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드슨 테크놀로지와 밴닥
재생 냉매 산업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이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공급망 구조다. 재생 냉매 사업은 일반적인 화학제품 판매 모델과 다르며, 특정 소재가 가진 물리적 특성, 규제 체계, 설비 인프라, 지역적 네트워크가 모두 결합된 형태로 작동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경쟁사는 제한되고,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 이 지점에서 허드슨 테크놀로지와 밴닥을 비교해볼만 하다. 밴닥은 재생 타이어 산업에서 독자적인 네트워크와 처리 공정을 구축하며 진입장벽을 만들어낸 기업이다. 허드슨 역시 타이어 대신 냉매라는 소재를 다룰 뿐, 본질적으로는 회수 기반 사업으로 진입장벽을 구축한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재생 타이어 시장에서 밴닥이 독점적 위치를 확보한 이유는 회수물 공급, 처리 공정의 스케일, 물류망, 인증 공정, 고객군의 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덕분이다. 냉매 산업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발생한다. 회수된 냉매를 받아 정제하고, AHRI-700 기준에 맞게 다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력과 설비가 필요하며, 품질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고객은 쉽게 구매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AIM Act를 통해 HFC 규제를 진행하고 있어, 재생 냉매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회수 체계와 재생 설비는 단순 제조시설이 아니라 네트워크 기반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초기 자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기반의 물류·회수 시스템이다.
허드슨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에 회수 거점과 유통망을 구축해왔고, AHRI 인증 실험실을 직접 운영해 재생 냉매 품질을 검증한다. 이는 단순 도매나 유통 사업과 구조적으로 다르며, 새로운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복잡한 체계다.
2. 재생 냉매 비즈니스 모델 작동 과정
재생 냉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회수, 수집, 정제, 품질 인증, 재포장 및 판매의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이 과정 전체를 허드슨이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회수 단계에서는 고객 설비에서 사용이 끝난 냉매를 회수해야 한다. 이는 유지보수 업체나 현장 기술자들이 수행하는데, 허드슨은 자체적인 온사이트 서비스 장비를 운용해 직접 회수 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전국에 분포된 거점이 있어 고객이 직접 실린더를 반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수집된 냉매는 허드슨의 재생 공장으로 이송되며, 여기서 고도 정제가 이루어진다. 재생 과정은 단순 필터링이 아닌, 여러 단계의 물리·화학적 정제 공정으로 구성되는데, 허드슨은 AHRI-700 기준 충족을 위한 설비와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이는 재생 냉매의 품질을 보장하는 핵심 부분으로, HVAC 시장에서 가격과 함께 품질이 중요한 구매 지표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단계다.
정제를 마친 냉매는 다시 실린더에 충전되고, 각 지역 거점으로 재배치된다. 이후에는 기존 유지보수 업체, 유통업체, 최종 고객에게 공급된다. 이 과정은 물류 체계와 유통 네트워크가 정교하게 얽혀 있어야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회수-정제-품질 인증-재포장-재유통이라는 프로세스는 복잡하지만, 동시에 매우 견고한 장벽을 만든다. 신규 진입자가 아무리 설비에 투자하더라도, 회수 네트워크가 없다면 정제 공정에 필요한 원료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허드슨은 이 점에서 구조적인 우위를 가진다.
3. HFC 규제와 HFO
미국은 AIM Act를 통해 HFC 생산·수입 물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면서 감축률은 40% 수준까지 올라가고, 2029년에는 더욱 큰 폭의 감축이 적용된다. 이 규제는 공급 측면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며, 재생 냉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재편한다. 새로운 HFC는 점차 줄어들고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되며, 유지보수 시장에서 필요한 냉매 수요는 그대로 남기 때문에 재생 냉매가 공급 공백을 메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규제의 변화는 단순히 HFC의 가격 상승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신규 설비나 새로운 HVAC 시스템은 HFO 냉매를 채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빌딩, 데이터센터, 대형 산업 냉동 설비에서는 고 GWP 냉매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HFO는 낮은 GWP를 갖기 때문에 규제 압력이 낮고, 장기적으로 유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HFC 기반 설비의 설치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유지보수 시장의 총 크기가 점진적으로 축소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FC는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존 설비는 몇 년 단위가 아니라 10년 이상 사용되며, 상업용·산업용 설비의 교체 주기는 훨씬 더 길다. 데이터센터 등에서 HFO 채택이 늘고 있다 해도, 이미 설치된 수천만 대의 HFC 기반 장비는 당장 사라지지 않는다. 즉, 공급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수요는 완만하게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재생 냉매의 가격 탄력성과 스프레드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4. 회수 네트워크와 경쟁사
재생 냉매 산업의 경쟁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허드슨이 사실상 시장의 최대 사업자이며, 유일하게 규모화된 회수·재생 네트워크를 구축한 업체다. 경쟁사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대부분 비상장 상태이거나 지역 기반의 소규모 회수 업체로, 전국적 인프라를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 유일하게 거론되는 경쟁사는 비상장이라 정보가 제한적이며, 설비 규모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허드슨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회수 네트워크는 이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각 지역 거점에서 회수된 냉매를 모아서 재생 공장으로 보내고, 다시 동일 네트워크를 통해 재배포하는 구조는 단순 물류 시스템이 아니다. 회수량이 많을수록 재생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가동률이 높을수록 스프레드가 확대된다. 재생 냉매는 원가 구조가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을수록 이익률이 개선된다. 이런 구조에서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경쟁사는 산업 구조상 밀릴 수밖에 없다.
