엄 니들코크스 수요가 하방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전극봉 스팟 시장까지 가세하여 중간재를 둘러싼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다발적인 가격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2026년의 시황이 2017년과 같은 비이성적인 폭등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현재의 상반기 시장 분위기와 공급망 재편 맥락은 2017년 상반기와 흡사한 부분이 많지만, 공급의 유연성과 전방 산업의 대응력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상방 가격은 철저히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의 극단적인 슈팅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발 공급 쇼크의 강도 차이다. 2017년의 폭등은 중국 정부가 유도분탄로를 일제히 폐쇄하며 유예 기간 없이 전기로 전환을 강제했던 전례 없는 제도적 타격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중국의 생산 캐파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스팟 가격이 수십 배 튀어 올랐다. 반면 2026년의 중국은 수년간 석유계 및 석탄계 니들코크스 내재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시장 저변에 가동률 조절을 거친 유휴 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반덤핑 규제로 물량 이동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뿐 공급망 자체가 완전히 증발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철강사들의 구매 거버넌스도 과거보다 고도화되었다. 2017년의 단가 폭등을 경험한 글로벌 전기로 업체들은 주요 전극봉 생산사들과 장기 고정가 계약을 맺거나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여 스팟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왔다. 현재 백로그 해소로 유입되는 재고 확충 수요는 철저히 통제된 계획 범위 내에서 움직이므로 패닉 바잉으로 이어지며 스팟 가격을 비이성적으로 폭발시킬 동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번 하반기 시황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티어 1 등급 제품에 국한된 선택적 병목이라는 사실이다. 엄격한 품질 스펙을 충족해야 하는 티어 1 니들코크스와 초고전력 전극봉 시장은 타이트한 수급을 보이지만, 품질이 낮은 티어 2 이하의 범용 제품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증설된 가동 캐파의 상당 부분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은 하위 등급 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이 하위 등급 물량들은 현재도 가동률 저하와 재고 누적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황 개선 시 언제든 시장에 출하될 수 있는 대기 물량으로 작용한다. 만약 최고급 라인의 가격이 과도하게 튀어 오르려고 하면 전방 산업에서는 완제품 스펙을 일부 타협하더라도 하위 등급 물량을 블렌딩하거나 대체재로 투입하는 상업적 조절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대규모 초과 공급 구조에 놓인 하위 등급의 풀이 상위 등급 시장의 가격 폭주를 밑에서 잡아끄는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시장의 총생산량과 총수요량이라는 거시적 지표를 냉정하게 대조해 보면 대차대조표상 전체 자원의 절대적 부족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질적 차이를 제외하고 단순 톤수로만 계산하는 실질 수급 균형을 따져볼수록 비이성적인 가격 폭등을 막아서는 구조적 한계선은 뚜렷해진다. 즉, 하반기 랠리의 실체는 시장 전체의 영구적인 쇼티지가 아니라 고품질 등급에서 나타나는 병목 현상이다.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의 최종 상한선은 결국 수요가가 지불할 수 있는 한계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데, 현재 글로벌 철강 시황과 배터리 산업의 마진 구조를 고려할 때 니들코크스 3천 달러선과 전극봉 스팟 1만 달러 부근은 전방 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최상단 저항선으로 기능할 확률이 높다. 2026년 하반기 시장은 시스템 붕괴를 겪었던 2017년의 블랙스완 재현이 아니라, 축적된 원가 압박과 이연 수요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실질 생산량과 수요량의 교차점 범위 내로 통제되는 정상화 및 가치 재평가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시황의 온기는 강하게 유지되되 가격의 움직임은 이성적인 통제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사이클의 고점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PS – 2017년 대비 고점은 낮지만, 그 고점이 장기간 유지될 수도 있어 보인다. / 시나리오의 확률은 50~60%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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