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멘트 산업, 치킨게임과 새로운 사이클

수요 부진과 원가 압박 속에서도 한국 시멘트 산업은 가격 인상과 구조 전환을 통해 저점을 방어하고 있다. 

1. 과점 구조

한국 시멘트 산업은 오래전부터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나누어 가진 과점 산업이다. 문제는 과점이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었던 적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수요가 둔화하자 주요 업체들은 고정비 구조와 설비 특성 때문에 생산을 쉽게 줄이지 못했고, 점유율 유지를 위해 낮은 단가로 출하를 늘리는 선택을 반복했다. 이 과정이 업계 전반의 가격 체계를 흔들어놓았고, 과점임에도 불구하고 치킨게임이 길게 이어졌다. 그 결과 가격이 무너지고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떨어졌으며, 시멘트 주가는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렀다.

다만 2020년대 들어 구도가 달라졌다. 삼표·아세아·한일·쌍용 등 주요 그룹의 인수합병과 사업 재편이 누적되면서 업체 수가 줄었고, 가격을 무너뜨리던 출혈 경쟁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특히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결합으로 양강 구도가 뚜렷해졌고, 쌍용C&E와 함께 출하와 가격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해가 형성됐다. 과점 구조는 원래 있었지만, 과점의 이익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시점은 최근에 가깝다. 2021년 이후 이어진 연속적인 가격 인상도 이런 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한국 시멘트 산업은 ‘과점이었지만 치킨게임을 했던 시기’에서 ‘과점이 가격과 가동률 관리로 연결되기 시작한 시기’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2. 수직 계열화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원료 채굴에서 최종 납품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 묶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왔다.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와 장기 투자 없이는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구조는 한국 시멘트 산업의 기본 체질이 되었다.

우선 원료 단계에서 각 기업은 강원과 충북 일대의 석회석 광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장기 채굴권을 확보해 안정적인 자급 체제를 갖추었다. 석회석은 국내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원료 수입 의존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는 원가 안정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크게 변동해도 석회석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기업들은 운송 거리를 줄이기 위해 공장과 광산을 인접 배치해 채산성을 높였다.

생산 단계에서는 대형 소성로와 분쇄 설비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한다. 소성로는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설계되어 멈추는 순간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업계는 전통적으로 가동률을 유지하는 데 집착해왔고,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요가 줄어들어도 물량을 밀어내며 치킨게임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들은 설비 운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라인을 정지·보수하면서 불필요한 출혈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물류와 판매 단계에서도 수직 계열화는 두드러진다. 완성된 시멘트는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를 통해 전국 레미콘 업체로 공급되는데, 대형 시멘트사들은 대부분 자체 물류 자회사를 거느리거나 장기 계약망을 갖추고 있다. 삼표시멘트처럼 그룹 내 레미콘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쌍용C&E처럼 자체 판매망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 수요처를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구조는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이고, 판매 안정성을 높인다. 동시에 물류비 상승이나 운송 병목 같은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직 계열화의 또 다른 면은 불황기 방어다. 원료를 외부에서 들여오지 않아 대외 가격 충격이 적고, 유통과 판매망을 통제해 현장 납품까지 관리할 수 있어 경기 하강기에 매출 하락폭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고정비 부담이라는 약점과 맞물린다. 소성로와 물류망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유지비가 발생하므로, 수요가 크게 줄면 고정비가 곧바로 손익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최근 업계는 가동률 조정, 라인 통합, 판매 믹스 다변화 같은 방식으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3. 유연탄과 폐기물 연료(feat. 탄소배출)

시멘트 제조에서 연료는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성로를 24시간 1,400도 내외의 초고온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막대한 열량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이 열량의 대부분은 수입 유연탄에서 나왔다. 한국은 유연탄을 전량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주요 공급처는 호주·러시아·인도네시아다. 따라서 국제 석탄 가격의 등락이 곧바로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구조였다. 2021~2022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은 시멘트사의 원가를 정면으로 압박했고, 업계는 연속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서야 겨우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

