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끝이 났다.
1. 3년 언더퍼폼
시장 수익률 대비 성과가 뒤쳐진 기간이 3년 연속으로 이어졌다. 통상적으로는 1~2년 정도의 엇박자를 경험한 뒤 다시 회복 국면을 맞이해왔고, 이 정도의 시간차는 처음이다. 그렇다고 필자 본인의 판단에 의구심을 들진 않는다. 단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국면을 처음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에 가까운 것 같다.
변명을 해보자면, 이 시기의 시장은 특정 자산과 내러티브로 자본이 극단적으로 쏠렸고, 속도와 기대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물 자산, 사이클 산업, 구조적 회복을 전제로 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즉, 시장의 선호 함수가 완전히 달라졌던 셈이다. 그래서 이 3년은 틀림의 시간이 아니라, 국면 불일치의 시간으로 보인다.
2. 집중에서 분산으로
필자는 오랫동안 집중 투자자였다. 확률과 기대값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자산에 자본을 몰아넣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 사이클에서 유효하게 작동해왔다. 그러나 2025년을 지나면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다극화로 이동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국가 간 기술 경쟁과 생산 경쟁이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비효율이 정책적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한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 보다, 비슷한 기술과 비슷한 제품을 가진 기업들이 각자의 국가와 블록 안에서 동시에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분산은 더 이상 방어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 변화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 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말하는 분산은 산업이나 논리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분산이 아니라, 같은 산업과 같은 기술을 가진 기업을 국가 단위로 묶는 구조적 분산에 가깝다.
3. 약 80개
2025년 한 해 동안 필자가 분석한 기업은 약 80개 정도였다. 단순히 훑어본 수준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구조를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들여다본 기업들만을 기준으로 한 숫자다. 필자는 기업 하나만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을 함께 분석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따라서 산업 단위로 환산하면 실제로 깊게 파고든 산업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각 산업 내에서 수요가 어떻게 형성되고, 공급의 병목이 어디에 존재하며, 정책과 비용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 숫자는 줄어들고,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는 더 입체적으로 쌓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그래프테크 인터내셔널과 트랜스오션이다. 두 기업은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분석 과정에서는 공통점이 많았다. 시장이 꺼리는 이유가 분명했고, 그 거부감이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된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래프테크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전방의 전기로 산업과 후방의 원재료 구조가 강하게 연결된 기업이다. 숫자 하나를 바꾸면 전체 구조의 해석이 달라지는 점이 분석의 재미를 키웠다. 트랜스오션은 자산의 희소성과 시간이라는 변수가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두 기업 모두 기업 자체보다는 구조를 읽는 데서 즐거움이 컸다.
4. 최고의 수익과 손실
2025년 기준으로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준 기업은 앨버말과 워리어 멧 콜이었고,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FMC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기업 모두 동일한 투자 프레임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달랐지만,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졌던 것은 아니었다. 차이는 리스크의 성격과 그 리스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있었다.
앨버말과 워리어 멧 콜은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이 비교적 명확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가격 변동성은 컸지만, 그 변동성은 회복 가능성을 훼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이 경우 시간은 리스크가 아니라 우군에 가까웠다.
반면 FMC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경쟁 구도와 제품 사이클이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 놓여 있었고, 이 변화가 단기적 조정인지 구조적 전환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빠르게 가격에 반영했고, 필자는 그 속도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다만 이 손실이 곧바로 기업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의 주가는 여러 불확실성을 한꺼번에 반영한 결과에 가깝고, 필자는 여전히 FMC의 사업 자산과 산업 내 위치가 현재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하고 있다.
5. 유지
새해를 앞두고 필자는 별도의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목표를 설정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와 분석의 영역에서는 결과를 전제로 한 목표가 판단을 흐리거나, 불필요한 조급함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해왔다.