허드슨의 네트워크는 물류 거점, 회수 거점, 실린더 추적 시스템, 공장 설비, 실험실, 현장 서비스까지 통합되어 있다. 물류 네트워크를 수직 계열화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통합도가 높다. 이는 생산자와 유통업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일반적인 화학제품 시장과 대비되는 구조이다.
5. HFC 수요
HFC는 장기적으로 사라지는 시장이지만, 그 과정은 매우 완만하다. 신규 설비는 HFO로 이동하겠지만, 기존 설비는 10년 이상 유지된다. 상업용 냉동기나 산업용 냉각 설비는 15~20년 단위로 교체되며, 유지보수 시장은 건설 시장보다 느리게 줄어든다. HFC 수요는 감소하지만, 전부 대체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규제 때문에 신규 HFC 공급이 줄어든다면 재생 HFC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HFC 가격은 2021~2022년에 규제 전환 기대감과 공급 축소 우려가 겹치며 버블성 상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2023~2025년에는 과도한 기대감이 빠지고 가격이 조정되면서 허드슨의 실적도 일정 부분 감소했다. 이는 공급·수요 균형이 아직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드슨 경영진은 2029년 즈음 수급 균형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HFC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공급축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6. 현재 업황과 재무
현재 업황은 조정 국면에 가깝다. 2021~2022년의 가격 상승 이후 2023년부터 가격이 내려오면서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드슨은 2018~2019년의 위기를 교훈 삼아 부채를 줄여왔고, 2025년 기준 순부채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재생 냉매 산업은 사이클이 강한 편이므로, 하강 국면에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
재생 공장은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동률이 낮은 국면에서는 매출 감소가 실적에 강하게 반영된다. 하지만 부채가 없는 상태라면 사이클의 하강 국면에서도 버티는 데 문제가 없다. 허드슨은 이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고, 이는 향후 사이클 회복 시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열어둔다.
또 하나의 특징은 CAPEX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과거 10~15년간 허드슨은 대규모 설비 교체나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는 공정 설비의 내구연한이 15~20년 정도로 길고, 유지보수·업그레이드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동시에 향후 3~5년 내 설비 교체 또는 증설 CAPEX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겨둔다.
7. 새로운 CEO
새 CEO는 기존 CEO보다 더 공격적인 자원 배분을 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CEO 체제는 부채 축소, 보수적 운영, 네트워크 유지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CEO는 시장 변화에 맞춘 투자 확대나 설비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재생 냉매의 역할이 확대되는 시점이라면 CAPEX 확대는 향후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HFC 시장이 완만하게 줄어드는 구조적 특징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비효율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CEO 변화는 허드슨이 향후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판단하는 핵심 변수다.
8. 밸류에이션
인수 관점에서 보면 현재 밸류(약 3억 불)는 낮아 보인다. 전국적 네트워크, AHRI 인증 실험실, 재생 공장, 실린더 및 물류 인프라, 회수 네트워크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 자산만 놓고 계산해도 장부가 이상의 가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수 주체가 등장한다면 4억~5억 달러 수준까지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회수 네트워크의 유효성, 향후 HFC 시장 축소 속도, CAPEX 필요성 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CEO의 자원 배분 방향이다. 공격적인 투자가 시장 구조 변화에 잘 맞아떨어진다면 허드슨은 구조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신규 투자가 비효율로 남게 된다면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몇 분기 동안 CEO가 선택할 CAPEX 전략, 설비 확장 여부, HFO 관련 움직임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PS – 재생 냉매(HFC) 시장이 커지는 건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