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C, 정유와 석유화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

COTC는 효율의 재정의다. 증류·개질·분해로 나뉘었던 공정을 하나의 반응 시스템으로 압축한다.

1. COTC란 무엇인가?

COTC(Crude Oil To Chemical)는 말 그대로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통합 공정이다. 전통적인 정유소에서는 원유의 약 10~15%만이 석유화학 원료(주로 나프타)로 전환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연료 형태로 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COTC는 그 비율을 40~70%, 일부 파일럿 설비는 최대 80%까지 끌어올린다. 쉽게 말해, 같은 원유 100배럴을 처리하더라도 COTC는 절반 이상을 플라스틱·합성섬유·고무 등의 원료로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 변화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의 이동에 가깝다. 과거에는 휘발유와 경유가 정유소 수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연비 규제, 탈탄소 정책이 강화되면서 휘발유와 디젤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특히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분자 소재—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원유를 여전히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산유국과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유 공정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 제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생겼다. 이 배경에서 COTC가 등장했다.

2. 기존 정유 구조의 한계와 변화의 필요성

정유산업은 한 세기 이상 동안 ‘연료 중심’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발전해왔다. 원유를 열에 따라 끓여 성분별로 분리하는 증류 공정은, 산업화 시대의 에너지 요구에 완벽히 부합했다. 증류탑 상단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가, 중간에서는 경유와 등유가, 하단에서는 중유와 잔사유가 추출된다. 이후 개질(Reforming), 탈황(Desulfurization), 분해(Cracking) 등의 후속 공정을 거쳐 자동차·항공·선박용 연료가 완성된다. 이런 구조는 ‘원유 → 연료’라는 단선적 가치사슬 위에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전제로 설계된 체계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정유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에너지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정유소가 공급하던 핵심 제품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둔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세계 원유 수요의 60% 이상이 운송용 연료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내연기관 효율 개선, 바이오연료 도입 등은 휘발유와 디젤의 성장 여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정유소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잉여 정제 능력’이다. 연료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설비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동을 줄일 수 없다. 정유공정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아, 특정 제품의 생산을 줄이면 전체 효율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휘발유 수요가 감소한다고 해서 휘발유만 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원유 투입량을 줄여야 하고, 이는 곧 설비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다. 산업 구조가 서비스화되었더라도, 플라스틱·합성섬유·고무는 여전히 건설, 전자, 식품 포장, 자동차, 의료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본 재료다. 전기차 한 대에도 약 200kg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가며, 풍력 터빈 블레이드나 태양광 패널,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등도 모두 화학소재에 의존한다. 즉, 탈탄소 시대가 와도 화학 제품의 수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화학 소재가 추가로 필요해진다.

이처럼 ‘연료의 하락’과 ‘화학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전통적 정유 모델의 수익성은 점점 압박을 받게 되었다. 과거에는 정제마진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유-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크랙마진의 변동성이 커졌다.

3. COTC의 기술적 구조

COTC의 본질은 기존 정유 공정의 단계적 분리 구조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전통적인 정유–석유화학 체계는 원유를 먼저 연료 중심으로 가공한 뒤, 그 부산물 중 일부를 다시 석유화학 단지로 보내는 형태였다. 이때 각 단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COTC는 이 벽을 없앤다. 원유 투입 단계에서부터 최종 화학제품 생산까지를 하나의 연속 공정으로 연결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화학제품 수율을 극대화한다.