유지는 어떤 선택의 선언이라기보다,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태도에 가깝다. 변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시간이 쌓이면서 생각과 판단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 변화를 굳이 앞당기거나 강요하지 않고, 이전과 같은 속도로 흘려보내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6. 기업 분석
필자에게 기업 분석은 굳이 설명이 필요한 활동은 아니다. 남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듯, 필자에게는 기업을 살펴보고 구조를 정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편이다. 특별한 계기나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오래 이어오다 보니 일상의 한 부분처럼 남아 있다.
이런 취향은 주변에서 쉽게 공감받는 편은 아니다. 빠른 결과가 나오지도 않고, 눈에 띄는 보상이 있는 활동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왜 그런 데에 시간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다만 필자는 그 질문에 굳이 답을 붙이지 않는다. 좋아서 하는 일에 이유를 덧붙이지 않는 것과 비슷한 감각에 가깝다.
PS – 2026년엔 좀 더 현명해지기를..
7. 2025년 기업 보고서
7.1 긍정
| 기업명 | 당시 주가 | 26.1.2. | 수익률 | 변동 |
| 워리어 멧 콜 | 59.48 | 89.55 | 50.55% | 중립 |
| 옥시덴탈 | 45.38 | 42.38 | -6.61% | 긍정 |
| 처브 | 277.45 | 310.06 | 11.75% | 중립 |
| 그래프테크 | 13.46 | 16.42 | 21.99% | 매우 긍정 |
| 앨버말 | 81.58 | 143.93 | 76.43% | 중립 |
| 버크셔 | 502.30 | 496.85 | -1.09% | 긍정 |
| FMC | 30.63 | 14.34 | -53.18% | 매우 긍정 |
| 뉴코 | 144.66 | 169.40 | 17.10% | 긍정 |
| 트랜스오션 | 3.89 | 4.24 | 9.00% | 긍정 |
| 하이스터 예일 | 28.38 | 30.07 | 5.95% | 긍정 |
| 허드슨 | 7.26 | 6.80 | -6.34% | 긍정 |
7.2 중립
| 기업명 | 당시주가 | 26.1.2. | 수익률 | 변동 |
| 시리우스 XM | 21.62 | 20.51 | -5.13% | 부정 |
| 크록스 | 100.36 | 86.95 | -13.36% | 중립 |
| 코스트코 | 979.35 | 854.40 | -12.76% | 중립 |
| ZTO 익스프레스 | 18.94 | 21.46 | 13.31% | 중립 |
|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 | 308.80 | 336.40 | 8.94% | 중립 |
| 시놉시스 | 480.11 | 480.42 | 0.06% | 중립 |
| 필립스 66 | 129.79 | 130.57 | 0.60% | 중립 |
| UPS | 89.22 | 101.02 | 13.23% | 부정 |
| 페덱스 | 247.34 | 293.13 | 18.51% | 부정 |
| 컴캐스트 | 27.44 | 29.54 | 7.65% | 중립 |
| 올드 도미니언 | 139.67 | 159.19 | 13.98% | 중립 |
| 아스펜 에어로젤 | 2.94 | 2.89 | -1.70% | 중립 |
| 모자이크 | 24.31 | 25.02 | 2.92% | 중립 |
| CF 인더스트리스 | 77.65 | 80.13 | 3.19% | 중립 |
7.3 부정
| 기업명 | 당시주가 | 26.1.2. | 수익률 | 변동 |
| 이노베이티브 | 51.65 | 49.47 | -4.22% | 부정 |
| 디아지오 | 110.64 | 87.09 | -21.29% | 중립 |
| 핀둬둬 | 118.34 | 115.75 | -2.19% | 부정 |
|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 230.82 | 251.60 | 9.00% | 부정 |
| 페이팔 | 69.65 | 58.14 | -16.53% | 중립 |
| 앨리슨 트랜스미션 | 81.25 | 98.94 | 21.77% | 중립 |
| 굿이어 타이어 | 8.10 | 8.92 | 10.12% | 부정 |
| 모빌아이 | 10.17 | 11.23 | 10.42% | 부정 |
| 쿠라 스시 USA | 55.27 | 54.23 | -1.88% | 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