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라는 말은 참 매력적으로 들린다. 적은 자원과 시간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는 것, 불필요한 과정을 걷어내고 본질만 남기는 것,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상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은 처음부터 좋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처음부터 효율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도와 성장을 가로막는다.
많은 사람이 효율을 너무 일찍 추구하다가 발목을 잡힌다. ‘이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완벽한 그림이 나오기 전에는 움직이지 못한다. 계획을 세우고, 또 수정하고, 다시 검토하는 동안 실제 시도는 계속 미뤄진다. 이렇게 되면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기회가 사라지고, 효율을 높일 재료 자체가 부족해진다. 효율이란 결국 경험과 데이터 위에서만 세울 수 있는 건데, 그 토양을 만들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셈이다.
1. 악순환
효율 집착이 무서운 이유는, 시도를 줄이고 학습을 막는 데 있다. 효율적인 방식만 찾으려다 보면, 시작 자체를 못 하게 된다. 이건 마치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최적의 운동 루틴’과 ‘완벽한 식단’을 찾느라 몇 달을 보내는 것과 같다. 정작 몸은 계속 안 움직이고, 시간만 흐른다. 실제로 해봐야 어떤 동작이 맞고, 어떤 음식이 몸에 잘 맞는지 알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완벽한 답을 찾으려니 영영 출발을 못 하는 거다.
이 악순환은 간단히 그릴 수 있다: ‘효율 집착 → 시도 감소 → 학습 기회 상실 → 효율 개선 불가능 → 다시 효율 집착‘
마치 자기 꼬리를 무는 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고리다.
2. 간소화의 위험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대부분 간소화에 눈이 간다.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핵심만 남기는 것, 듣기엔 완벽해 보인다. 문제는 ‘무엇이 불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으려면 전체 구조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초반에는 그 구조를 모른다. 모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간소화를 시도하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보자. 신생 서비스가 있다고 하자.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일부 기능이 거의 안 쓰이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이 기능은 필요 없네’ 하고 제거해 버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기능이 소수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유지시키는 핵심 요소였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없애버렸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고객은 떠나간다.
이건 비즈니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공정 설계에서도, 심지어 조직 운영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전체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의 간소화는, 지금은 좋아 보여도 미래를 파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구조를 모른 채 효율화하면,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 원인 추적이 힘들고, 복원은 더더욱 어렵다.
3. 비효율
비효율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다. 초기에 남아 있는 비효율적인 단계들은 사실 일종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시행착오를 허용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변화에 대응할 여지를 준다.
마치 건물 공사 중에 비계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계는 완성된 건물에선 쓸모가 없지만, 공사 과정에서는 필수다. 이 비계를 너무 일찍 걷어내면, 아직 마감이 끝나지 않은 부분을 손댈 방법이 사라진다. 효율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비계를 빨리 치워버리면, 결국 더 큰 손실을 본다.
4. 마무리
효율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시작하자마자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효율을 서두를수록 오히려 시도가 줄고, 구조를 모른 채 잘라낸 부분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효율이란 실패와 학습을 거쳐 전체 그림이 보인 다음에야 비로소 ‘진짜 효율’이 된다.
그래서 초반에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그 비효율이 시행착오를 가능하게 하고, 전체 구조를 드러내며, 미래의 효율화를 위한 기초를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길은 초반의 비효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공감 능력과 통찰력, 닮은 듯 다른 두 능력
–질투와 시기에서 벗어나는 법, 비교 감정을 조절하는 심리 전략
–확증편향이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심리
–직관이란?,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통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