핵심은 ‘직접 전환’이다. 기존 구조에서는 원유를 증류해 나프타를 얻고, 이를 다시 증기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즉, 원유 → 나프타 → 올레핀이라는 2단계 체계였지만, COTC는 원유에서 바로 올레핀이나 방향족을 뽑아내는 공정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 단계 제거’는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 설비 통합과 열에너지 최적화, 촉매 반응 제어 기술의 정점에 해당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기술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1) 고도분해(Deep Catalytic Cracking, DCC) 기술: 이는 원유나 중질유를 고온 촉매 반응기에 직접 투입해, 휘발유 대신 프로필렌·부텐 등 올레핀을 높은 비율로 얻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FCC(Fluid Catalytic Cracking)는 휘발유 생산이 목적이지만, DCC는 촉매 조성, 반응 온도, 체류 시간을 조정해 올레핀 중심으로 수율을 바꾼다. 대표적인 장점은 기존 정유소의 FCC 설비를 개조만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노펙은 DCC 기술을 활용해 기존 FCC 공정 대비 프로필렌 수율을 두 배 이상 높였다.

2) 증기분해(Steam Cracking) 통합 기술: 전통적으로 증기분해는 나프타를 투입해 고온(약 800도)에서 분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COTC에서는 나프타보다 더 무거운 경질유(LGO)나 중질유(VGO)를 직접 투입한다. 이를 위해 반응로 내부의 열 분포, 압력, 재생 열 교환 구조가 재설계되었다. 경질유·중질유는 분자 구조가 복잡하고 분해 온도가 높기 때문에, 반응로 내 온도 제어와 코크스 형성 억제가 기술의 핵심이다. 아람코의 프로젝트에서는 이 방식으로 올레핀 생산량을 50% 이상 끌어올렸고, 추가적으로 방향족 수율도 대폭 개선했다.

3) 잔사유 전환 공정(RFCC, Residue Fluid Catalytic Cracking)의 고도화: 잔사유는 점도가 높고 황·금속 함량이 많아 일반적으로는 연료유나 아스팔트로 사용된다. 하지만 COTC에서는 이 잔사유를 화학제품의 전구체로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RFCC 반응기 내에서 촉매를 미세하게 개량해, 중질분의 수소 제거 반응을 제어하면 올레핀·방향족의 전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즉, 가치가 낮던 잔사유가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되는 것이다.

COTC 플랜트에서는 이 세 가지 기술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DCC 공정에서 생성된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 공정으로 바로 이동하고, 증기분해 공정에서 발생한 수소는 다른 반응기의 탈황 공정에 재활용된다. RFCC에서 얻은 방향족 전구체는 자일렌·벤젠·톨루엔 생산 라인으로 연계된다. 이런 통합은 단지 내부의 물질·에너지 순환 효율을 극대화해, 전체 시스템의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공정 내 열에너지의 ‘재활용 구조’도 COTC의 기술적 특징이다. 기존 정유소는 각 공정별로 별도의 보일러나 열교환기를 운영했지만, COTC 플랜트는 반응기에서 발생한 폐열을 다시 다른 반응로 예열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증기분해 공정에서 생성된 고온 열은 RFCC 반응기의 촉매 재생기로 바로 공급된다. 이로써 에너지 효율은 기존 대비 약 10~15% 향상되며, 전체 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한편, 원유 조성의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원료 대응력(Feedstock Flexibility) 또한 중요한 기술 요소다. COTC는 아라비안 라이트, 브렌트, 울산콘덴세이트처럼 성상이 다른 원유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원유 내 황·금속 성분에 따른 촉매 반응 안정성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실시간 분석 기반의 공정 제어 시스템(APC, Advanced Process Control)이 도입되어, 반응 온도, 압력, 유속 등을 자동 조정한다.

4. 주요 프로젝트와 기업 사례

COTC의 상업화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가 단위의 산업 전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원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에너지 전환기에도 수익 구조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주요 산유국과 화학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OTC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사우디 아람코와 사빅이 공동 추진한 주베일 COTC 프로젝트다.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해 생산물의 70% 이상을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정유와 화학 설비를 병렬로 배치하는 형태가 아니라, 원유를 직접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자일렌 등 핵심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일체형 구조다. 아람코는 이를 통해 원유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자국 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수출국에서 ‘소재·화학 중심 산업국’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상업화 기술·해외 JV는 확대 중이나, 사우디 내 신규 COTC 단지는 2024–25년에 취소·보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주베일 프로젝트도 보류 중).

