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투자 일지

목차

1.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 것

2009년 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경제를 예측하지 않았단 것이다. 예측은 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제에 대한 욕망이다. 시장은 단일한 인과관계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 인상이라는 하나의 정책만 보더라도, 중앙은행·기업·소비자·투자자 모두 각자의 해석과 행동을 보인다. 그 총합이 바로 시장이다. 이런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미래를 맞힌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참여자들은 항상 예측의 언어를 쓴다. “하락장에 접어든다”, “상승장으로 전환한다”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방향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단지 여러 상태를 오가는 과정일 뿐이다. 하락장과 상승장은 존재하지만, ‘진입’하는 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해석이다. 결국 투자자는 시장의 방향보다 가격의 왜곡을 봐야 한다. 가격이 본질과 멀어질 때, 예측이 아니라 계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하는 공간이다. 좋을 땐 모든 게 좋아 보이고, 안 좋을 땐 모든 게 나빠 보인다. 이는 감정이 아니라 인지 구조의 문제다. 인간은 주어진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심리의 방향에 따라 현실을 다르게 인식한다. 이때 필요한 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는 구조다.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기력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확률적 사고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만 집중하겠다는 결단이다.

예측 대신 계산에 의존하는 태도는 투자자에게 명확한 기준을 준다. 계산은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의 가격, 기업의 현금흐름, 리스크 허용 범위가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런 사고 체계는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시킨다. 시장이 과도하게 낙관적일 때도, 과도하게 비관적일 때도 행동의 기준은 바뀌지 않는다.

2. FMC

최근 투자한 종목 중 하나가 FMC다. 현재 주당 13달러 수준, 시가총액 약 16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필자가 매수한 평균 가격은 23달러로, 대략 29억 달러 수준에서 자본을 투입한 셈이다. 매수 시점부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예상된 결과였다. 특허 만료 이후의 공백, 신제품 확산 속도 둔화, 재고 소진 지연이 동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 축소는 예상하지 못했다. 단기간에 40% 가까운 하락을 기록했지만, 이 구간이 과매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FMC의 본질적 문제는 일시적이지 않다. 구형 제품군의 특허 만료는 이미 예견된 이벤트였고, 신제품으로의 교체는 시간의 문제였다. 문제는 속도다. 신제품이 완벽히 성장하지 못했고, 채널 재고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 두 요인이 겹치며 이익 스프레드가 눌렸다. 하지만 이 상황은 구조적으로 해소 가능한 문제다. 신제품은 이미 제품 등록을 마쳤고, 유통망이 확산 중이다. 단지 농가와 딜러의 구매 주기, 즉 곡물가격→투입재→수요의 연결고리가 맞춰지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배당 축소는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사건이었다. 필자는 그걸 악재로 보지 않는다. 기업이 배당을 줄인 이유는 현금 방어를 위해서다. 현재 FMC는 약 5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 사업 매각으로 약 5억 달러 추가 유입이 예상된다. 반면 연간 이자 비용은 3억 달러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3년 이상 버틸 수 있다. 이는 경기 회복이나 신제품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자본적 완충 장치다. 결국 지금의 FMC는 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위기에 빠진 기업이 아니라, 업황 조정 국면을 통과 중인 기업이다.

이미 신제품이 완성되어 있고, 자본 지출 부담이 낮다. 생산라인은 기존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제품 등록 절차는 완료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장 확산과 가격 안정이다. 재고가 줄고 유통망이 회전하면서 판매 효율이 높아지면, 이익률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신제품은 기존 디아마이드 계열 대비 성능이 뛰어나며, 가격 경쟁력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고효율·저독성 농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한다. 신제품 확산 속도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거나, 인도 매각이 지연될 경우 현금 흐름이 꼬일 수 있다. 또 시장 전반의 농업 사이클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회전율 개선도 지체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시가총액이 자본규모보다 낮게 평가받는 상태에서, 추가 하락의 폭은 제한적이다.

FMC를 매수한 이유는 ‘예측’이 아니라 ‘계산’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계산 가능한 범위 안에서 매수한다. 시장의 심리는 언제든 변한다. 같은 구조조정도 어떤 때는 호재로, 어떤 때는 악재로 해석된다. 만약 구조조정이 호재로 평가돼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면, 오히려 손익비가 망가져 매수 기회를 잃게 된다.

3. 그래프테크 인터내셔널

그래프테크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고점 대비 약 90%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 3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전형적인 구조적 침체 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보인다. 최근 3분기 실적에서 ASP(평균판매단가)는 7% 하락했지만, 미국향 판매량은 53% 증가했다. 이는 미국 내 특수강 수요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제조 설비 확충이 진행되면서 미국 철강 산업이 다시금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흑연전극 시장의 구조를 보면 두 계층으로 나뉜다. 고품질의 UHP급과 중저가 RP급이다. RP급은 공급 과잉 상태이며, UHP급은 고품질 니들코크 부족으로 공급이 타이트하다. 문제는 이 니들코크의 원재료가 디캔트 오일인데,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디캔트 오일 생산을 줄이고 있다. 니들코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드물고, 고급 니들코크로 UHP 전극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더욱 적다. 그래프테크는 이 분야에서 유일하게 수직계열화된 기업이다. 자회사 씨드리프트(Seadrift) 코크 공장을 통해 니들코크를 자체 생산하며, 품질과 원가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단기 실적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장기 경쟁력을 만든다. UHP급 시장이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지는 상황에서, 자체 원료를 확보한 그래프테크의 포지션은 전략적 가치가 높다. 실제로 최근 인도 경쟁사 HEG와 그래파이트 인디아가 시장가로 그래프테크 지분을 매입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전략적 포지션 선점에 가깝다. 회사의 가치는 현 시점의 이익이 아니라 자산의 희소성에서 나온다. 니들코크 수직계열화 설비를 새로 구축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부채다. 그래프테크는 2018년 호황기에 부채를 줄이기보다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고, 그 결과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연간 이자 비용과 유지보수 CAPEX를 감안하면, 현 수준의 이익으로는 약 3년 정도의 유동성 여력만 남아 있다. 만약 그 안에 ASP가 회복되지 않거나, 사이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리파이낸싱은 어렵다. 그러나 이 3년은 기회이기도 하다. 전력 인프라와 특수강 수요 확대가 계속된다면, UHP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유동성은 약 3억 8천만 달러 수준이며, 단기 부채 상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이후의 시간이다. 따라서 이 기업은 단기 수익성보다는 사이클 회복 혹은 전략적 인수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인수 가능성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실제 경쟁사들이 이미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자산의 희소성이 높다. 인수 가격을 약 5억 달러 수준으로 본다면, 현재 시가총액 대비 60% 이상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이런 구조에서 그래프테크 투자는 일종의 양방향 옵션이 된다. 사이클이 돌아오면 자연스러운 리레이팅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전략적 가치에 따른 인수가 가능하다.

그래프테크는 단기적으론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지만, 산업 구조상 대체 불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다. 가격이 이미 파산 가능성을 상당 부분 내포하고 있다면, 남은 리스크 대비 보상은 비대칭적이 된다. 이런 투자야말로 ‘꽃놀이패 투자’라 부를 만하다. 한쪽 길이 막히더라도 다른 길이 열려 있다.

PS – 결정이 어려우면,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주식 투자의 최대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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