현재 전환의 축은 폐기물 연료다.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폐목재, 폐합성수지, 폐오일·솔벤트 등 가연성 폐기물이 소성로의 열원으로 쓰인다. 쌍용C&E는 연료의 약 40%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며 업계 선도 사례로 꼽히고, 아세아시멘트·한일시멘트 역시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원가 절감을 넘어,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 유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CO2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수요를 흡수해 사회적 역할도 수행한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와의 계약을 통해 생활폐기물·산업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연료 전환만으로는 시멘트 산업의 근본적인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크게 두 가지다: 1) 연료 연소에서 나오는 에너지 기인 배출이고, 2) 석회석이 클링커로 전환될 때 발생하는 화학적 탈탄산 반응 배출이다. 후자가 전체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료를 아무리 바꿔도 화학적 배출을 없애기 어렵다. 전 세계 탄소배출에서 시멘트 산업이 7% 안팎을 차지한다고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료 다변화와 함께 원료 단계의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클링커 비율을 줄이고, 고로슬래그·플라이애시·석회석 미분말·천연포졸란을 혼합해 저클링커 시멘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LC3(Limestone Calcined Clay Cement) 같은 레시피는 같은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클링커 투입을 30% 이상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탈탄소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장기 과제로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가 꼽힌다. 이미 일부 업체가 소성로 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활용하거나 지중 저장하는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CCUS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운영비가 필요해 아직 상용화가 멀다. 결국 중기적으로는 폐기물 연료 전환 + 혼합재 확대 + 공정 효율화를 통해 톤당 배출과 톤당 원가를 동시에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CCUS를 붙이는 2단계 전략이 합리적 경로로 보인다.

4. 구조적 수요와 가격

시멘트는 대체가 쉽지 않다. 중·저층 일부 영역에서 목재나 경량철골, 모듈러가 존재감을 키우더라도 기초, 지하, 장대교량, 항만, 댐 같은 인프라와 초고층의 코어에서 콘크리트를 치환하기는 어렵다. 결국 수요의 바닥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다만 사이클의 상단과 하단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기와 금융 여건이다. 2022년 정부가 대규모 공급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고금리와 PF 경색으로 인허가에서 착공, 착공에서 준공으로 넘어가는 사슬이 끊겼다. 계획이 있었는데도 출하량이 줄어든 이유다.

최근 재정 집행 확대, 보증과 융자 장치 보강 등으로 PF 병목이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공공 발주가 일부 지역에서 착공을 밀어 올리고 있다. 민간 분양이 즉시 회복되지 않더라도 공공과 SOC에서 바닥을 받쳐주면, 시멘트 출하는 저점 통과 이후 완만한 회복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가격은 이미 구조적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2021년부터 이어진 네 차례 인상으로 톤당 가격대가 재정의되었고, 유연탄이 내려와도 과거처럼 빠르게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가 명확하다. 환경 설비와 연료 전환, 탈탄소 대응에 필요한 고정 투입이 커졌고, 과거의 출혈 경쟁을 반복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바닥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가격이 예전처럼 밀리지 않는다면 영업 레버리지는 과거보다 커질 여지가 있다.

5. 마무리

출하 기준으로 과거 위기 국면과 견줘도 낮은 수준이 길게 이어졌고, 레미콘과 현장의 체감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업계 수익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가격의 재정의에 있다. 2021년 이후 4차례에 걸친 가격 조정이 없었다면 이익 방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수준의 경기에서조차 배당을 유지하는 기업이 여럿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경기 하강이 더 이어지거나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다시 튀면 일시적인 배당 축소는 있을 수 있다. 다만 현재의 가격대와 비용 구조가 유지되고, 공공·주택·SOC에서 착공이 조금씩 살아난다면 배당의 지속 가능성은 높아진다.

투자 관점에서 핵심은 타이밍보다 구조 변화다: 1) 치킨게임이 잦아든 뒤의 과점은 가동률 관리와 가격 방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2) 연료 믹스와 혼합재 확대, 스마트 공정 제어로 톤당 원가와 배출을 동시에 낮추는 기업이 다음 사이클에서 초과 수익을 만든다. 3) 가격이 이미 한 단계 올라선 상태에서 물량이 회복되면 스프레드는 과거보다 두텁게 나온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기업에 지금부터 분할로 접근하는 전략은 합리적이다. 시장 전체로 보면, 2022년의 공급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재정과 제도 보완으로 병목이 풀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음 사이클의 출발점에서 가격 방어가 깔린 상태라는 점이 과거와 가장 다른 지점이다.

정리하면, 한국 시멘트 산업은 ‘과점인데도 치킨게임을 하던 시기’를 통과했고, 이제 ‘과점이 가격과 가동률 관리로 실제 작동하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수요의 바닥과 대체 불가성, 연료·탄소 비용 구조, 가격의 재정의가 겹치면서, 저점 구간에서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됐다. 이 상태로 착공이 정상화되는 다음 구간을 맞으면 이익 스프레드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질 수 있다.

PS – 필자는 현재 시멘트 사이클의 최하단에 가까운 저점 구간이라고 생각하지만, PF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될 것이라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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