아람코는 여러 COTC형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저장성의 Zhejiang Petrochemical과 협력한 합작 프로젝트는 원유를 하루 80만 배럴 처리해 나프타·파라자일렌(PX)·올레핀 등을 생산하며, 중국 내 가장 큰 단일 정유·화학 복합 단지로 꼽힌다. 또,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의 협력을 통해 인도 내 COTC 기반 정유·화학 시설 설립도 추진 중이다. 아람코의 전략은 ‘원유를 수출하는 대신, 화학제품을 수출한다’는 방향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COTC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다. 중국석유화공(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헝리석화(Hengli Petrochemical), 롱숭화학(Luxi Chemical) 등 주요 에너지·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복합단지를 건설했다. 특히 헝리석화의 다롄 프로젝트는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면서, 파라자일렌·올레핀·고분자 화학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 정유소가 연료 중심이었다면, 헝리 단지는 정유·화학 일체형으로 화학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사실상 원유를 직접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하는 COTC형 시스템으로, 중국 내 플라스틱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저장 지역의 롱숭 COTC 플랜트는 파라자일렌과 방향족 중심의 화학단지로 설계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정유산업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규정하며, 국가 산업정책 차원에서 COTC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자급화가 아니라, 화학소재 공급망의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지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다.

한편, 중동 산유국 외에도 아시아 정유사들이 점차 COTC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S-Oil은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울산에 건설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형 COTC의 선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원유를 나프타로 거치지 않고 직접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며, 완공 시 석유화학 비중이 전체 원유 처리량의 약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정유업계가 기존 연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화학 중심 산업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이자, 향후 국내 에너지·소재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가속화할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도 일부 정유·화학 통합 기업들이 COTC형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엑슨모빌과 셰브론 필립스 케미컬은 걸프코스트 지역에서 통합형 정유-화학 단지를 확장하며, 원유 및 에탄 기반의 직접 올레핀 생산 공정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원유보다는 셰일가스에서 유래한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에탄 크래킹 모델이 주를 이루어, COTC보다는 ‘Gas-to-Chemical‘ 구조가 중심이다.

이처럼 국가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은 명확하다. 원유를 단순히 연료로 쓰는 구조에서 벗어나, 화학제품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아람코의 COTC는 원유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고, 중국의 COTC는 산업 자급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의 경우에는 정유 산업의 생존을 위한 구조적 전환의 의미를 가진다.

5. COTC와 탄소중립의 긴장 관계

COTC는 구조적으로 ‘화석연료를 정점까지 활용하는 기술’이다. 원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원료 자체가 탄소이기 때문에 탄소중립 시대에는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의 통합은 산업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탄소 배출 관점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원유 사용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화학제품 생산을 늘리기 때문에, 총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COTC는 ‘기술적 혁신’과 동시에 ‘정당성 확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탄소중립 환경에서 COTC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배출 저감 기술의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방식이 1)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다. COTC 플랜트는 고온 열처리, 촉매 반응, 증기분해 등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배출원 단계에서 이를 포집하여 화학 반응에 재활용하거나 지중에 저장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와 사빅은 주베일 프로젝트 후속 단계에서 CCUS 설비를 통합하여,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CO2를 다시 합성가스 제조나 메탄올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순히 배출을 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탄소를 원료로 순환시키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2) 원료 다변화다. 즉, 원유만을 투입하지 않고 바이오 납사, 폐플라스틱 재활용유, 바이오 기반 오일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하는 하이브리드형 COTC 모델이다. 이를 통해 ‘화석 기원 탄소’ 대신 ‘순환형 탄소’를 투입해 전체 탄소 집약도를 낮춘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일부 화학 기업들은 식물성 오일이나 바이오 납사를 정유공정에 직접 투입하여, 동일한 설비에서 재생탄소 기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Net Carbon Neutral Chemical’이라는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3) 공정의 전력화다. 석유화학 공정의 열원은 대부분 천연가스나 중질유 연소에 의해 공급되지만, 이를 전력 기반의 고온 플라즈마, 인덕션 가열, 전기 보일러 등으로 대체하는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력 기반 증기분해다. 네덜란드의 쉘과 BASF는 공동으로 고온 전극 시스템을 적용한 파일럿 증기분해로를 가동 중이며, 약 850도 이상의 반응 온도를 100% 재생전력으로 유지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석유화학 공정의 탄소 배출량을 80~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 축은 4) 수소 연계다. 수소는 화학공정의 필수 환원제로 사용되며, 동시에 탈탄소 연료로도 주목받는다. COTC의 고온 열원 일부를 수소 연소로 대체하거나, 수소를 촉매 반응에 활용하면 공정의 탄소집약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블루수소(천연가스 개질 + CCUS)와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모델이다. 사빅은 이러한 방향에서 수소 통합형 COTC 공정 설계를 진행 중이며, 생산된 수소를 다시 암모니아·메탄올 생산으로 순환시키는 ‘폐탄소 루프’를 실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COTC는 여전히 근본적인 긴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다: 1) COTC는 원유의 화학 전환 효율을 높이지만, 원유 사용 자체를 줄이지는 않는다. 2)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이 사용 후 폐기되면서 다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3) COTC의 대규모 설비는 장기 투자자산으로, 단기간 내 탈탄소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다. 즉, 기술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탄소 순환을 전제로 한 산업’이기 때문에 탄소중립과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COTC가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로 남기 위해서는 ‘탄소 효율이 높은 화학 생산 체계’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화학 수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생산–사용–재활용–회수의 전 주기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COTC 플랜트 내에 통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해 다시 COTC의 원료로 사용하는 순환 시스템이 그 예다. 이렇게 되면 화학제품 생산과 폐기 사이의 탄소 순환 고리가 닫히며, 실질적인 탄소중립형 화학 단지가 가능해진다.

6. 마무리

COTC를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정유의 쇠퇴’와 ‘정유의 절정’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아이러니다. 탄소중립, 전기차, 재생에너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정유는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현실의 데이터는 조금 다르다. 전 세계 정유 설비의 신규 증설은 사실상 멈춰 있고,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존 정유소들은 여전히 풀가동 상태에 가깝다.

2022년 이후 원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정제마진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정유 설비의 공급이 늘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질적 정제 여력은 오히려 부족해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노후 설비를 폐쇄하면서도 신규 설비를 짓지 않아, 정유소 가동률이 장기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유소들은 낮은 원유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마진을 누리고 있다. 수요는 완만하게 유지되고, 공급은 정체된 이 불균형이 정유업의 수익성을 오히려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석유화학은 정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다. 팬데믹 이후 폭증했던 수요를 예상하고 2018~202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증설이 집중되었다. 중국, 중동, 인도에서 수십 개의 올레핀·파라자일렌 플랜트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공급 과잉에 빠졌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수요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설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자일렌의 마진은 과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COTC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이 시기를 ‘구조 전환의 창’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의 주베일, 중국 헝리석화의 다롄, S-Oil의 샤힌 프로젝트 등 주요 COTC 단지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완공 이후에는 전 세계 화학제품 공급 구조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석유화학 마진이 바닥일 때, 대형 설비를 완성시키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가격 사이클 반등 구간을 선점하려는 계산과 맞닿아 있다.

즉, 현재의 정유·화학 시장은 아이러니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연료 수요는 정체되어 있지만 여전히 필수적이고, 정유설비는 늘지 않으면서도 가동률은 높다. 반면 화학 수요는 구조적으로 성장 중이지만, 공급이 과잉이라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COTC는 이 두 시장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정유의 안정된 현금창출력과 화학의 장기 성장성을 결합하려는 시도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시장의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는 구조이기도 하다.

PS – 범용 제품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COTC 이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페셜티 영역으로의 전환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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